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자닌 발행회사 재무적 리스크, 일반 기업보다 높아
리픽싱, 메자닌 투자자에게는 유리하지만 기존 주주에게는 불리
“신용평가 강화하고 리픽싱 횟수·기준 등 규제해야”

라임자산운용의 메자닌 펀드 환매 연기 사태가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메자닌과 관련된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메자닌 자산이 유독 투자자에게 유리하게 설정돼 있고 정보 비대칭성이 커 시장 왜곡, 신용 및 유동성 리스크 확대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일각에선 신용평가 강화, 전환가액 하향 조정(refixing·리픽싱) 규제 등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라임자산운용의 펀드 환매 연기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메자닌으로 초래될 수 있는 부작용을 살펴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업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국내에 적용되는 메자닌 관련 제도에서는 자칫 유동성 리스크나 시장 왜곡 등의 문제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메자닌은 이탈리아어로 건물 1층과 2층 사이에 있는 공간으로 채권과 주식의 성격을 함께 지니고 있는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을 지칭한다. 이들 자산은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채권의 형태를 띠지만 특정 상황에서는 주식으로 교환할 수 있다. 메자닌 투자자 대다수는 주식 전환을 통해 시세 차익을 기대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엔 만기까지 보유해 이자 수익을 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장점 뒤에 가려진 리스크도 존재한다. 예컨대 CB를 발행한 회사의 주가가 투자자와 약정한 주식 전환가액을 밑돌 경우 기대수익률이 저하된다. CB를 주식으로 전환하지 못해 만기까지 들고 간다 해도 해당 기업에서 자금 상환이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메자닌 자산의 부실 가능성이 존재하는 것이다. 그동안 CB는 성장성은 있지만 신용도가 낮은 성장 기업들의 자금 조달 수단으로 주로 쓰였는데, 이들의 자금 상환 능력은 일반 기업보다 떨어지기 때문이다. 

메자닌 투자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리픽싱도 시장 리스크를 높일 수 있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리픽싱은 CB나 BW를 발행한 기업의 주가가 떨어질 경우 주식 전환가액을 낮추는 옵션을 말한다. 메자닌 투자자 입장에선 리스크를 낮추는 수단이 되지만 기존 주주 입장에서는 그만큼 발행 물량이 많아져 주식 가치가 희석되는 리스크가 증가한다. 코스닥 상장사의 CB와 BW 발행액은 2017년 약 3조5000억원에서 지난해 약 5조7000억원으로 발행 규모가 확대된 상태다. 통상 CB 발행 1년 후 전환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잠재 물량이 그만큼 많은 상태로 풀이된다.

이에 일각에서는 메자닌과 관련한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우선 유동성과 신용 리스크를 낮추기 위해 CB 발행사의 신용분석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2010년부터 2018년까지 메자닌 발행 기업의 6.9%가 상장 폐지됐다”며 “기관투자자들의 메자닌 채권 인수 때 신용분석을 강화하는 관행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이미 국내에 존재하고 있는 전문가 중심의 준공모시장인 QIB(Qualified Institutional Buyers)에서 메자닌의 발행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통해 최소한의 신용분석 정보가 제공되는 메자닌 채권 시장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리픽싱과 관련해서도 개선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메자닌 투자가 그동안 헤지펀드 중심으로 인기가 높았던 데는 리픽싱의 매력이 크게 작용했다. 그렇지만 이는 기존 주주 지분 희석 문제로 불거져 시장 왜곡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개선이 필요하다”며 “리픽싱 횟수 제한이나 하한 기준을 정해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한편에서는 메자닌에 대한 과도한 제재는 모험자본 공급에 경색을 일으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메자닌이 벤처기업이나 성장성 있는 중소기업들의 자금줄 구실을 했는데 메자닌에 대한 투자의 매력도가 떨어지게 되면 모험자본 유입이 자연스럽게 줄어든다는 분석이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라임자산운용의 펀드 환매 연기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메자닌으로 초래될 수 있는 부작용을 살펴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업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 그래픽=셔터스톡.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라임자산운용의 펀드 환매 연기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메자닌으로 초래될 수 있는 부작용을 살펴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업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 그래픽=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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