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운사이클 진입 우려에 철강업계 인상요구 강경
조선업계 “수주실적 곧바로 수익성 연결 아냐”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철강업계와 조선업계 간 후판협상이 전환점을 맞이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조선업계의 수주시황이 개선되고 철강석 가격이 인상됐기 때문이다. 그간 조선업계는 가격 동결 혹은 인하를 요구하며 업황 회복이 부진하고 후판 원가가 하락했음을 근거로 들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20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후판가격 협상은 연 2차례 상·하반기 나뉘어 실시된다. 통상 상반기에 하반기 가격협상을, 하반기에 이듬해 상반기 가격협상을 각 업체별로 진행하게 된다. 올해의 경우 상반기 협상이 지난해부터 지지부진하게 이뤄지다 지난 5~6월 새 마무리됐다. 7월부터는 하반기 협상이 시작됐지만, 양 업계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협상은 각 업체 최고경영자(CEO) 직속기구에서 극비리에 진행된다. 지난해 말 기준 비조선용 후판가는 76만원이었다. 조선용 후판은 톤당 70만원 미만 수준에서 거래가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진다. 조선업계 시황이 급격히 나빠진 이후 후판가격은 사실상 동결돼 온 상태다. 이에 철강업계는 그간 인상하지 못했던 상승분 등이 새 협상에 반영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번엔 지지부진했던 양 업계 간 협상에도 반전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우선 장기가 부침을 겪었던 수주실적이 눈에 띄는 개선세를 나타내고 있다. 영국의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한국은 5월부터 지난달까지 4개월 연속 선박수주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이를 통해 4월까지 중국에 17%p 차이로 누적수주 2위를 차지했으나 이를 3%p 차이로 좁히고 추격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내년 1월 1일부터 산성비 유발물질인 ‘황산화물(SOx)’ 규제가 강화되는 국제해사기구(IMO)의 ‘IMO 2020’ 시행을 앞두고 있다. 174개 회원국에 공통적으로 적용될 예정이다. 기존 선박의 경우 스크러버(배기가스 정화장치)를 설치하는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신규선박의 경우 LNG선을 선호하는 경우가 높다. 우리 조선업계는 해당 분야에 경쟁국인 중국·일본 등에 비해 강점을 보이고 있다.

철광석 가격도 반등했다. 7~8월 사이 급락을 거듭한 국제 철광석 가격은 90달러 수준까지 하회했으나 점차 반등 곡선을 그리고 있다. 철강업계 입장에선 원가상승 요인이지만 조선업계와의 후판, 자동차업체들과의 강판 등 각종 가격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는 계기가 된 셈이다.

이달 접어들어 반등하던 철강석 가격은 지난 19일 중국 대련상품선물거래소에서 1톤에 90달러 수준으로 거래돼 4.6% 폭락했다. 이는 만 하루 동안 연쇄적으로 글로벌 시장에 영향을 끼쳐 가격하락을 이끌었다. 중국의 수요부진이 원인으로 지목되는데, 철강업계는 “일시적일 것”으로 예측했다. 국제경기의 불안정성 확대로 장기적 가격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이유에서다.

이 때문인지 증권가에서도 납품가격 인상을 내다보는 분위기다. 박성봉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철광석 가격의 재차 상승으로 톤당 2만~3만원의 인상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그간 인상을 자제해 온 상황에서 철강업계의 다운 사이클에 대한 전망이 제기되는 등 우려가 높은 상황”이라며 “그간 미뤄온 가격인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목했다.

이와 관련해 조선업계 관계자들은 “협상 진행상황에 대해서 밝힐 수 없다”는 공통된 반응을 보였다.

다만 여전히 완전한 회복이 이뤄지지 않고, 조업 특성 상 수주가 즉각적인 수익에 반영되지 않는다는 점 등을 들어 후판가격 인상에 부담스럽다는 입장을 견지한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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