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액상형 전자담배' 판매 금지 조치에 한국 정부 '발등에 불'
유해성 유무 검증 안 된 채로 '신고'만 하면 팔 수 있는 담배···사실상 판매 진입장벽 '제로'

미국에서 가향 액상형 전자담배 판매가 중단됐다. 관련 제품 사용 관련 폐질환이 530건, 사망이 8건 발생했기 때문이다. 가향 액상형 전자담배는 국내서도 팔린다. 다만 정부는 사용을 자제하라고 권고하는 데 그쳤다. 이들 액상형 전자담배가 인체에 어떤 유해성을 갖는지에 대한 연구도 이제 시작한다. 국내에 가향 전자담배가 판매된 지 4개월만이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미국에서 액상형 전자담배 관련 중증 폐질환 및 사망사례 발생 및 가향 액상형 전자담배 판매금지 조치와 관련해 지난 20일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을 자제할 것을 권고하는 등 관련 대책을 발표했다. 발표 내용은 "액상형 전자담배와 중증 폐질환과의 인과관계가 밝혀질 때까지 액상형 전자담배의 사용을 자제할 것을 권고한다"는 것이었다.

아울러 호흡기계 이상증상(기침, 호흡곤란, 가슴통증)이 발생할 경우 즉시 병원에 가라고도 밝혔다. 배고프면 밥 먹으라는 주문과 같다.

물론 대책도 내놨다. 국내 유통되는 액상형 전자담배를 대상으로 중증 폐질환 유발물질로 의심되는 THC(대마초 성분 중 환각을 일으키는 주성분), 비타민 E 아세테이트 성분 분석 및 액상형 전자담배의 인체 유해성 연구를 실시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성분분석은 식품의약품안전처, 인체 유해성 연구는 질병관리본부가 맡는다. 

일견 타당한 대책처럼 보이나 곱씹어보면 놀라운 대목이 있다. '액상형 전자담배의 인체 유해성 연구를 실시'하겠다는 부분이다. 이전까진 관련 연구가 진행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같은 안일함에도 이유는 있다. 담배 판매는 의약품과 달라서, 임상실험을 통한 국가 허가가 필요치 않다. 신고만 하면 팔 수 있는 것이다. 인체 유해성을 이유로 담뱃세를 인상하려는 정부가, 정작 판매 가부에 대해서는 어떠한 진입장벽도 만들어놓지 않은 것이다. 

판매 업체에서는 일단 소비자의 불신을 잠재우기 위해 분주하다. 쥴(JUUL)을 판매하는 쥴랩스코리아는 "당사 제품에는 THC (테트라하이드로카나비놀), 대마초에서 추출된 어떠한 화학성분이나 비타민 E 화합물이 일절 포함되지 않았음을 말씀드립니다. 당사는 제품 개발 시 품질과 사용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며, 제품과 관련한 모든 이슈를 면밀하게 살펴보고 있습니다"고 25일 입장문을 냈다.

이를 믿거나 말거나, 소비자가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쥐고 있던 디바이스를 놓는 일뿐이다. 몸에 정말 해로울까, 무해할까 정확히 알지도 못한 채로 말이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