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요기요+배달통’ 獨 DH 계열 국내 배달앱, 점유율 99% 달해
경쟁사로 지목된 쿠팡이츠, 가격·배송 서비스 차별화가 관건

배달의민족이 요기요 운영사인 딜리버리히어로(DH) 독일 본사에 4조8000억원에 매각되면서 국내 배달앱 시장점유율의 99%가량을 독일 배달앱 업체가 차지하게 됐다. 이제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심사만 넘게 되면 사실상 국내 배달앱 시장은 한 지붕 아래 묶인 배민+요기요+배달통 연합군과 ‘그 외’의 전장으로 바뀐다. 그리고 ‘그 외’의 최전선에 쿠팡이츠가 있다. 아직은 작디 작은 쿠팡이츠와 거대 배달앱 간 경쟁 구도가 형성된 것이다. 

배달의민족은 지난 13일 대규모 인수합병 소식을 전하는 보도자료에서 쿠팡을 언급한 바 있다. 배민은 자료에서 IT(정보기술)업계 관계자의 말을 빌어 "일본계 자본을 업은 C사의 경우 각종 온라인 시장을 파괴하는 역할을 많이 해 왔다”고 적었다. 이를 향후 이뤄질 공정위 기업결합심사를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기 위한 포석이라고 보는 업계 시각도 있다. 

현재 배달앱 시장은 배민(55%)+요기요(33%)+배달통(10%) 등 DH 연합군이 90% 이상을 갖고 있지만, 향후 유효 경쟁자로서 쿠팡이츠의 가능성을 공정위에 어필한 것이다. 쿠팡을 언급함으로써 동시에 같은 이커머스업체인 위메프의 음식 배달 서비스 '위메프오'도 시장 경쟁자로 끌어들일 수 있다. 배민과 요기요가 합쳐지더라도, 이커머스라는 거대한 경쟁사가 남아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배달의민족과 요기요의 기업결합심사가 통과되면 그 이후엔 말 그대로 DH 연합군과 쿠팡이츠의 경쟁이 본격화된다. 쿠팡은 지난 5월부터 서울 일부 지역에서 음식 배달 서비스를 시작해 배민과 요기요보다는 출발이 많이 늦었지만, 수년간 로켓배송을 운영하며 구축한 배달(배송) 노하우라는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다만 쿠팡 관계자가 “쿠팡이츠 점유율은 아직 매우 미미하다”라고 언급한 것처럼, 한 자릿수 점유율을 지닌 쿠팡이츠와 과점을 넘어 독점이라 할 만한 배민과 요기요, 배달통 3사의 규모는 비교가 불가능하다. 최근 국내 서비스를 종료한 우버이츠의 전철을 밟을 것이 아니라면 쿠팡이츠도 현재보다 더 공격적인 전략을 세워야 하는 상황이 온 것이다.  

DH 연합군 탄생의 약점으로 지목되는 것이 향후 마케팅 축소다. 그동안 배민과 요기요는 업계 1, 2위 자리를 놓고 점유율을 빼앗아 오기 위해 공격적인 할인 쿠폰 제공, 첫 주문 시 1만원 할인 등 파격 혜택을 쏟아냈다. 올해 3월 강신봉 요기요 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배민과의 경쟁을 의식해 “마케팅비를 2배 이상 늘리겠다”고도 했다. 물론 배민은 이번 합병으로 배민과 요기요 간 경쟁 구도에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한 회사에 묶인 이상 이전과 같은 점유율 경쟁 열기는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배달비 인상, 혜택 축소 등이 우려되는 이유다. 

쿠팡이츠가 이 틈을 타 가격 경쟁에 더욱 적극적으로 뛰어들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현재 쿠팡이츠는 서비스 론칭과 동시에 첫 주문 시 5000원 할인과 친구 추천 쿠팡 캐시 등을 제공하고 있다. 아직까진 1만원 쿠폰을 뿌리고 있는 요기요에 비해 미미한 수준이지만 향후 시장점유율 제고를 위해서는 할인만한 카드가 없다. 

가격만큼이나 배달 서비스 경쟁력도 중요하다. 배민은 현재 24시간 배달을 하고 있다. 식당만 열려 있다면 새벽 1시에도 배달이 가능하다. 쿠팡이츠는 주말에는 오전 9시부터 자정까지, 평일에는 오전 10시부터 자정까지 배달한다. 배달 가능 시간을 늘리는 것과 같은 서비스 개혁 없이는 비대한 DH 연합군의 서비스에 눌릴 수밖에 없다. 

배민의 즉시 배달 부분도 쿠팡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한다. 익일배송은 전국적으로 쿠팡이 꽉 잡고 있지만, 분(min.) 단위 즉시배송은 배민이 스타트를 끊었다. 배민은 지난해 베타 버전으로 출시했던 배민마켓을 최근 B마트로 정식 론칭했다. 도심형 물류센터에서 분 단위 배송을 하는 B마트는 쿠팡의 익일배송(D+1)이 긁어주지 못한 ‘초소량 즉시배달’ 니즈를 정확히 간파한다. B마트 즉시배송이 이커머스 배송의 정확한 대체 서비스는 아니지만, 향후 규모가 성장하면 일정 규모의 소비 수요를 빼앗아 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쿠팡이 당장 B마트와 같은 즉시배송을 시작하지 않더라도, 향후 도심형 물류센터를 활용해 익일배송의 시간을 더욱 줄일 수 있을 것으로도 보인다. 쿠팡은 지난 10월 현대오일뱅크와 손잡고 주유소 자리를 로켓배송을 위한 도심형 물류센터로 활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쿠팡 관계자는 “현재 서울 일부 지역에서 현대오일뱅크 부지를 테스트 사용 중”이라고 설명했다.

당장 쿠팡이츠의 즉시배송과는 관련이 없지만 도심형 물류센터라는 점에서 향후 쿠팡의 즉시배송 거점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활용도가 주목된다. 그리고 이미 쿠팡은 와우클럽 회원에 한해 3000~4000원의 소량 물품 무료 로켓배송을 진행하고 있기도 하다. 

/사진=쿠팡이츠 앱 화면 갈무리.
/ 사진=쿠팡이츠 앱 화면 갈무리.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