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국회·공정위까지 팔 걷고 나서···이학영 의원실 “국감에서도 다룰 계획”
전문가·시민단체 “순정품 좋고 비순정품 나쁘다 식 이분법적 구분은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 및 부품산업 활성화에도 도움 안 돼”
대기업 부품업계 “소비자가 원할 때 부품을 공급받을 수 있도록 대비···단순 가격 차이만으로 폭리라 모는 건 억울”

서울 양재동 현대차 사옥. / 사진=연합뉴스
서울 양재동 현대차 사옥. / 사진=연합뉴스

국내완성차업계가 순정부품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순정부품과 관련해 논란이 불거진 것이 처음은 아니지만, 시민단체와 국회가 맹공에 나선 데다 사정기관까지 가세할 것으로 보여 해당 논란이 어떻게 귀결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및 참여연대는 현대차와 기아차, 르노삼성자동차 등 국내 완성차 대기업들이 순정부품이라는 이름을 붙여 중소업체 부품보다 5배 가까이 비싼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며 공정위에 신고서를 제출했다.

10일 참여연대에 따르면 바로 신고가 접수되고 담당 부서가 정해진 만큼, 조만간 관련 사안 분석 후 본격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에 따르면 국내 브레이크 패드(앞), 에어클리너, 에어컨 필터, 베터리, 엔진오일, 전조등 총 6개 항목에 대해 2019년 7월을 기준으로 가격 차이를 조사한 결과 기술 및 품질 차이가 크지 않음에도 완성차업체가 말하는 순정부품이 최대 5배의 가격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현대차 소나타 브레이크 패드의 경우 순정품은 4만6827원인 반면 중소 부품사 제품들의 경우 2만8350원, 2만2410원으로 2배가량 차이를 보였다.

국내 자동차 부품업계에서 순정부품과 관련한 논란은 예전부터 있어 왔다. 2014년부터 자동차관리법이 개정돼 중소 부품사들의 성능 및 품질을 인증하는 제도가 도입됐지만 관련 사업은 활성화되지 못했다.

이처럼 해묵은 논란이 이번에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크게 2가지 이유 때문이다. 우선 시민단체와 국회가 함께 나서고 사정기관까지 뛰어들었다는 점이다. 시민단체 중 가장 규모가 큰 참여연대가 직접 팔을 걷어붙였고, 이학영 의원은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해당 문제에 대해 다룰 계획이다. 공정위도 해당 건을 공정경제 확립의 상징적 사건으로 내세울 가능성이 크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인사청문회에서 “소재‧부품‧설비산업 경쟁력 확보에 공정위가 도울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 하나는 ‘순정부품’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못하게 된다는 점이 시장에 미칠 영향 또한 작지 않으리라는 것이다. 순정부품과 비순정부품 구도가 아니라 그냥 A사와 B사, C사 제품으로 시장에서 경쟁하게 되면 가격경쟁력이 구매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김주호 참여연대 민생팀장은 “광고 행태를 보니 비순정부품을 쓰면 차 수명이 줄고 사고 위험이 커진다는 표현들이 있었는데, 이런 문구에 소비자는 구매 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해당 광고들도 공정위 신고 때 다 첨부해 제출했다”고 밝혔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순정품은 좋고 비순정품은 나쁘다는 이분법적 구분은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하고 부품산업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명칭 변경 등 시스템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대기업들은 해당 논란에 대해 다소 억울한 부분이 있다는 입장을 보인다. 대기업 부품업계 관계자는 “생산이 중단된 차량에 대해서도 10년 이상이 지나도 언제든 소비자가 원할 때 부품을 공급받을 수 있도록 대비를 하고 있다”며 “단순히 가격 차이만으로 폭리라고 하는 데는 억울한 부분이 있고, 또 가격이 비싸면 소비자들이 다른 부품을 얼마든지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이지 않느냐”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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