팹리스 기업들, 제품 개발까지 긴 기간·고비용 들여·· 대기업이 거래했던 기업 반도체 기술까지 무작정 진출해 입지 좁아져
전문가들 “잠재성장력 높은 기업들 중심으로 R&D하고 동반성장 지원해야···팹리스 업체 수요 확보도 중요"

22일 중소벤처기업부 주도로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1회 중소벤처기업 미래포럼’이 열렸다. /사진=차여경 기자
22일 중소벤처기업부 주도로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1회 중소벤처기업 미래포럼’이 열렸다. / 사진=차여경 기자

“팹리스 중소기업들은 개발 이후 현금회수까지 평균 6개월이 걸린다. 현금유동성 부분에서 늘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자금 기관이나 벤처캐피털 같은 경우 중소기업들이 제품을 개발하지 않고 매출을 내지 못하면 방치하는 경향이 있다. 규모보다는 성장잠재력이 큰 업체 지원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시스템반도체 중소벤처기업이 최근 떨어진 시장 수요와 열악한 업계 상황을 호소하고 있다. 22일 중소벤처기업부 주도로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1회 중소벤처기업 미래포럼’에서 송봉섭 큐버모티브 이사는 “지금 당장 성과를 못 내더라도 제품 개발 잠재력이 있는 중소벤처기업에게 연구개발(R&D)자금 지원을 늘려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팹리스 업체는 기술 연구개발(R&D)을 중심으로 반도체 제조 공정 중 설계와 개발을 전문화한 회사다. 이들은 동부하이텍 등 반도체 제작만 전문적으로 하는 파운드리 회사들에게 설계를 위탁한다. 이밖에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같은 종합 반도체 회사(IDM)가 있다. 기술력이 높은 중소벤처기업들은 팹리스 회사에 많이 분포돼 있다.

송 이사는 “개발기간도 길고 비용도 많이 드는 시스템 반도체는 저렴한 제품이라도 자금 10억원 이상이 필요하다. 사업화까지 오래 걸리다 보니 정부 지원 대상에서 중소 팹리스 기업들과 디자인하우스들은 많이 제외된다”며 “(중소 팹리스 업체들이 쓸 수 있는 사업은) 1~2억원 중소기업기술개발지원사업, 3억원 대출 정도 지원사업 정도다보니 대부분 용역 개발을 한다. 용역은 더 개발 기간이 오래 걸린다”고 토로했다.

자금 지원 외에도 시스템반도체 중소벤처기업들은 사업 아이템 경쟁력 악화와 좁아진 시장 수요를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김상 캔버스바이오 이사는 “대만은 팹리스 기업들이 자금과 기술이 부족하다면 R&D 지원을 늘리고 일본에서 엔지니어를 데려오는 등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대만이 시스템반도체 강국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팹리스와 파운드리 업체 간 독립성을 인정한다”며 “그러나 국내는 고객이었던 대기업이 갑자기 경쟁사로 변하는 경우가 많다. 팹리스 기술을 대기업들이 뛰어들게 되면 중소업체는 매출 감소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반도제 장비 중견기업들도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을 강조했다. 최민구 주성엔지니어링 수석부사장은 “한때 성장했던 팹리스 업체들이 대기업으로 인수가 많이 됐다, 그러나 결국 결과는 좋지 않았던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최 부사장은 “대만에서는 중소 팹리스 업체들이 무조건 대기업 사업만 하지 않고 단가가 높더라도 작은 건이라도 파운드리와의 공생관계가 형성돼있다”며 “하지만 국내 중소 팹리스 업체는 대기업 니즈에 맞춰 반도체를 설계하고 개발이 끝나면 파운드리 대기업에 가서 써달라고 부탁을 한다. 여기다가 대기업들이 팹리스 기술이 괜찮아보이면 스스로 기술을 개발해버린다”고 설명했다.

최 부사장은 “반도체 시장의 동반성장을 위해 정부가 신경을 써야 한다. 법적인 규제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니, 정부나 기업들이 스스로 의식이나 문화가 변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공정거래 차원의 제도적인 감시도 필요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 “4차 산업혁명 필수인 시스템반도체, R&D늘리고 수요 확보해야”…박영선 “추경 등에 적극 반영하고 대기업과 대화할 것”

전문가들은 4차 산업혁명 기반에 시스템반도체가 있다면서, 국내 시스템반도체 시장은 세계 시장에서 6%에 불과하다는 전망을 내놨다. 시스템반도체 중소벤처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R&D사업 규모 확대, 수요기업과 팹리스 기업과의 협업 추진 등을 추진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박태근 반도체디스플레이학회 회장은 “우리나라 팹리스 기업들은 대기업이 하지 않은 사업을 개발하려다보니 규모는 크지 않지만 실력은 좋다. 그러나 산업 규모가 작기 때문에 규모의 경제에서 팹리스 기업들이 힘들어하고 있다”며 “중기부가 선택과 집중을 해서 R&D사업 규모를 확대해야 한다. 팹리스 기업들이 상용화 단계로 갈 수 있도록 규모를 키워달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정부가 나서서 수요기업과 팹리스 업체의 협업을 추진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전기차 회사, 사물인터넷(IoT) 공공수요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 수요 시장과 팹리스 기업을 손잡게 해야 한다”며 “결국 팹리스 기업들은 대기업 파운드리에 달려있다. 중기부가 대기업이 국내 팹리스 회사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박영선 중기부 장관은 간담회에 참석해 “중기부가 지난해에는 중소벤처기업에 1억원씩 1년간 지원하는 사업들을 시행했다. 그러나 핵심 분야 육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년부터는 추경을 바탕으로 3년간 20억원으로 R&D지원을 확대하겠다”며 “시스템반도체 R&D 지원 규모를 확장하고 장기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신경쓰겠다”고 답했다.

이어 박 장관은 “예전에는 정부자금을 받아서 실패하면 (중소벤처기업에게) 책임을 물었는데 이제는 기업의 데이터를 보고 보관가능한 가치가 있다면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고 재기도전 발판을 제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수요 확보에 대해서 박 장관은 “대기업이 파운드리를 해야 한다. 대기업과 대화를 하고 있긴 하지만 많은 노력을 하겠다. (시스템반도체) 디자인하우스 육성 절감하고 있다”며 “정부에서 디자인하우스 육성을 주도하는 것이 맞는지, 아니면 실리콘웍스 등 큰 팹리스 업체들에게 판을 깔아주는 게 맞는지 업체들과 많이 만나 대책을 세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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