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수석부회장 체제 본격 개막 위해선 '지배구조' 산 넘어야
그룹 계열사 실적 회복세···부진했던 작년 실적과 크게 대조
노조 파업 리스크 빠르게 해결했다는 점도 개편 위한 원동력 될 수 있어
기존 개편안과 크게 다르지 않을듯···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 합병비율만 수정 관측 유력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현대자동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시점을 두고 시장에서 다양한 예상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올 하반기 계열사들의 실적이 회복세를 나타낼 것이라는 점과 현대차 노사의 무분규 타결 등을 놓고 올 하반기를 지배구조 개편 재추진의 적기로 꼽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22일까지 진행되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이 참석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행사 기간 중 일부 행사에만 참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 수석부회장이 실질적으로 그룹을 총괄한 1년여 동안, 각종 행사를 직접 챙기는 모습은 주목할 만하다. 앞서 지난달 22일엔 중국 네이멍구 지역 사막화 방지를 위한 생태 복원 활동에 나서기도 했다.

일각에선 이 같은 행보를 두고 정의선 체제가 시작됐음을 자신이 직접 알리는 것이라고 평가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정의선 부회장 체제가 시작된 후부터 현대차에 많은 변화가 나타났다. 자신은 이전 경영진과는 다르다는 것을 직접 보여주고 본격적인 정의선 시대를 준비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본격적인 정의선 시대의 개막을 위해선 ‘그룹 지배구조 개편’이라는 산을 넘어야만 한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3월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를 축으로 하는 지배구조 개편안을 발표했으나 엘리엇매니지먼트 등에 의해 무산된 바 있다.

이후 현대차그룹은 새로운 개편안을 마련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발표 시점을 두고 시장에선 연내 마무리 지을 것이라는 예상과 일본의 부품 소재 수출규제 등으로 인해 내년으로 미룰 것이라는 관측이 충돌하고 있다. 다만 최근엔 연내에 마무리하는 것이 ‘시기적절’하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먼저 현대차, 현대모비스 등 주요 계열사의 실적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올 하반기 그룹 실적과 지난해 하반기 그룹 실적이 크게 대비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를 통해 정 수석부회장이 경영 능력을 인정받음과 동시에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원동력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차만 놓고 보면, 지난해 3분기 현대차는 전년 대비 76% 줄어든 288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 역시 전년 대비 35.4% 하락한 5011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는 데 그쳤다. 올 상반기 이어진 실적 회복세가 하반기에도 계속될 경우 전년에 비해 월등히 나은 실적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

또 다른 이유는 노조의 파업 리스크를 조기에 마무리했다는 점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노조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기 때문에 사측이 협상의 열쇠를 쥐고 있었는데, 노조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임단협 합의를 일찍 끝맺음한 것은 의외”라고 말했다. 만일 현대차그룹이 하반기 지배구조 개편안을 선보일 계획이라면, 다른 이슈들을 미리 정리했다는 것으로 풀이할 수도 있다.

시점 외에 새롭게 발표될 개편안의 내용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일단 업계에선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 발표된 개편안 내용은 다음과 같다. 현대모비스가 모듈 부문과 AS 부품사업 부문을 인적 분할하고 이를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한다. 이후 정 수석부회장을 비롯한 대주주가 보유한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기아차·현대제철 등이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과 맞바꾸는 방식이다.

당시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합병 비율, 합병 시너지에 대해 비판을 받았던 만큼 합병 비율만 수정하는 안을 검토할 수도 있다.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 5월 22일 글로벌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칼라일그룹의 투자자 컨퍼런스에 참석해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언급을 했다.

이 자리에서 정 수석부회장은 “투자자들과 현대차그룹 등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최대한 많은 투자자의 의견을 경청하고자 한다. 수익을 최대화하고 수익을 함께 나눈다는 의미에서 투자자의 목표와 현대차그룹의 목표가 동일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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