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전증 치료제 ‘엑스코프리’ 물질 개발·임상·판매 독자 행보···조정우 사장 “2분기 출시 예정, 미국 판매에 무모할 정도로 투자”
투자업계 “몸값 적게는 5억원으로 내년 상반기 상장 예상”

조정우 SK바이오팜 사장이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발언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조정우 SK바이오팜 사장이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발언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서 뇌전증 치료 신약 허가를 받은 SK바이오팜이 2분기 본격 출시에 나선다. SK바이오팜은 현지 파트너사 없이 SK 미국법인을 통해 현지 판매를 시작한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SK바이오팜이 미국에서 신약 허가를 받음에 따라 내년 상반기에 상장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점치고 있다. 

조정우 SK바이오팜 사장은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미국 FDA에서 품목 허가를 받은 뇌전증 신약 '엑스코프리'(성분명 세노바메이트)를 내년 2분기부터 미국에서 판매할 것이라고 밝혔다.

엑스코프리는 SK바이오팜이 지난 2001년 후보물질 탐색부터 임상시험, FDA 허가까지 독자적으로 진행한 뇌전증 신약이다. FDA는 성인 뇌전증 환자의 부분발작 치료제 엑스코프리를 허가했다. 뇌전증 치료제 시장은 2022년까지 69억 달러(약 7조원) 규모 정도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조 사장은 "엑스코프리는 국내 제약사에서 신약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 개발, 판매 허가, 신청까지 기술수출 없이 독자적으로 진행한 첫 사례"라며 "하나의 약이 개발되기까지 평균 10~15년이 걸리고 1조~2조원이 투자된다. 개발 단계에서 과제가 많았지만 실제 임상 성공은 얼마 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SK바이오팜은 2020년 2분기 안에 미국 시장에 엑스코프리를 출시하겠다고 발표했다. 

판매와 마케팅은 미국법인 SK라이프사이언스가 직접 맡을 예정이다. SK라이프사이언스는 영업 인력을 충원하고 내년 1월부터 1만4000여 명의 의사를 상대로 영업‧마케팅을 개시한다. 미국을 12개 권역으로 나눠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조 사장은 "미국이 신약에 보수적인 것은 맞지만 좋다는 소문이 나면 판매율이 급격하게 올라간다. 3년 전부터 미국 판매를 위한 인사 영입에 무모할 정도로 투자했다"며 "내년에 판매를 통해 결과를 보여드리겠다. 토종 혁신 신약이 글로벌 제약사와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성장했다"고 자신했다.

한편 미국에 진출한 국내 제약‧바이오업체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SK바이오팜이 현지 마케팅 전략을 어떤 형태로 펼칠지가 주목되고 있다. 복제약인 바이오시밀러의 경우에는 글로벌 제약사들과 셀트리온, 삼성바이오에피스 모두 '저가 경쟁'과 '시장 퍼스트무버' 전략을 펼치고 있다.

반면 신약의 경우에는 상황이 다르다. 미국 시장은 제약사와 중간 유통사, 약국, 병원 사이에 협력관계가 견고하기 때문에 신약이 진입하기 힘들다. 또한 약을 직접 사용하는 병원도 신약에 보수적이다. 따라서 국내 제약사들은 현지 마케팅과 판매를 맡을 파트너사를 찾아 계약을 맺는다. 하지만 SK바이오팜은 파트너사 없이 현지 영업망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바이오 신약에 우호적이긴 하지만 현재 자국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낮은 약가로 시장을 공략하는 한국 업체들을 견제하는 상황"이라며 "SK바이오팜이 실질적인 판매 수치를 보이기까지는 2년 정도가 걸릴 텐데 그 안에 영업망을 만드는 것이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증권가에서는 내년 SK바이오팜의 상장을 거의 확실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SK바이오팜의 시가총액이 최소 5조원, 최대 10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한다. SK바이오팜은 지난달 25일 코스피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하고 기업공개(IPO) 절차에 들어갔다.

선민정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SK바이오팜은 이번 세노바메이트 시판 허가 획득으로 내년 상반기 상장이 확실시된다"며 "기업가치는 아직 확정된 바 없으나 세노바메이트 가치만 대략 5조5000억원으로 추정돼 시가총액은 대략 6조∼8조원 규모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어 선 연구원은 "SK바이오팜이 상장하면 공모금액만 대략 1조원 이상이 될 수 있다"며 "세노바메이트가 글로벌 임상 2b상에서 기존 부분발작 치료제인 UCB사의 빔팻 대비 우수한 발작 억제 효과를 입증한 점을 고려하면 출시 후 6∼7년부터는 약 1조원 규모의 매출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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