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자산관리 상품으로 주목받으면서 올해 8000억원 자금 유입
삼성운용과 미래에셋운용 2강 체제···추격자들도 공세 강화 나서 ‘주목’

TDF(Target Date Fund·타깃 데이트 펀드)가 은퇴 자산관리 시장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는 가운데 자산운용사들 사이에서 파이 다툼이 치열해지고 있어 주목된다.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설정액 기준 2강 체제를 갖추고 있고 그 뒤를 한국투자신탁운용, KB자산운용,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등이 쫓고 있는 형국이다. 다만 아직 시장이 막 개화한 단계인 만큼 성과와 전략 차별화에 따라 판도가 바뀔 가능성이 제기된다.

◇ 두드러진 TDF 성장세···라이프사이클 펀드 87개 총설정액 2조1420억원

17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전날 기준 설정액 10억원 이상 라이프사이클(은퇴 시점이 명확한 TDF) 펀드 87개의 총 설정액은 2조1420억원이다. 라이프사이클 펀드는 올해 초 1조3328억원이었지만 올 들어서 8092억원의 자금이 유입되면서 2조원을 훌쩍 넘어섰다. 국내 주식형 펀드 설정액이 올 들어 8177억원, 해외 주식형 펀드가 2조5798억원 빠져 나간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두드러진 모습이다. 

이러한 성장세에 따라 자산운용사들은 TDF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지난해 8월말까지만 하더라도 TDF 운용사는 8곳(미래에셋자산운용·삼성자산운용·한국투자신탁운용·KB자산운용·한화자산운용·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키움투자자산운용·하나UBS자산운용)이었다. 하지만 올해에만 교보악사자산운용·NH아문디자산운용 등 2곳의 자산운용사가 추가적으로 TDF 시장에 뛰어들었다. 여기에 올해 말에는 우리자산운용도 TDF 출시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자료=에프앤가이드, 금융투자협회
자료=에프앤가이드, 금융투자협회

TDF 운용사들은 많아졌지만 시장은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양분하고 있는 모양새다. 타깃 데이터(Target Data)가 명확한 펀드만을 집계하는 에프앤가이드의 기준으로 TDF 설정액을 비교했을 때,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설정액은 각각 7687억원과 7218억원으로 두 회사의 설정액은 전 운용사의 TDF 설정액인 2조1420억원의 절반을 넘어선다. 이들은 3위 그룹인 한국투자신탁운용의 설정액 2754억원, KB자산운용의 1404억원과도 큰 격차를 나타내고 있다.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만 놓고 보면 엎치락뒤치락하는 형세다. 은퇴 시점 등 타깃 데이터가 명시돼 있는 펀드만을 놓고 볼 땐 삼성자산운용이 미래에셋자산운용보다 설정액 규모가 크다. 하지만 이 집계에는 빠진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전략배분TDF솔루션’과 같은 펀드를 포함하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DF 설정액(8551억원)이 삼성자산운용의 설정액(8052억원)을 앞선다. 

설정액을 세분해서 보면 미래에셋자산운용 TDF에 가장 많은 자금이 몰린 시리즈는 ‘미래에셋전략배분TDF2025’였다. 이 시리즈에는 2857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반면 삼성자산운용에서는 ‘삼성한국형TDF2045H’ 시리즈에 1937억원이 설정됐다. 이를 놓고 보면 은퇴 시점이 많이 남지 않은 투자자들은 미래에셋을, 은퇴 시점이 많이 남은 투자자들은 삼성자산운용을 선택한 셈이다. 또 미래에셋자산운용에서는 2045년을 은퇴 시점으로 설정한 TDF가 가장 많았고 삼성자산운용은 2050년을 은퇴 시점으로 설정한 펀드가 가장 많았다. 

◇ 뒤쫓는 추격자들, 시장 판도 누가 흔들까

현재 퇴직연금 적립금은 190조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0% 넘게 성장했다. 앞으로도 이런 추세가 이어져 퇴직연금 시장은 더욱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TDF 시장도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TDF 시장이 커지게 되면 운용사들의 희비가 바뀌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뒤를 쫓을 수 있는 후보로는 우선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TDF 설정액이 2754억원으로 국내 운용사 중에서 3번째로 많다. 설정액은 연초 대비 20% 넘게 증가했다. 특히 최근에 사회초년생 수요를 노린 ‘한국투자TDF알아서 2050펀드’를 출시하면서 외연 확장에 나선 상황이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TDF는 글로벌 TDF 전문 운용사인 티로프라이스가 자산 배분 전략을 수립하고 한국투자신탁운용은 10% 내외 비중으로 국내 자산을 직접 운용한다는 것이 차별점으로 꼽힌다.

KB자산운용과 신한BNPP자산운용도 잠재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KB자산운용의 TDF 시리즈인 ‘KB온국민TDF’는 미국 TDF 시장점유율 1위인 뱅가드의 전략을 바탕으로 글로벌 분산 투자에 나선다. 이와 함께 인덱스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 등 제반 비용을 낮출 수 있는 자산에 투자한다는 점도 특징적이다. 다만 현재 설정액(1404억원)이 올해 초(1365억원)에 비해 크게 증가하지 않은 점은 옥의 티다. 

반면 신한BNPP자산운용의 ‘신한BNPP마음편한TDF’의 설정액은 882억원으로 올해 초(343억원)에 비해 39% 증가했다. 신한BNPP자산운용은 한국형 TDF를 내세우면서 적극적인 글로벌 분산 투자, 투자 대상의 다양화, 유연한 환율 전략 등을 내세우고 있다. 수익률에서도 최근 1년 8.55%, 최근 6개월 6.63%로 다른 경쟁자들보다 높은 수익률을 나타내고 있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퇴직연금 적립금만 현재 190조원 수준으로 향후 성장 속도는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보인다. 운용사들이 어떤 차별점으로 좋은 성과를 내느냐에 따라 시장 판도는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며 “다양한 운용사들이 저마다의 전략으로 TDF를 내놓고 있는 만큼 장기적인 운용 성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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