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세타2 엔진 관련 비용 제외하면 1조원대 영업익 달성”
중국 시장 판매 부진 장기화에 대해선 “현실적 생산 계획 통해 수익성 개선”

현대차 3분기 실적 추이. /인포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현대차 3분기 실적 추이. / 인포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현대자동차가 올 3분기 378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시장 전망치를 하회했다. 영업이익률은 1.4%를 기록해 지난해와 비교해 0.2%p 상승에 그쳤다. ‘V’자 반등에 시동이 걸렸지만, 세타2 엔진 보상 및 보증 등으로 인해 영업 부문 비용이 전년 동기 대비 19% 늘어난 것이 실적에 악재로 작용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지난해 12월 해외법인장 회의를 주재하면서 “2019년을 V자 회복의 원년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정 부회장의 계획처럼 올해 상반기 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26.37% 개선됐다. 3분기 실적도 전년 동기 대비 회복세를 보였다. 하지만 이는 기저효과에 따른 것일뿐 1조원대 영업이익을 회복한 직전 분기와 비교하면 다소 아쉬운 실적이다.

현대차는 24일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경영실적을 발표하는 컨퍼런스콜을 열고 올 3분기 매출액 26조9689억원원, 영업이익 3758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0.4% 늘어났고 영업이익도 31% 증가했다. 당기순이익 역시 전년 동기 대비 50.5% 증가한 4605억원으로 집계됐다. 당초 시장에선 현대차의 3분기 실적을 매출액 25조8431억원, 영업이익 5333억원으로 예상했다.

◇ 세타2 충당금 탓에 1조원대 영업익 깨져

현대차는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이 2889억원에 그치는 ‘어닝 쇼크’와 함께 영업이익률 1.2%를 기록해 시장에 충격을 줬다. 이 때문에 올 3분기 실적을 지난해 같은 기간 실적과 비교하면 실적을 소폭 회복한 듯 보인다.

하지만 최근 실적과 비교해보면 올해 3분기 실적은 아쉬움이 남는다. 지난 2017년 3분기(1조2042억원) 이후 6분기 연속 분기 영업이익 1조원을 넘지 못한 현대차는 직전 분기에서 1조237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1조원대 영업이익을 회복했다. 하지만 3분기 영업이익이 3785억원으로 나타나면서 1조원대 영업이익을 유지하지 못했다.

현대차가 직전 분기 영업이익을 유지하지 못한 것은 세타2 엔진에 대한 보상 및 보증 비용 때문이다. 2015년부터 시작된 세타2 엔진 결함 논란은 미국 현지에서 소송으로 이어졌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10일 일부 소송 건에 있어 사측과 원고측이 화해안에 합의하고 미국 법원에 화해합의 예비승인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세타2 엔진에 대한 보상 및 평생 보증을 실시한다고 덧붙였다.

이를 실시하기 위한 미래 발생 비용은 보상금 460억원을 포함한 약 9000억원이다. 해당 비용은 현대차가 약 6000억원, 기아차가 약 3000억원 부담한다. 3분기 실적엔 충당금으로 손실 반영됐다. 시장에선 현대차가 세타2 엔진 관련 내용을 발표하기 전까진 3분기 영업이익이 1조~1조2000억원 수준일 것으로 전망했다.

현대차 분기별 실적 추이. /인포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현대차 분기별 실적 추이. / 인포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이철곤 현대차 상무는 세타 2 엔진 이슈와 관련해 “높은 일회성 비용이 포함됐지만, 신뢰 회복 브랜드 이미지 제고를 위한 결정”이라면서 “이를 제외하면 3분기 약 1조원 수준의 영업익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도 이번 평생보증 프로그램 제공이 단기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더라도 중장기적으론 기업 경영 및 실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조수홍 NH투자증권 연구원은 “3분기에 단기적인 실적 충격은 불가피하지만 잠재적 불확실성이 축소되고, 11월 미국 공장 신형 쏘나타 생산 개시 전 합의안 도출 등으로 향후 중장기 브랜드·신차 판매 전략엔 긍정적인 영향이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 판매 부진에도 SUV가 매출액 이끌어

3분기 실적을 살펴보면, 현대차는 내수와 해외 시장 모두에서 글로벌 자동차 판매에서 하락세를 보였다. 내수에선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4.7% 감소한 16만3322대 판매에 그쳤다. 현대차 측은 주력 판매 모델인 그랜저가 부분변경 모델 출시를 앞두고 있던 점을 이유로 꼽았다.

해외 시장에서의 하락세도 여전했다. 현대차는 3분기 해외에서 94만40대를 판매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 하락한 수치다. 특히 중국 시장 판매 부진이 장기화 되는 것을 두고 구자용 현대차 전무는 “로컬 브랜드의 저가 SUV가 출시되고 있고, 중국 자동차 시장이 조정기에 진입됐다”면서 “향후 IX 25 등 신차 출시뿐 아니라 온라인 판매 등 디지털 마케팅을 적용하고 현실적인 생산 계획을 통해 원가 절감을 이뤄내 수익성 개선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현대차 3분기 IR자료에 따르면 중국 권역 도매 판매는 전년 대비 5.4% 감소했고, 인도 권역에서도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4% 줄어든 판매 실적을 보였다. 이외에도 러시아에서 1.4%, 중남아에서 4.1% 판매량이 감소했다. 북미 권역과 유럽 권역에선 각각 전년 대비 7.3%, 0.8% 판매량이 늘었다. 대형 SUV 팰리세이드와 소형 SUV 코나 EV 등이 각각 북미와 유럽에서의 판매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다만 차량 판매가 줄었음에도 매출 원가율 등이 전년 대비 1.3% 감소되며 자동차 부문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0.7% 늘었다. 영업이익도 흑자 전환했다. 매출원가율은 총매출액 중 매출원가가 차지하는 비중을 말한다. 이에 대해 현대차 측은 믹스 개선 및 인센티브 축소 등을 이유로 꼽았다. 이철곤 현대차 IR팀 상무는 “SUV 신차 중심의 판매 확대 등을 통한 믹스 개선, 미국 시장에서의 인세티브 절감 등으로 인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금융 부문과 기타 부문 매출액이 개선됐다. 금융 부문에선 우호적인 환율에 힘입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8.1% 늘어난 4조3670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기타 부문에서도 전년 대비 12% 늘어난 1조9810억원의 매출액을 달성했다.

다만 현대차는 본인들이 제시한 목표 달성을 위해선 수익성 개선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앞서 현대차는 2022년까지 자동차부문 영업이익률을 7%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올 3분기 자동차부문 영업이익률은 5.5%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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