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 시장 초우량채만 돈몰리는 ‘집중화’
리츠 주가 상승에 지난해와 달리 공모도 흥행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 저금리 구조 지속 등에 영향

국내 투자 시장에서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공모 회사채 시장에서는 우량채들의 흥행이 연이어 이어지고 있고 펀드 시장에서는 상장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와 같은 인컴형 자산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이는 국내외 경기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와 저금리 구조가 지속된 데 따른 영향으로 분석된다. 

◇ 공모 회사채 시장에서 나타난 안전자산 선호 현상

1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 14일 공모 회사채 시장에서 SK텔레콤이 2000억원어치의 채권 발행을 위해 기관 수요예측을 실시한 결과 1조3000억원 규모의 매수 주문이 나왔다. 발행액 보다 6배가 많은 자금이 SK텔레콤 채권을 사기 위해 몰린 것이다. SK텔레콤의 신용등급은 10개 투자적격등급 중 최고 등급인 ‘AAA+’로 그만큼 안정적인 회사채에 대한 수요가 많았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표=시사저널e.
표=시사저널e.

이같은 모습은 다른 우량채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이달 초 ‘AA+’ 신용등급의 포스코는 5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하기 위한 기관 수요예측에서 2조6200억원의 사자 주문이 들어왔다. 이는 올해 초 LG화학(2조6400억원)에 이어 사상 두 번째로 많은 금액이다. ‘AAA0’ 등급의 KT도 3000억원 공모채 발행에서 1조1000억원 규모의 기관 자금이 몰려 흥행에 성공했다.

반면 이들 대비 상대적으로 비우량한 A급 이하 채권들의 인기는 시들해진 모습이다. 지난 7일 ‘A+’ 등급의 군장에너지는 1000억원 규모 5년물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미매각이 발생했다. 지난달에는 A+등급인 파라다이스, 롯데건설에서 회사채 수요예측 미달이 나왔다. 이들보다 신용등급이 낮게 평가된 한화건설(BBB+/A-)도 미매각되는 등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채권 간의 스프레드가 축소된 데다 연말이 다가오면서 기관들이 전략을 보수적으로 가져가는 영향도 복합적으로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거시적으로는 글로벌 경기 둔화에 차환 리스크 확대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면서 등급별, 업종별 차이가 발생한 것으로 분석된다”라고 밝혔다.

◇ 과거보다 높아진 리츠 관심에 자금 몰려

상장 리츠의 인기가 두드러지고 있다는 점도 안정적인 자산에 대한 수요로 풀이된다. 리츠는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아 부동산이나 부동산 관련대출에 투자해 발생한 수익을 투자자에게 배당하는 회사나 투자신탁을 말한다. 부동산을 주식형태로 보유하면서 정기적인 배당을 받는 형식인 까닭에 일반 주식 대비 안정적인 자산으로 인식된다. 더불어 저금리 기조 속에서 은행 예금 이자 대비 높은 기대 배당 수익률을 보이는 자산으로도 평가된다. 

최근 롯데리츠의 흥행이 리츠에 대한 관심을 대변하고 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에 나선 롯데리츠의 공모주 일반청약에는 경쟁률 63.28대 1에 4조7610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지난해 이리츠코크렙이 0.45대 1, 신한알파리츠가 4.32 대 1의 경쟁률을 보인 것과는 확연한 차이다. 롯데리츠는 일부 롯데백화점·롯데마트·롯데아울렛 지점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리츠다.

표=시사저널e.
표=시사저널e.

롯데리츠뿐만 아니라 다른 운용사들도 수요에 반응해 리츠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설립된 NH농협리츠운용은 도심권역의 서울스퀘어, 강남권역의 삼성물산 서초사옥과 강남N타워, 잠실권역의 잠실SDS타워의 수익증권과 우선주를 매입해 운용하는 공모형 상장 리츠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지스자산운용도 서울 태평로빌딩과 제주 조선호텔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상장 리츠를 준비하고 있다. 

이미 상장된 리츠에도 많은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주가가 상승한 상태다. 17일 기준 신한알파리츠 주가는 8250원으로 올들어 46.7% 상승했다. 이리츠코크렙도 같은 기간 주가가 4880원에서 7020원으로 43.8% 올랐다.  

다만 일각에선 뭉칫돈이 몰리는 것만으로 투자 판단을 섣불리 해선 안된다고 지적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올들어 뚜렷해진 것은 맞지만 채권이나 리츠의 경우 이미 많이 오른 상태여서 뒤늦게 들어가기에는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다”며 “경기가 바닥을 찍고 있고 미중 무역 분쟁, 브렉시트 등 불확실성이 다소 완화됐다는 측면은 안전자산 선호현상의 후퇴를 이끄는 요인이 될 수 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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