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先 ‘특별연장근로 요건 완화’ 시 국회서 탄력근로제 확대해도 정부 조치 자동 철회 아냐
정부 “입법 상황·범위 따라 달라질 것”···노동계 “주 52시간제 사실상 무력화” 우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1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인사말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1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인사말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주52시간제 도입과 관련해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에 더해 특별연장근로 요건 완화까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국회의 탄력근로제 개정이 늦어질 경우 시행규칙을 개정해 특별연장근로 인가 사유에 경영 사유를 포함하겠다고 했다. 이 경우 추후 국회서 탄력근로제 기간을 확대해도 정부의 특별연장근로 완화 조치는 자동 철회되지 않는다.

지난 18일 고용노동부는 주 52시간제 도입과 관련해 보완대책 방향을 밝혔다. 고용노동부는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탄력근로제 확대 법안 등이 입법이 안 될 경우 중소기업에 대해 계도기간을 부여하고, 시행규칙을 개정해 전체 기업에 대해 특별연장근로 인가 사유를 최대한 확대하겠다고 했다.

현재 시행규칙에서 ‘재난 및 이에 준하는 사고 발생’시에만 특별연장근로 인가를 허용하고 있으나 일시적인 업무량 급증 등 ‘경영상 사유’도 특별연장근로를 활용할 수 있도록 최대한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고용노동부는 “입법 논의 상황을 조금 더 지켜보되, 논의에 진전이 없을 경우 시행규칙 개정 절차에 착수해 내년 1월 중에는 개선된 제도를 시행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며 “다만 행정조치로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한계가 있다. 반드시 이번 정기국회에서 탄력근로제 개선 관련 법안을 통과시켜 주기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문제는 국회의 탄력근로제 확대 법안 처리가 늦어져 정부가 계획한 관련 시행규칙을 먼저 개정한 후 국회에서 탄력근로제 법안을 처리했을 경우다. 이 경우 정부의 시행규칙 개정은 자동 철회되지 않는다. 국회의 관련 법 처리 내용에 따라 정부의 시행규칙은 철회될 수도, 유지될 수도 있다.

25일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국회의 법 처리가 늦어질 경우 정부는 시행규칙 개정을 통해 보완 대책을 실시한다. 추후 국회서 탄력근로제가 개선돼도 정부의 시행규칙 개정은 자동 철회되는 것은 아니다”며 “국회서 어떤 내용으로 탄력근로제 관련 법 처리가 이뤄졌는지 보고 이를 통해 철회나 유지 등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별연장근로 요건 완화의 시행규칙 개정의 경우 현재 국회에서 선택근로제나 특별연장근로도 논의가 되고 있기에 어떤 범위까지 국회서 처리되느냐에 따라 다를 것”이라며 “국회서 특별연장근로까지 법으로 처리하면 시행규칙은 이를 따라가야 하고, 만약 국회서 탄력근로제 확대만 처리 한다면 시행규칙은 그대로 갈수도 있다. 입법 상황이나 범위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정부의 관련 시행규칙 개정 계획에 노동계는 주 52시간제가 사실상 무력화된다며 반발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참여해 탄력근로제 확대에 합의한 한국노총과 경사노위에 참여하지 않은 민주노총 모두 정부의 시행규칙 개정을 통한 특별연장근로 요건 완화 자체에 반대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정부가 시행규칙 개정을 통해 특별연장근로 요건에 경영상 사유를 포함하는 것 자체에 반대한다. 이는 자연재난이나 사회재난 등의 수습, 긴급복구를 위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허용되는 인가 특별연장제도의 취지를 왜곡한다”며 “제도의 취지를 벗어난 시행규칙 개정 시행 시, 법률에 위반되는 정부의 행정권 남용으로 인한 기본권 침해 관련 헌법소원 및 위법한 시행규칙 관련 행정소송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민주노총은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 자체도 반대한다. 그런데 정부가 시행규칙 개정으로 특별연장근로 요건에 경영상 사유를 포함하는 것은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만 담은 경사노위 합의마저도 지키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정부와 여당은 탄력근로제 확대에 특별연장근로 요건 완화까지 함께 추진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이는 주 52시간에 도입을 무력화하고 한국 노동자들은 여전히 장시간 노동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기업들의 주 52시간제 적응을 위해 인건비와 공정 혁신을 지원하고 원청의 돌발 납품 요구 등을 해결해야 하는데 이는 내버려두고 노동시간 단축을 무력화시키는 시행규칙 개정을 하려한다”고 했다.

반면 경영계는 “특별(인가)연장근로가 법적 안정성 없이 행정부에 의해 추가 연장근로시간 범위와 관리방식이 변동되는 등 불확실하고 불안정한 점을 감안해 법으로 제도화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노사가 자율적으로 근로시간 문제를 풀어갈 수 있는 정상적 유연근무제도들인 탄력적 근로시간제와 선택적 근로시간제 개선이 이번 국회에서 반드시 입법돼야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국회서 탄력근로제 관련 법 개정이 늦어질 경우 늦어도 오는 12월 중순 또는 하순까지는 시행규칙을 개정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현재 국회서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관련 개정안이 해당 상임위인 환경노동위원회에서 계류중이다.

한국당은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현행 3개월에서 최대 1년으로 늘리고, 선택·재량근로제 정산기간 확대, 특별연장근로 요건 완화 등을 주장하고 있다. 이에 민주당 환노위 간사인 한정애 의원은 “자유한국당이 탄력적근로시간제 단위기간 6개월 확대만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해, 한국당이 주장하는 내용과 ILO(국제노동기구) 핵심조약 관련 노동조합법 개정 등을 함께 추진하는 패키지 딜을 제안했다”고 지난 14일 밝혔다. 그러나 이를 논의할 환노위 고용노동소위 일정 조차 잡지 못하는 등 관련 개정안 처리 논의가 진전되지 않고 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