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아청법 위반 아니다’ 원심판결 뒤집고 파기환송···"사회 평균인 시각에서 명백히 청소년으로 인식될 수 있어"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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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복 입은 성인 여자 주인공이 등장하는 음란 애니메이션도 일반인의 눈에 청소년으로 보인다면 아동·청소년을 이용한 음란물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6일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아청법) 등 혐의로 기소된 임모(45)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일부 무죄로 인정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수원지방법원에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아청법 위반을 무죄로 판단한 1심‧2심과 달리 애니메이션이 아청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사건 재심리를 요구했다.

재판부는 “‘아동·청소년으로 인식될 수 있는 표현물’이란 사회 평균인의 시각에서 명백히 청소년으로 인식될 수 있는 표현물을 의미한다”고 전제했다.

이어 “이 사건의 만화 동영상들은 모두 학생으로 설정된 표현물들이 교복 등을 입고 등장해 학교 교실, 양호실, 체육관, 옥상 등에서 선생님이나 동급생 등과 성교 행위나 유사 성교 행위를 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며 “표현물들에 부여한 특징들을 통해서 설정한 나이는 19세 미만임을 알 수 있고, 청소년으로 인식될 수 있는 표현물에 해당한다”며 “이 사건 만화 동영상들은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에 해당한다”고 결론을 냈다.

파일 공유 사이트 전 대표인 임씨는 지난 2010년 5월부터 2013년 4월까지 사이트 이용자들이 음란 애니메이션을 올리고 있음을 알고도 이를 방조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사이트는 갑질과 폭행 등 혐의로 기소된 양진호 전 한국미래기술 회장이 실소유자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1심은 임씨의 방조죄를 인정해 벌금 500만원을 선고하면서도 검찰이 증거로 제출한 애니메이션이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내렸다. 당시 1심은 “이 사건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캐릭터를 제작하는데 실제 아동·청소년이 참여했다거나, 아동·청소년이 출연한 것처럼 조작됐다거나, 스토리 등을 통해 각 캐릭터가 실제 아동·청소년으로 인식될 수 있는 표현물에 해당한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를 발견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이 사건 애니메이션이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에 해당함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다며 항소했지만 2심도 “등장인물이 다소 어려 보인다는 사정만으로 ‘아동·청소년으로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 등장하는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이라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한편 대법원은 지난 5월에도 아청법 상 음란물 제작·배포 등 혐의로 기소된 박모(74)씨의 상고심에서 교복을 입은 여고생 캐릭터의 성행위 장면을 담은 애니메이션이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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