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개 품목은 발암물질 검출 기준에 관계없이 판매 중지···업계 “과도한 조치” vs 식약처 “국민 건강 위한 보수적 결정”
나머지 품목도 적합 사실 증명해야 출하 가능···정부 “대다수 제약사가 관련 기계 보유” 강조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제약업계와 의약품 도매업계가 최근 정부의 니자티딘 제제 판매중지와 회수 조치에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정부의 조치가 과도하다고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반면 정부는 국민 건강을 위한 조치라며 이해를 구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22일 니자티딘 성분 완제 의약품 13개 품목에 대해 발암 가능 물질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 초과 검출을 사유로 제조·판매중지와 회수 방침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니자티딘은 위산과다, 속 쓰림, 위궤양, 역류성식도염 등 치료약에 사용하는 성분이다. NDMA는 세계보건기구 국제암연구소(IARC)가 지정한 인체 발암 추정 물질이다. 

식약처의 이번 조치는 이미 판매중지와 회수 조치를 확정한 라니티딘 제제에 이어 원료의약품 안전관리를 강화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를 접한 제약업계와 의약품 도매업계는 라니티딘 제제에 대한 판매중지와 회수 조치에 이어 2개월여 만에 과도한 조치가 이뤄졌다며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의약품 제조와 판매, 유통을 책임지는 업계 차원에서 일견 합리적 근거를 바탕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제약업계는 판매중지된 13개 품목 전체가 대상이 된 점을 지적하고 있다. 식약처에 따르면 니자티딘 성분 원료의약품(4종) 전체 제조번호 및 사용 완제 의약품을 수거해 검사한 결과, 일부 제조번호에서 NDMA가 잠정관리기준(0.32ppm)을 조금 초과해 검출됐다. 완제 약 13개 품목에서 NDMA가 0.34∼1.43ppm 검출된 것이다.

하지만 더 정확히 말하면 13개 품목 전체가 아니라, 이 중 일부 제조번호에서 검출됐다. 식약처도 인도 솔라라사가 공급한 원료약이 문제가 된 제조번호라고 확인했다. 즉, 13개 품목 중 솔라라사가 공급한 제조번호만 판매중지가 돼야 한다는 것이 제약업계의 주장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결국 13개 품목 전체가 판매중지 대상에 포함됐다. 단, 식약처는 13개 품목 중 문제가 된 제조번호만 회수 대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13개 품목 중 제조번호를 구분해 판매중지해야 함에도 일률적으로 중지 조치를 내린 것은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라고 비꼬았다. 식약처도 니자티딘 성분 전체 완제 약 중 일부 제품 제조번호에서 검출된 NDMA를 단기 복용한 경우 인체에 위해가 나타날 우려는 크지 않다는 점을 인정한 바 있다. 

반면 식약처는 국민 건강을 위한 조치라는 점을 강조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13개 품목을 제조번호별로 구분하면 여러 과정에서 섞일 우려가 있다”며 “국민 건강을 위해 보수적으로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제약업계가 제기하는 또 다른 문제는 13개 품목을 제외한 나머지 니자티딘 제제다. 식약처는 제약사들에게 공문을 보내 제조번호별 NDMA 시험 결과를 거쳐 적합 제품만 출하시키라고 지시했다. 구체적으로 이미 출하한 니자티딘 제제 품목을 제외하고 매 제조번호별로 NDMA 시험검사를 실시한 후 NDMA가 잠정관리기준에 적합한 경우만 출하하도록 지시한 것이다. 일종의 조건부 출하를 공식 요청한 셈이다.  

이에 제약사들은 검사기관을 찾기 힘들다는 현실적 고충을 토로했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13개 제품에 포함되지 않아 마음을 놓고 있었는데 제조번호별로 출하 전 검사를 받으라는 지시는 또 무엇인지 알 수 없다”며 “정부 검사에서 이상이 없다는 점이 확인됐는데 이제는 검사 부담을 각 업체에 지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식약처는 각 업체별로 검사 기계가 구비돼 있으며, 다른 제조업체에도 의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대다수 제약사가 QC(품질검사) 과정에서 액체크로마토그래피를 보유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혹시 검사 기계가 없는 업체는 보유 업체에 의뢰할 수 있고, 보건환경연구원을 포함한 기관에도 의뢰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불만은 도매업계에서도 나온다. 상대적으로 라니티딘 제제에 비해서는 규모가 작지만 연이어 발생한 회수 작업으로 인한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다. 지역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라니티딘 제제 품목 회수 작업도 끝나지 않았다고 업계는 설명한다. 한 도매업소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추가 비용이 들어가는 상황에서 니자티딘 제제까지 회수한다면 부담이 매우 크다”면서 “향후 어느 시점에서 작업이 모두 끝날지 알 수 없어 답답한 측면이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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