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외교 경색과 함께 국적 논란 다시 불거져
'왕자의 난' 때도 일본기업 홍역 치러···신동빈의 '호텔롯데 상장' 승부수로 잠재워
신동빈-아베 친분설 보도도 불지펴···욱일기 사용하는 롯데제품 해외 홍보도 도마

/그래픽=이다인
/ 그래픽=이다인

롯데의 일본기업 논란이 다시 번지는 모양새다. 롯데는 경영권 쟁탈전에서 이미 한 차례 일본기업 논란으로 홍역을 치른 바 있다. 당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배구조 개선과 호텔롯데의 상장으로 정면 돌파하면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국적 논란이 최근 한일 외교 경색과 함께 다시 불거지고 있다.

롯데그룹의 일본기업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한일 롯데의 불투명한 지배구조가 그 출발점이었다. 지난 2015년 롯데그룹은 신격호 명예회장의 두 아들이 경영권 놓고 다툼을 벌이는 과정에서 롯데의 지분구조가 처음으로 밝혀졌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롯데는 일본 기업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의 지배구조를 갖고 있었다. 당시 롯데그룹의 지배구조는 ‘신격호 총괄회장 일가→광윤사→일본 롯데홀딩스→호텔롯데→롯데쇼핑 등 기타 계열사’ 순으로 연결돼 있었다.

국내 롯데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는 호텔롯데의 지분은 일본 롯데홀딩스가 99.28%의 지분을 가지고 있었다. 한국 롯데가 본사만 국내에 두고 있을 뿐, 지배구조를 봤을 때 일본기업이나 마찬가지라는 비판이 설득력을 얻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경영권을 놓고 벌인 ‘왕자의 난’으로 국정감사장까지 불려나간 신동빈 회장의 어눌한 한국말은 롯데의 일본기업 논란을 더욱 부추겼다. 당시 신 회장은 정면돌파로 승부수를 띄웠다. 호텔롯데 상장 등으로 일본 주주들의 지분율을 희석시켜 50% 이하로 낮춰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는 방안을 발표했다.

호텔롯데의 상장은 3년여의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안갯속이지만, 당시 신 회장의 승부수는 나름 여론을 반전시키는데 효과를 발휘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최근 경색된 한일 외교관계로 인해 롯데의 일본기업 논란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르는 분위기다.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나선 네티즌들은 국내에 진출한 일본기업은 물론, 일본 기업과 위탁 판매 계약을 맺은 국내기업까지 무차별적으로 불매운동 리스트에 올려놨다.

엄밀히 따지면 롯데제과 등에서 생산되는 제품들은 대부분 국내에서 생산되기 때문에 불매운동과 한걸음 떨어져 있는 것으로 보는 게 맞다. 그러나 이번 불매운동이 사그라들 때까지 롯데의 이름은 지속적으로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신 회장이 일본 아베총리와 매우 가까운 사이라는 보도가 언론을 통해 나오고, 해외에서 욱일기를 사용한 제품 마케팅이 네티즌들에게 발각됐기 때문이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롯데가 일본기업 맞죠?” 등의 글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상태다. 

롯데는 현 상황은 말 그대로 '진퇴양난'이다. 롯데 내부에서도 폭풍우가 지나갈 때까지는 최대한 자세를 낮춰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분위기다.

재계 관계자는 “지금의 상황은 ‘소나기는 피해 가라’라는 말이 적절할 정도”라며 “일본과 관련해 최대한 논란을 만들어 내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게 최상의 전략”이라고 말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욱일기를 사용한 롯데 제품 광고. /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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