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사, K5 방독면 국방규격에 회사 특허 몰래 포함, 고지도 안해···“허위서류 제출한 경우”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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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방독면을 개발·공급한 방위산업체가 국방규격에 자신의 특허를 몰래 포함시키고 고지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6개월간 입찰참가자격이 제한됐다. 법원도 이 회사의 행위가 국가계약법에서 금지하는 ‘허위서류 제출’에 해당한다고 보고 제재 처분이 적법했다고 판단했다.

2010년 방위사업청은 신형 방독면 개발을 추진했다. 기존 방독면 K-1이 전투 효율성이 떨어지고, 인체에 유해하다는 이유에서다. 공개입찰에 의한 방산업체 등이 주관하는 연구개발 형태로 추진된 이 사업에는 A사가 선정됐다.

A사는 방위사업청과 ‘신형 방독면 연구개발 계약’을 체결했고, 2014년 12월 신형 방독면 K5에 대한 ‘국방규격’이 제정됐다. 이 국방규격에는 A사의 특허 10개가 포함됐는데, A사는 그 내용을 구체적으로 방위사업청에 고지하지 않았다. 이후 A사는 방독면 초도양산 업체 및 방위산업체로 지정됐고, 2017년 11월까지 K5 방독면 납품을 완료했다.

문제는 2016년 7월 B사가 K5 방독면 방위산업체로 추가 지정을 신청하면서 벌어졌다. 이에 반발한 A사가 ‘B사를 방산업체로 추가할 경우 K5 방독면 국방규격에 포함된 자사의 특허 사용을 불허하겠다’고 방위사업청과 산업통상자원부에 으름장을 놓은 것이다.

방위사업청은 국방규격에 자사의 특허를 반영한 것은 국방규격 지침에 위반되는 것이라며 해결을 요구했지만, A사는 이에 응하지 않았다.

방위사업청은 2017년 7월 1달간 감사를 실시해 ‘A사가 K5 방독면에 대한 국방규격을 작성할 때 자신의 특허를 의도적으로 포함시켰음에도 특허 고지의무를 위반했다’고 결론내렸다. 감사 결과 A사는 본래 갖고 있던 특허 10건을 국방규격에 반영했고, 개발기간 중 개발한 특허 3건도 국가에 귀속돼야 함에도 자신의 명의로 등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1월에는 개발기간 특허가 1개 더 존재한다는 사실이 추가로 드러나기도 했다.

방위사업청은 2017년 11월 감사결과를 근거로 A사 측에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6개월간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한다’는 처분을 내렸다.

이에 대해 A사는 방위사업청이 자신들의 특허가 사용된다는 사실을 충분히 알고 있었고, 국방규격에 특허가 누락된 이유는 관련 지침이나 서식이 불분명해 일어난 일이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심리 끝에 방위사업청 손을 들어줬다. 고지의무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은 국가계약법상 ‘허위세류제출’에 해당한다는 결론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재판장 김정중 부장판사)는 A사가 방위사업청장을 상대로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한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22일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는 계약에 따라 국방규격에 특허를 적용할 경우 이를 고지할 계약상 의무를 부담함에도 특허가 반영된 K5 방독면 국방규격 초안에 해당 특허를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은 채 제출했다”며 “이는 옛 국가계약법 시행령상 ‘허위서류를 제출한 자’에 해당한다고 봐야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원고가 특허 고지의무를 위반해 국방규격 초안을 제출한 결과, 방위사업청은 그 특허의 사용권을 미리 확보하지 못한 채 국방규격이 제정됐다”며 “이로써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의 적정한 이행을 해칠 염려가 발생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원고는 경쟁사의 방산업체 추가지정 신청에 반발해 특허 사용을 금지하겠다고 항의했을 뿐만 아니라, 피고가 이 사건 특허문제를 해소하고 개정에 필요한 자료제출을 요구했음에도 이를 거부했다”며 “K5 방독면 계약의 적정한 이행도 해쳤다”고 꼬집었다.

재판부는 제재 처분이 재량권을 일탈하거나 남용됐는지도 심리한 끝에 “원고의 불이익이 국가계약 경쟁의 공정한 집행이나 계약의 적정한 이행 담보라는 공익보다 현저히 크지 않다”라고 보고 A사 측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K5 방독면 / 사진=A사 홈페이지 갈무리
K5 방독면 / 사진=A사 홈페이지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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