옵티멈나노에너지 파산 신청···2년 새 中 배터리업체 ‘155개→80개’ 급감
‘장밋빛’ 韓배터리지만 이익률 낮춘 무리한 수주 둘러싸고 업계 내부선 우려 표명도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반도체업계가 걸어왔던 길을 배터리업계가 걸을 것이란 전망이 현실화되는 양상이다. 시장형성 과정에서 숱한 기업들이 도전장을 내고, 시장이 성숙해 짐에 따라 소수의 특정 기업  위주로 재편될 것이란 전문가들 예상이 그대로 실현되고 있다. 올 한해 경쟁국들에 비해 괄목할만한 성장을 일궈낸 우리 배터리업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지적이다.

26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중국 옵티멈나노에너지가 파산신청을 했다. 이곳은 지난해까지 CATL과 비야디(BYD) 등에 이어 중국 내 전기차 배터리 3위를 유지해 온 업체다. 옵티멈나노에너지는 선전시 법원에 파산 및 법인청산 신청을 마무리했다. 현지에 있는 공장 가동도 완전히 멈춘 것으로 전해진다. 현지 배터리 보조금 축소가 결정적인 것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이 같은 파산이 특정업체만의 일이 아니라는 데 있다. 점차 축소된 중국의 전기차 보조금이 내년을 끝으로 완전히 사라지게 됨에 따라, 그간 보조금에 기대 온 중국 배터리 업계가 크게 흔들릴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지난 2017년까지 155개에 이르던 중국 내 배터리업체는 지난해 말 기준 105개로 감소했고, 현재는 80여개만이 살아남은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내연차 시장에서 기존 선진국들과 기술적 간극을 좁히지 못하고, 브랜드 파워를 키우는데 실패한 중국은 전기차 시장선점을 위해 관련 시장을 집중 육성했다”면서 “여기에 보조금까지 더해지면서 배터리 시장 역시 급속도로 팽창했는데, 이 과정에서 기술력을 키우기보다 몸집만 키운 부실기업들이 대거 생겨났다”고 설명했다.

배터리 시장은 내년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성장이 예측되고 있다. 더불어 중국 내 부실기업의 연쇄도산과 같이 글로벌 시장에서의 속속 도태되는 기업도 점차 증가할 것이 유력시 되는 상황이다. 삼성과 인텔 등 특정 소수업체들만이 생존해 우월한 점유경쟁을 펼치게 된 반도체산업과 비슷한 양상으로 시장이 전개되는 양상을 띄게 된 셈이다.

업계 내부에서는 보조금 축소 및 폐지 수순에 따라 일정부문 반사익이 예측돼 온 만큼, 이를 타산지석 삼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당장의 양적 팽창보다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내실을 선제적으로 다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천문학적인 금액의 투자가 동시에 이뤄지고 있는 만큼, 이익률을 포기하는 방식의 저가수주를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기도 하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LG화학·삼성SDI·SK이노베이션 등 이른바 ‘배터리 빅3’는 올 한해 시장점유율을 대폭 끌어 올렸다. 이들 3사의 지난 10월까지 누적점유율은 각각 14.2%, 5.5%, 2.7% 등이다. LG화학은 글로벌 3위로 뛰어 올랐으며,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 등은 각각 10월 한 달 동안 전년 동기 대비 28.6%, 153.8% 등의 기록적 신장세를 보였다.

통상 수주에서 납품에 이르기까지 최대 3년여의 시간차가 발생한다는 점에서, 이 같은 점유 신장세는 2~3년 전 수주실적이 반영됐음을 의미한다. 이 기간 동안 국내 업체들이 보조금에 가로막혔던 중국을 대신해 유럽시장에서 ‘한국 배터리’ 돌풍을 이끌었고, 내연에서 전기차로의 전환이 더딘 미국과 보조금 폐지 후 공략을 위해 중국에서도 꾸준히 성과를 보였다는 점에서 향후 전망 역시 더욱 고무적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이익률이다. 덩치를 키우고 기술력을 겸비하기 시작한 중국 업체들과 배터리 종주국인 일본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완성차 업체들을 상대로 낮은 응찰액을 제시해 수주성과 대비 낮은 이익률이 점쳐진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전언이다. 여기에 각 업체들이 국내·외 전기차 생산설비를 대폭 증설했다는 점에서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통상 수주와 관련해 정확한 납품가격은 대외비로 극비에 부쳐진다. 업체 내부에서도 소수만이 공유한다. 그렇기 때문에 해당 가격이 적정한 수준인지에 대해 판가름 할 수 있는 별도의 지표가 없다. 다만 복수의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각 업체별로 수주영업에 나선 직원들 사이에서도 이 같은 우려가 새나오고 있음을 전해들을 수 있었다.

특히, 모 기업의 경우 단기간 내 성과를 이루겠다는 미명 아래 마진율 제로에 가까운 수주공략에 나서 점유율 등 면에서 상당한 효과를 거뒀다는 전언도 있다. 이에 다른 업체들 역시 경쟁적으로 비슷한 방식의 수주에 나서고 있어, 실제 전기차 배터리가 반도체만큼의 황금알이 되기엔 어려울 것이란 회의적 반응들도 업계 내부서 제기되는 실정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배터리 수요가 점차 높아짐에는 분명하지만, 지금과 같이 숱한 기업들이 난립해 납품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배터리 가격은 지속적으로 낮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시장개척을 위해 가격경쟁력을 높이는 것 역시 중요하지만, 무리한 수주가 이어질 경우 유동성 문제가 발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그는 “LG·삼성·SK 등 주요 대기업들이 나섰다는 점에서, 또한 그룹의 전기차 배터리 담당 계열사들이 방대한 투자를 충당할만한 캐시카우가 있다는 점에서 여력은 충분해 보인다”면서도 “다만 저가수주에 따른 부작용은 배터리 시장이 예상대로 전개되지 않을 경우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문제며, 중국의 3위 업체가 도산한 상황이기에 어느 곳 하나 쉽사리 자신해선 안 될 문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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