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DB·현대·KB손보, 줄줄이 마이너스 성적표
메리츠화재 홀로 3.1% 상반기 순이익 ‘선방’
“장기인보험 매출 급성장 및 자산운용 이익률 상승, 실적 개선에 영향”

5개 주요 손해보험사 상반기 당기순이익 추이./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5개 주요 손해보험사 상반기 당기순이익 추이./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보험업계가 2분기 실적부진과 손해율 상승을 피해지 못했다. 손해보험업계의 대장주로 일컬어지는 삼성화재를 비롯한 보험사 대부분이 상반기 순이익 감소세를 보인 가운데 메리츠화재만 나홀로 ‘플러스(+)’ 순익을 거두면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1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DB손해보험·현대해상·KB손해보험·메리츠화재 등 주요 손보사 5곳 중 메리츠화재를 제외한 손보사들은 상반기 순이익이 지난해 동기 대비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손보업계의 ‘맏형’으로 불리는 삼성화재의 상반기 순이익은 4261억원으로 전년 동기(6656억원) 대비 36% 급감했다. 현대해상은 가장 높은 하락폭을 나타냈다. 현대해상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163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565억원보다 36.1% 하락했다. 업계 2위인 DB손해보험 역시 지난해 상반기 3001억원에서 올해 2063억원으로 순이익이 31.2% 줄었다. KB손해보험도 지난해 상반기 1881억원의 순이익을 올렸으나 1년만에 1662억으로 11.6% 감소했다. 반면 메리츠화재는 유일하게 실적 호조를 나타냈다. 메리츠화재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1361억원으로 전년 동기(1320억원)보다 3.1% 상승했다.

손해율 역시 5개사 중에서 메리츠화재가 가장 낮았다. 손해율은 통상 보험료 수입에서 보험금 지급액 등 손해액이 차지하는 비율로 계산한다. 손해율이 100%를 넘어서면서 손보사의 골칫거리로 떠오른 실손보험의 경우 현대해상이 147.4%의 가장 높은 손해율을 기록했다. 뒤이어 삼성화재가 121.7%, DB손보 119%, KB손보 116.7%, 마지막으로 메리츠화재가 115.6% 순이었다.

자동차보험에서도 메리츠화재가 가장 낮은 손해율을 보였다. 가장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높은 보험사는 삼성화재로 87.0%의 손해율을 기록했다. 뒤이어 KB손보가 86.8%, DB손보 86.6%, 현대해상 86.4%, 메리츠화재 84.7%로 집계됐다.

메리츠화재의 이런 실적 선방 배경에는 장기보장성 보험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메리츠화재는 2022년 도입을 앞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에 대비해 단기보험보다 장기인보험 확대에 주력했다. 장기인보험은 만기가 보통 5년 이상으로 길고 질병이나 상해, 재해 등을 보장하는 보장성 보험이다. 실제로 메리츠화재의 장기인보험 신계약 매출은 지난해 상반기 587억에서 올해 780억으로 늘어 32.9%의 매출 성장을 기록했다.

손해율이 높은 자동차보험에 대한 시장점유율이 낮다는 점도 호실적에 한몫했다. 실적이 좋지 않은 자동차보험에 할애하는 비중을 낮춰 부담을 덜어냈기 때문이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자사의 자동차보험 시장점유율은 5% 이내”라면서 “업계 전반적으로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악화되는 추세지만 시장점유율이 20%를 넘는 타사보다는 타격이 적다”고 말했다.

자산운용 면에서도 높은 이익률을 거두며 손해율 악화분을 상쇄했다. 메리츠화재의 운용자산 이익률은 올해 1분기와 2분기 각각 4.7%와 5.3%를 기록했다. 올해 3월 말 기준 손보업계 평균 운용자산 이익률이 3.4% 것과 비교했을 때 높은 수치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장기인보험 매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자산운용 이익률도 업계 평균 대비 높다”며 “업계 전체가 손해율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장기인보험 매출 상승과 자산운용 이익률로 손실을 상쇄시킨 덕에 실적을 선방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병건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메리츠화재는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크게 상승했고 신계약 체결비용 증가로 사업비율도 상승했으나 투자이익률이 5.3%로 높게 나와 순이익이 시장기대치를 상회했다”며 “올해 남은 기간에도 영업환경에 크게 달라질 가능성이 높지 않고 저금리로 인해 채권평가 이익이 증가했으므로 하반기에도 투자이익 실현을 통한 당기순이익 맞추기 흐름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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