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5·7·9차 사건 증거물과 DNA 일치 확인
“2·3·4차 사건의 증거물도 국과수에 오늘 의뢰”
50대 유력 용의자, 처제 살해범으로 무기징역 복역 중

19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서 반기수 화성연쇄살인사건 수사본부장이 화성연쇄살인사건 용의자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19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서 반기수 화성연쇄살인사건 수사본부장이 화성연쇄살인사건 용의자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한국 범죄 사상 최악의 미제사건인 ‘화성 연쇄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 신원이 33년 만에 확인됐다. 경찰은 당시 피해자들의 옷에서 나온 DNA와 용의자의 DNA가 일치하다고 밝혔다. 용의자는 1차 조사에서 관련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5·7·9차 사건 증거물서 DNA 일치 확인···경찰, 2·3·4차 사건도 추가 의뢰

19일 경기남부경찰청 반기수 화성 연쇄살인사건 수사본부장은 브리핑을 통해 “7월 15일 DNA 감정을 의뢰해 증거물 3건에서 검출된 DNA와 일치하는 대상자가 있다는 결과를 통보받고 수사 중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건 발생 당시에는 DNA가 검출되지 않았지만 오랜 기간이 지난 후에도 재감정에서 DNA가 검출된 사례가 있다는 점에 착안해 현장 증거물 일부를 국과수에 DNA 감정을 의뢰했다”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의뢰 경위에 대해 밝혔다.

경찰은 2006년 4월 2일 공소시효가 완성된 이후에도 진실규명 차원에서 당시 수사기록과 증거물을 보관하면서 국내외 다양한 제보들에 대해 사실관계 확인 절차를 진행해 왔다. 금년부터 지방청 중심 수사체제 구축 계획에 따라 경찰서 주요 미제사건을 지방청 미제사건수사팀에서 총괄해 집중 재검토하고 있다.

앞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경찰이 보관하고 있던 1990년 9차 살인사건 피해자의 옷을 받아 분석한 결과 지난달 2일 검출된 DNA와 유력 용의자 A씨(56)의 DNA가 일치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확인했다. 이후 5·7차 사건 피해자들의 옷에서 검출된 DNA 역시 DNA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 경찰은 다른 범인의 모방 범죄로 드러났던 8차 사건을 제외하고 2·3·4차 사건의 증거물에서 나온 DNA도 이르면 오늘 국과수에 맡겨 분석하기로 했다.

경찰은 반 본부장을 중심으로 미제사건 수사대, 광역 수사대, 진술 분석팀, 외부 전문가 자문등 57명 규모의 수사본부를 편성해 수사를 이어갈 계획이다. 반 본부장은 “앞으로도 국과수와 협조해 DNA 감정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수사기록 정밀 분석 및 사건 관계자 당시 수사팀 관계자 조사 등을 통해 대상자와 화성 연쇄살인사건과의 관계를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50대 유력 용의자 처제 살인으로 무기징역 선고 받고 복역 중···1차 경찰 조사에서 혐의 부인

용의자로 지목된 A씨는 지난 1994년 충북 청주에서 처제를 성폭행하고 살해해 무기 징역을 선고받고 현재 부산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다. 당시 부인이 가출한 뒤 자신의 집에 온 20대 처제에게 수면제를 먹이고 성폭행한 뒤 둔기로 살해하고 시신까지 유기했다. 교도소에 따르면 A씨는 20년이 넘는 수감생활 동안 특별한 문제를 일으키지 않아 징벌이나 조사를 받은 적이 한차례도 없었다. 이 때문에 4등급의 수감자 등급 중 A씨는 1급 모범수로 분류된 것으로 알려졌다.

반 본부장에 따르면 해당 사건 유력 용의자로 특정된 A씨는 1차 경찰 조사에서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또 경찰은 A씨의 신상 공개에 대해서는 수사 결과를 지켜본 후 법률 검토를 통해 결정할 예정이다.

화성 연쇄살인사건은 1986년 9월 15일부터 1991년 4월 3일까지 경기도 화성시(당시 화성군) 태안읍 일대에서 10명의 부녀자들을 성폭행하고 살해한 사건이다. A씨가 진범이 맞다면 국내 범죄 사상 최악의 장기미제 사건이 33년 만에 풀린다. 다만 공소시효가 이미 지나서 처벌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반 본부장은 “오랜 기간 사건 해결하지 못해 애도의 말씀을 드리며 국민 여러분께도 송구의 말씀을 드린다”며 “대표 미제사건에 대해 공소시효가 완성됐더라도 역사적 소명을 갖고 실체적 진실 규명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