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반포 15차·반포 3주구 계약 해지···해당 건설사들 소송으로 맞대응
대형 건설사들, 주인 없는 사업장에 눈독···“정비사업 위축 우려에 실적 챙기기 나서”

/ 사진=연합뉴스

최근 서울 재건축·재개발 사업장에서 시공사 교체가 속출하고 있다. 조합이 기존 시공사와 계약을 해지하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조합은 입찰 때와 다른 공사비를 제시하는 등 기존 시공사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를 내세운다. 일부 사업장에서는 계약 해지를 놓고 조합과 시공사 간 법적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조합이 소송전까지 불사하며 시공사를 바꾸는 것은 정비사업 분위기가 예전에 비해 크게 바뀌었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올해부터 정비사업 수주 물량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조합들이 우위를 선점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건설사들 역시 일감이 적다 보니 이미 다른 건설사로 확정됐으나 시공사 교체 움직임이 활발한 사업장을 넘보고 있다.

◇기존 시공사 소송에도 ‘계약 해지’ 강행

10일 정비업계 등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신반포 15차 재건축 조합은 지난 5일 열린 임시총회에서 시공사인 대우건설과의 계약 해지 안건을 가결했다. 앞서 조합은 지난 2017년 대우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하고 3.3㎡당 499만원에 공사비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설계 변경으로 인한 공사비 증액분을 놓고 대우건설과 갈등을 빚어 왔다. 대우건설과 조합이 제시한 예상 증액 공사비는 각각 500억원, 200억원이다. 300억원에 달하는 간극이 발생하면서 양측의 대립은 계속됐다. 결국 조합은 공사 지연이 당연시되는 상황에서도 계약 해지를 결정했다. 대우건설은 시공사 계약 해지가 부당하다며 총회 결의 무효·시공자 지위 확인 소송을 제기한다는 방침이다.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재건축조합 역시 최근 기존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현산)과의 관계를 정리하고 새로운 시공사를 찾아 나섰다. 조합은 지난해 4월 현산을 시공사 우선협상자로 선정했다. 하지만 900억원대 특화설계와 공공기반시설의 공사 범위가 입찰 제안 당시와 다르다는 이유로 조합과 현산 간에 마찰이 계속돼 왔다. 양측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급기야 조합은 시공사를 바꾸기로 결정했다. 이달 23일 현산의 시공권을 박탈하기 위한 총회를 열 예정이다. 현재 삼성물산·현대건설·GS건설 등 대형 건설사 7곳이 참여 의사를 밝혔다. 조합은 다른 대형 건설사를 선정하면 더 많은 수익을 낼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시공사 지위를 내려놓지 않겠다는 현산 측의 입장이 공고한 만큼 양측의 갈등은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서대문구 홍은13구역 재개발조합는 지난 2일 신규 시공사 입찰을 공고했다. 라인건설의 시공사 지위 해지를 결의한 지 약 두 달 만이다. 조합은 지난 2017년 라인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한 바 있다. 그러나 마감재 선정과 관련해 시공사와 조합이 마찰을 빚으면서 지난 10월 조합 총회를 열고 시공사 지위를 박탈했다. 홍은13구역의 사업비는 3000억원에 육박한다. 현재 GS건설·HDC현대산업개발·한화건설 등 10개 건설사가 관심을 나타냈다. 조합의 계약 해지에 라인건설은 법원 소송으로 대응했다. 지난달 25일 서울서부지방법원에 시공사 지위확인, 공사도급계약 해지 무효 등 가처분신청을 낸 상태다. 공사비 1000억원 규모의 보문5구역 재개발 사업장 역시 비슷한 이유로 지난 8월 기존 시공사였던 호반건설과의 관계를 정리하고 HDC현대산업개발을 새로운 시공사로 검토하고 있다. 

◇정비사업 위축으로 조합 우위 선점···“무리한 시공사 교체, 막대한 비용 발생할 수도”

업계에서는 서울의 정비사업 일감이 줄어들다 보니 조합의 힘이 세졌다고 분석한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등의 여파로 최근 정비사업 시장은 상당히 위축돼 있다. 수익성 감소를 우려한 조합들이 사업 진행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건설사들의 먹거리가 줄어들고 있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시공사가 교체되는 사업장에는 건설사들이 몰린다. 각종 소송전에도 조합이 사업을 강행하는 이유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서울같이 수익성이 있는 사업장은 한정돼 있는데 들어오려는 건설사는 많다 보니 우위가 조합으로 넘어간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다만 무리한 시공사 교체는 소송에 묶여 사업 지연과 막대한 비용을 발생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기존 시공사를 해지하고 평판이 더 좋은 건설사를 선정하면 수익성이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계약 해지를 당한 건설사들이 가만히 있을 리 없다”며 “각종 소송전으로 인해 일어난 막대한 비용이 발생할 경우, 조합원들이 이 비용을 모두 부담해야 하는 만큼 신중한 결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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