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
합병 후에도 韓철강 넘지 못한 세계3위 전범기업 ‘일본제철’
  • 김도현 기자(ok_kd@sisajournal-e.com)
  • 승인 2019.08.22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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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보다 조강생산량 우위지만 영업이익률 ‘저조’ 경쟁력평가 ‘열위’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일본제철(구 신일철주금·신일본제철)의 ‘한국 넘어서기’가 힘에 부친 모양새다. 2012년 10월 비용절감과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경쟁력을 키우겠다며 거대 철강업체들 간 합병을 단행했지만 여전히 포스코에 비해 열위라는 평가를 받는다.

22일 업계 등에 따르면 일본제철은 지난 4월 신일철주금이 바꾼 사명이다. 신일철주금은 2012년 10월 신일본제철과 미토모금속공업 간 합병으로 탄생됐다. 작년 10월 대법원이 강제징용 피해자 4명에 1인당 1억원씩 배상하라고 판결한 전범기업 신일본제철의 후신이다. 판결이 나온 뒤 일본제철은 배상을 거부하고 있고, 일본은 범정부차원의 경제보복 조치를 단행했다.

일본제철은 2006년 신일본제철과 포스코가 체결한 지분 상호매입 약정에 따라 5%에 가까운 포스코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같은 이유로 포스코도 일본제철 발행주식 약 3%를 보유한 대주주다. 교차지분보유를 바탕으로 전략적 파트너로 거듭난 양사는 공동으로 원자재구매·연구개발·기술교류 등을 진행 중이다.

우호적인 관계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합병은 한국·중국 등을 견제하기 위함이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당초 6개에 달하던 일본의 일관제철소들이 2016년 5월 당시 신일철주금(현 일본제철)의 닛신제강 인수로 3개로 줄어든 것 역시 경제적 합리성과 별도로 정치적 이유가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포스코가 조강생산량 1위를 기록하던 2000년대 초반 이후 중국 업체들의 대규모 설비투자로 공급과잉 현상을 맞이하게 됐다”면서 “당시 신일본제철(현 일본제철)은 2위를 기록 중이었는데, 한국에 역전을 허용하고 중국의 추격이 가속화됨과 동시에 합병을 바탕으로 기업 몸집을 키우는데 주력했다”고 술회했다.

이어 그는 “룩셈부르크에 본사를 둔 유럽 최대 다국적 철강사 아르셀로미탈(Arcelormittal)과 같이 공급과잉 시대를 맞아 합병을 통해 규모를 키우고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일종의 글로벌 철강업계 흐름이라 평할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현행 일본제철은 중국에 역전을 허하지 않고 포스코를 넘겠다는 일본의 의지가 반영된 업체라 봐도 무방하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철강업체들의 거대화로 포스코의 조강생산량은 세계 5위로 하락했다. 세계철강협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조강생산량 1위는 아르셀로미탈(9642만톤)이 차지했다. 일본제철은 중국의 바오강(6743만톤)에 이어 3위(4922만톤)를 차지했다. 중국의 허베이강철이 4위(4680만톤), 포스코가 4286만톤으로 5위를 각각 기록했다.

일본제철은 거듭된 합병을 통해 생산량에선 포스코를 넘어섰지만 영업이익률에선 상당히 밑도는 추이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분기부터 올 2분기까지 6개 분기 동안의 일본제철 영업이익률은 각각 2.7%, 2.9%, 3.3%, 2.6%, 4.0%, 1.6%를 기록했다. 이 기간 포스코는 각각 9.4%, 7.8%, 9.3%, 7.6%, 7.5%, 6.5%의 영업이익률을 실현했다.

이 기간 동안 세계 철강업계는 원가상승이란 공통 악재에 부딪혔다. 특히 올 상반기 가격변동이 컸다. 브라질 발레 댐 붕괴사고로 현지 철광석 수출량이 급감하고, 4월 호주 필바라 지역을 강타한 사이클론으로 대형 철광석 항구에 큰 피해가 발생해 철광석 가격상승을 부추겼다. 같은 요건 속에서 일본제철은 올 2분기 직전 분기 대비 2.4%p 영업이익률이 하락한 가운데 포스코의 하락폭은 1.0%p였다.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포스코 관계자는 “포스코의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량이 일본제철에 비해 높고, 원가경쟁력 또한 뛰어나 이 같은 격차를 보이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우수한 포스코의 제품 기술력을 이유로 글로벌 철강업계도 비록 조강생산량 측면에서 뒤쳐졌지만, 포스코의 경쟁력이 전 세계 철강업체들 중 가장 우수하다고 입을 모은다.

철강전문 분석기관 WSD(World Steel Dynamic)은 지난 6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34차 글로벌 철강전략회의(Steel Success Strategies)에서 포스코를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철강사’ 1위로 선정했다. WSD는 1999년 설립된 이래 매년 34개 철강사들을 대상으로 23개 항목을 평가해 종합 경쟁력 순위를 발표하는데, 포스코는 10년 연속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철강업계의 공급과잉 상태가 계속되는 가운데, 조강생산량만을 기업의 가치를 척도로 내세우기엔 부족한 측면이 적지 않다”면서 “다른 업체들과 달리 합병 등을 실시하지 않고도 조강생산량 ‘빅5’를 유지하고 우수한 품질과 기술력을 자랑하는 포스코가 일본제철에 여전히 판정승을 거두고 있다고 본다”고 시사했다.

김도현 기자
산업부
김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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