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선종 편중된 중형 조선사들···“성동조선 전철 밟을 것”
“반복적 공적자금, 결국엔 한계 드러내···각 업체별 특화 선종 해법 필요”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성동조선해양의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HSG중공업과 큐리어스파트너스 컨소시엄이 선정됐다. 중형 조선사의 새 주인 후보로 중소조선사가 유력시된 셈인데, 현재 국내 조선업계의 한계와 문제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평가를 얻는다. 특히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형 조선사들의 생존을 위한 대책 마련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는 분위기다.

22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HSG중공업은 경남 창원에 있다. 선박 부품을 제조하고 가공하는 데서 기술력을 인정받은 업체로 꼽힌다. 특히 LNG펌프타워 분야에선 글로벌 1위의 점유율을 자랑하는 곳이다. 성동조선해양은 창원과 이웃한 통영에 자리 잡고 있다. HSG 측은 이곳 부지를 활용해 선박 블록 제작 등의 사업 확대를 꾀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선 다소 아쉽다는 평가가 많다. 시황 변화에 발맞춰 제대로 된 체질 개선이 이뤄지지도 못한 상태에서 공적자금만 투입됐고, 나름의 영역을 구축했던 조선소가 대형 조선소의 하청업체로 전락하는 모습이 안타깝다는 이유에서다. 문제는 성동조선해양 외에도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 중형 조선사가 상당수라는 점이다.

국내에서 성동조선해양과 더불어 대표적인 중형 조선사로는 한진중공업, STX조선, 대한조선, 대선조선 등이 꼽힌다. 국내 중형 조선사들은 △중형 탱커 △중형급 컨테이너선 △벌크선 등 한정된 선종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중형 조선사들의 3분기 수주량은 5척에 불과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특정 업체의 문제가 아닌 특정 규모의 조선사들이 공통적으로 떠안고 있는 문제”라면서 “단순히 시차를 뒀을 뿐이며 성동조선해양의 전철을 밟을 업체가 수두룩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조선소 특성상 많은 고용이 수반되고, 연계된 후방 산업들이 두텁다 보니 공적자금만 반복적으로 투입돼 왔는데, 이로선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정부 주도 아래 각 업체별로 ‘선종 특화’를 꾀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 등으로 대표되는 ‘빅3’는 물론 각 업체별로도 차별화를 바탕으로 경쟁력을 키우자는 의미다. 정부 입장에서도 반복적으로 행해진 소모적 자금 투입보다 훨씬 효율적인 지원이 이뤄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신동원 인하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국내 중형 조선사들은 자금뿐 아니라 기술력 등에서 속속 한계를 드러내는 실정”이라며 “크지 않지만 꾸준한 수요가 있고, 우리 업체들이 충분히 승산이 있을 수 있는 선종을 선택해 각 업체별로 하나씩 맡게 하는 방법이 지금으로선 가장 효과적인 지원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신 교수는 “정부 주도로 각종 연구기관과 업계 빅3의 기술적 지원 등이 더해진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면서 “특정 조선소가 특정 선박만 제조하는 방식을 택한다면 생산성이 높아질 것”이라 부연했다. 더불어 “여전히 선주들은 중국보다 한국을 선호하는 경향이 짙다”면서 “중국과 동일한 가격 수준만 구현할 수 있다면 충분히 승산은 있으며 단순하고 반복적인 선박 제작은 가격경쟁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우리 중형조선소들이 도전할 만한 선종으로는 △여객선 △원양어선 △쾌속선 △요트 등이 지목된다. 특히 여객선의 경우 세월호 참사 과정에서 잘 알려진 대로 대부분 일본의 노후 선박을 들여와 개조하는 경우가 빈번한데, 국내 연안여객선 등의 수요는 갈수록 늘어나는 상황이어서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꼽힌다.

특히 최근 크루즈시장에서 캐리비안·지중해 등을 위협하는 신흥 시장으로 동남아시아가 꼽히는 만큼, 여객선 수출 시장도 충분히 승산이 있는 분야로 꼽힌다. 대형 어선으로 꼽히는 원양어선과 도서 지역을 오가는 데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는 쾌속선, 국내에서도 수요가 늘어나는 각종 규모의 요트 등도 우리 중형 조선사들이 충분히 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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