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SUV에 판매량 밀렸던 세단, 지난달 쏘나타·그랜저·아반떼로 반격 준비
신형 그랜저, 첫날에만 1만7294대 사전 계약···신형 SM6·K5 등도 출격 예정

더 뉴 그랜저. / 사진=현대차
더 뉴 그랜저는 사전 계약 시작 첫날 1만7294대의 계약 건수를 기록했다. / 사진=현대차

그동안 위축돼 있던 세단이 반격에 나섰다. 쏘나타와 K7 등으로 어렵게 버텨낸 세단은 월 판매량에서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따라 잡히며 ‘세단의 시대는 끝났다’는 반응을 자아냈다. 하지만 최근 A6 출시를 비롯해 신형 그랜저, 완전변경(풀체인지)이 이뤄진 신형 K5, SM6의 출시 예고가 이어지며 세단 차종이 다시 주목받는 모습이다.

6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가 집계해 발표한 판매대수에 따르면, 올 1~9월 세단의 누적 판매대수는 47만2051대로 SUV 판매 실적(42만8097대)과 큰 차이가 없다. 전년과 상승세를 비교해봐도 SUV는 지난해보다 판매량이 6.1% 늘어났고 세단은 8.7% 줄어들었다.

10년 전 5배 넘게 차이 나던 실적이 어느새 비슷한 수준으로 집계되면서 시장에선 세단의 부흥기가 끝나고 SUV 시대가 시작됐다는 말이 나왔다. 실제로 지난 9월엔 처음으로 SUV가 세단의 판매량을 넘어섰다. KAMA에 따르면 국내 완성차를 기준으로 지난 9월 SUV 판매량은 4만7997대였다. 세단(4만6812대)보다 1100대가량 많이 팔렸다.

그러나 이 같은 흐름이 바뀔 조짐이 보이고 있다. 일단 셀토스 등 신형 SUV의 판매 실적이 출시 초기 이후 다소 하락세를 보이는 반면 기존 세단 차량들의 판매량은 꾸준하게 유지되고 있다. 지난달 차종별 국내 판매 순위를 살펴보면 1위(쏘나타), 2위(그랜저), 5위(아반떼)를 세단이 차지했다. SUV는 싼타페(4위)가 유일했다. 지난 9월 싼타페와 셀토스가 각각 1위와 3위를 차지한 것과는 다른 결과다. 셀토스는 지난 7월 출시된 이후 상승세를 보이다 지난달 5511대로 전월 대비 9.78% 감소한 실적을 나타냈다.

현대자동차는 ‘더 뉴 그랜저’를 이달 출시할 예정이다.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임에도 전면부에 ‘파라메트릭 쥬얼’ 패턴 등 새로운 헤드램프와 그릴을 적용해 소비자들에게 이전 모델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을 연출했다는 평가다.

이에 힘입어 신형 그랜저는 첫날에만 1만7294대가 사전 계약됐다. 이는 부분변경 모델로는 가장 많은 계약대수이며, 현대차 자체 기록도 넘어선 수치다. 현대차 모델 가운데 사전 계약 첫날 계약대수가 가장 많았던 차는 2016년 11월 출시된 6세대 그랜저였다. 당시 그랜저는 첫날 1만5973대의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완전 변경 모델이 아닌 부분 변경된 차가 최다 사전 계약 기록을 달성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며 "이는 미래지향적 디자인과 첨단 사양이 적용돼 신차급으로 개선된 상품성이 소비자들에게 큰 관심을 끌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기아차 역시 K5의 완전변경 모델 출시를 연내 계획 중이다. 지난달 29일 기아차가 공개한 신형 K5의 렌더링 이미지를 통해 유추해 보면, 좌우로 크기를 넓힌 그릴 등 전면부를 비롯해 전체적인 디자인이 기존 모델의 디자인 요소와는 전혀 다를 것으로 예상돼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르노삼성자동차도 주력 모델 중 하나인 SM6의 신형 모델을 내년 중에 출시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주요 개선 내용으론 그동안 지적받아 온 주행보조(ADAS) 등 안전 및 편의사양의 보강이 이뤄질 것으로 파악됐다. SM6는 올 1~9월 동급 차량에 비해 부족한 편의사양 탓에 전년 대비 31.8% 줄어든 1만3569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수입차 시장에서도 세단의 반격이 매섭다. 지난달 23일 출시한 아우디의 8세대 신형 A6는 뒤늦은 출시에도 지난달 478대가 판매됐다. Q7에 이어 신형 A6도 1000만원 수준의 할인 전략을 펼치면서 판매량은 상승세를 그릴 것으로 예상된다. 아우디는 지난번 Q7의 사전 계약 이후 추가 할인을 진행해 ‘고무줄 가격’ 논란을 빚었다. 그럼에도 Q7은 할인 전략에 힘입어 지난달 1394대가 팔려 수입차 시장 최다 판매 모델로 올라섰다.

업계 한 관계자는 “SUV 수요가 늘어나고 있지만, 세단을 완전히 넘어서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세단을 찾는 고정 수요는 언제나 상당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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