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피해자들 의사 제대로 반영한 외교 계획 구축 시급”
“한국이 강제동원 판결 '1+1+알파'안 내놨다” 가와무라 발언에 이낙연 총리 ‘부인’

일제 강제징용 피해 생존자인 이춘식 할아버지가 강제징용 손해배상청구 소송 재상고심 판결을 위한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열린 2018년 10월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하던 중 미소짓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일제 강제징용 피해 생존자인 이춘식 할아버지가 강제징용 손해배상청구 소송 재상고심 판결을 위한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열린 2018년 10월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하던 중 미소짓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한국과 일본 간에 한국 대법원의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판결에 대한 해법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이에 전문가들은 국제 사회가 천명한 피해자 중심주의 원칙 하에서 피해자들 의사를 반영한 외교 계획 구축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최근 이낙연 국무총리와 가와무라 다케오(河村建夫) 일한의원연맹 간사장 간에 강제동원 판결 해법 논란이 있었다.

지난 5일 중앙일보에 따르면 가와무라 간사장은 이낙연 총리, 강창일 민주당 의원 면담 등 한국 방문 일정을 마친 후 일본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한국 정부가 징용 문제와 관련된 ‘1+1+α(알파)’ 방안을 8월 15일 전후에 일본 정부 측에 비공개로 제시했다”고 말했다. 가와무라 간사장이 언급한 한국 측이 제시했다는 ‘1+1+알파’안은 한일 양국 기업과 한국 정부가 배상하는 방식이다.

이는 기존에 한국 정부가 일본 측에 제시한 ‘1+1’안에 한국 정부의 역할을 추가한 것이다. 정부는 지난 6월 19일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판결에 대한 해결 방안으로 한일 양국 기업이 자발적으로 자금을 출연해 피해자들에게 배상하자고 일본에 제안했다. 그러나 일본 아베 정권은 이를 거부했다. 새로운 안을 가져오라는 것이다. 반면 한국 정부는 외교적 해법은 가능하지만 일방적으로 새로운 안을 내놓을 순 없다는 입장이다. 일본 아베 정권은 강제동원 배상 판결을 계기로 한국에 수출 제한 조치들을 시작했다.

가와무라 간사장 발언에 이 총리는 즉각적으로 자신이 그러한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며 반박했다. 지난 5일 이 총리는 “전혀 합당한 방식이 아니다. 제가 그렇게 말한 적도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이런 일들이 연달아 있는 것이 본인의 부주의인지 의도인지 아니면 오보인지는 모르지만 몹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오랫동안 지속돼온 신뢰가 깨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와무라 간사장이 말한대로 한국 정부의 누군가 ‘1+1+알파’안을 일본에 제안했는지, 그의 이야기가 거짓인지는 확인하기 어렵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강제동원 판결 해법 논란 과정에서 ‘피해자 중심주의 원칙’이 무시돼선 안 된다고 밝혔다.

특히 2015년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 때처럼 피해자들 의사를 반영하는 과정에서 이들 의견을 제대로 경청하지 않고 무리하게 설득하는 기만적 의사 수렴 방식을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일본경제침략대책특별위원회(일본특위) 위원으로 활동하는 도시환 동북아역사재단 일본군‘위안부’연구센터장(국제법 박사)은 “일본특위 안에서도 가와무라 간사장이 언급한 ‘1+1+알파’안이 거론된 적이 없다. 피해자, 정부, 변호인단 등 어느 누구도 주장한 적 없다”며 “한국 정부 입장은 강제동원 피해자 의견을 전제로 한 해결 방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도 센터장은 “지금 일본 정부의 목적은 일본의 한국 대상 수출 규제 조치를 통해 대법원의 강제동원 배상 판결을 깨자는 것이다. 대법원의 배상 판결이 1965년 한일협정 체결로 모든 문제가 최종적으로 완전히 종결됐다는 아베 정부의 ‘한일협정완결론’을 흔들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한일청구권협정으로 개인 배상 청구권이 소멸되지 않았다. 일본 정부도 이미 이를 인정했다”고 했다.

특히 도 센터장은 “대법원 배상 판결 해법은 2005년 유엔총회 만장일치로 채택된 피해자권리 기본원칙상의 피해자중심주의에 입각해서 이뤄져야 한다. 이는 우리 정부의 기조이기도 하다”며 “피해자들의 의사를 반영한 종합적인 외교 플랜(계획)의 구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오기형 일본특위 간사도 “피해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것이 원칙이다”고 말했다.

현재 피해자들 대상으로 정부의 의사 수렴은 아직 실행되지 않은 상황으로 보인다.

강제징용 피해 소송을 대리해 온 김세은 변호사는 “아직 정부로부터 강제동원 배상 판결에 대한 해법에 대해 공식적 입장을 설명들은 적이 없다. 그렇기에 피해자들의 입장을 확인하지 못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피해자 의견 수렴 과정이 정부가 무리하게 피해자들을 설득하는 것이 아닌 제대로 피해자들 의견을 경청하는 방식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도 센터장은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경청해야 한다.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처럼 무리하게 피해자들을 설득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본 정부는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과 2015년 박근혜 정부의 한일 위안부 합의들로 위안부 문제가 완전히 해결됐다고 주장한다. 일본 정부는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로 설치된 ‘화해·치유재단’을 통해 34명의 생존 위안부 피해자가 일본 정부의 지원금을 받아간 것을 위안부 문제 해결 근거로 활용한다.

그러나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은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이전으로 되돌려 달라고 한다. 오성희 정의기억연대 처장에 따르면 당시 고령의 피해자 할머니들이 자세한 설명을 듣지 못하고 재단 측 관계자의 설득과 회유로 지원금을 받았다. 당시 이 지원금이 법적 배상 차원이 아니기에 받지 않은 피해자들도 있었다.

대법원의 강제동원 배상 판결에 따라 관련 일본 기업의 국내 압류 자산 현금화 시점 이전에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일각의 의견에 대해 도 센터장은 “정부가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한 해법을 일본 측에 요구하면 된다”고 “정부가 무리하게 대법원 판결을 봉합해선 안 된다. 아베 정권의 한국 압박 성공 경험을 주는 것이며 아베 정부는 앞으로도 이 일 외에도 역사와 관련해 부당한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압류 결정이 일본 외무성에서 관련 일본기업으로 전달이 안 되고 있다. 현금화 시점은 빠르면 내년 봄으로 예상하지만 늦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2005년 12월 유엔총회 결의에서 만장일치로 ‘피해자 권리 기본원칙’을 채택했다. 이는 국가 간 우호를 위해 개인의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 되며 피해자 중심 접근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라는 것이다. 당시 일본도 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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