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기소 의사 “강압적 상황서 부실 자료로 수사 받았다”···의사커뮤니티서 ‘안국 반대’ 움직임
안국약품 대행사에 영업 위탁, 일부 업체는 영업 시작도 못해···불법 임상시험 의혹은 결론 못 내

안국약품 본사 전경. / 사진=시사저널e
안국약품 본사 전경. / 사진=시사저널e

어진 안국약품 부회장이 90억여원의 리베이트를 제공했다는 혐의를 받고 의사 85명과 함께 검찰로부터 기소됐다. 외견은 가라앉는 듯 보이지만, 이번 안국약품 사태는 일파만파 파장을 남길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일부 기소된 의사들은 강압적 분위기에서 수사를 받았다며 억울함을 호소한다. 몇몇 의사커뮤니티에서는 안국약품에 대한 불만이 거론되고 있다. 안국약품은 몇몇 CSO(영업대행사)에 영업을 위탁했지만, 일부 업체는 영업을 시작도 못하고 있다.    

서울서부지방검찰청 식품·의약조사부는 지난 25일 어진 안국약품 대표이사 부회장 등 안국약품 관계자 4명을 약사법 위반과 뇌물공여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안국약품으로부터 불법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로 의사 85명도 함께 기소됐다. 의사들에게 적용된 혐의는 의료법 위반과 뇌물수수 등이다.

검찰 내사와 압수수색 후 8개월 수사

이번 안국약품 리베이트 사건은 지난해 11월 21일 서부지검 식품·의약조사부가 전격적으로 안국약품 본사를 압수수색하면서 대외적으로 알려졌다. 이미 입수 자료를 토대로 식품·의약조사부가 내사를 진행한 기간을 감안하면 8개월이 훨씬 넘는 기간 동안 진행된 것이다. 당초 이번 사건은 안국약품 퇴직자 등 회사에 불만을 가진 세력이 조직적으로 자료를 수집해 검찰에 제보한 것이 발단으로 추정된다.    

서부지검 식품·의약조사부의 기소 내용을 분석하면 안국약품이 90억여원 리베이트를 의사 85명에게 제공했다는 의혹이 핵심인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식품·의약조사부는 지난 23일 서울서부지방법원에 어진 안국약품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하지만 최유신 서부지법 영장전담판사는 리베이트 제공이라는 혐의 사실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이유로 영장을 기각한 바 있다. 

이처럼 어진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은 기각됐지만, 85명 의사들 중 1명이 이번에 구속된 것으로 파악된다. 해당 의사는 보건소에 근무하는 공무원으로, 리베이트 수수 혐의 즉 의료법 위반이 아닌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된 것으로 알려졌다.

◇ 기소 대상 의사들 “억울하다”

이번에 식품·의약조사부로부터 기소된 의사는 구속자를 포함, 총 85명이다. 이들은 당초 서부지검에 소환돼 수사를 받은 의사 156명 중 리베이트 수수 여부와 금액 등을 기준으로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안국약품 퇴직자와 현직자에 이어 리베이트 수수 의혹을 받은 의사들은 지난 5월 하순 경부터 검찰 소환을 받은 것으로 파악된다. 당초 1차 소환 리스트는 50명 정도가 준비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서부지검으로부터 소환 통보를 받은 후 출두해 수사를 받은 의사는 156명으로 집계된다.

이들이 서부지검에 소환돼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강압적으로 진행됐다는 주장은 의료계와 제약업계를 중심으로 확산되기도 했다. 두 달 남짓한 기간 동안 156명 의사가 소환돼 수사를 받은 것은 대규모로 판단된다. 

익명을 요청한 기소 대상 의사는 “안국약품으로부터 리베이트를 수수하지 않았음에도 검찰 소환 대상이 됐고, 부실하고 정확성이 떨어지는 자료를 토대로 이번에 기소가 됐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안국약품 관계자를 포함, 총 89명이 기소가 된 이번 사건의 향후 재판 과정에서 치열한 법정공방을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 안국약품의 의료계 신뢰도 회복 난망

검찰에 소환돼 수사를 받은 의사들이 156명으로 집계되는 상황은 앞으로 안국약품이 의료계 신뢰를 받기까지 첩첩산중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한다.

지난 2000년 의약분업 시행 후 전문의약품 처방권이 의사에게 있는 현실에서 의료계에 한번 찍히면 후유증이 수년을 가는 것이 관례다. 실제 모 제약사는 지난 2013년 세무당국의 세무조사 과정에서 사용처가 불분명한 자금 150억여원이 발견되자 의사들에게 접대성 경비로 지출했다고 진술해 후유증을 겪었다. 세무당국은 의사들에게 접대성 경비에 대한 소명을 요구했다.  

이에 해당 제약사는 접대 대상자 명단에 오른 의사들을 찾아가 읍소했지만, 의사들은 손해배상청구 소송으로 맞섰고 이 소송은 3년여 기간 동안 진행됐다. 이 기간 동안 모 제약사는 처방 감소로 매출 부진에 시달리는 경험을 해 전문약 처방권을 가진 의사 집단 영향력을 인정케 했다.   

◇ 안국약품 영업대행사에도 여파 미칠 듯

리베이트 사건에 휘말린 후유증은 해당 업체인 안국약품은 물론 안국 영업을 대행하는 CSO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국약품은 서부지검 수사가 진행되는 와중에서 거래처에 대한 영업을 CSO에 위탁한 것으로 파악된다. 검찰의 수사 종료와 발표를 앞두고 핵심 거래처와 영업을 외부에 위탁함으로서 여러 부담을 덜고 전문약 처방과 매출을 최대한 보전하려는 자구책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안국약품이 아닌 CSO 이름으로 영업하는 상황에서도 어차피 상황을 인식한 의사들을 상대로 영업을 진행하는 것은 여러모로 부담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 안국약품과 계약을 체결한 후에도 영업대행에 착수하지 못하는 CSO 업체가 있을 정도로 안국의 대행 분산 전략이 원활하지 못하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좁은 업계 특성상 검찰 압수수색만 받아도 처방이 줄어드는데 수사 결과가 나온 상황에서 의사도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며 “안국약품 걱정으로 밤에 잠이 안 온다”고 토로했다.     

서부지검은 불법 임상시험 의혹도 수사

서부지검이 그동안 안국약품의 불법임상시험 의혹에 대해서 수사해온 사실도 이번에 드러났다. 안국약품 중앙연구소에서 불법 임상시험이 벌어진다는 제보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접수된 것은 지난 2017년 7월이다. 이 사건은 식약처 위해사범중앙조사단이 수사하다 2018년 1월 서부지검 식품·의약조사부에 이첩됐다. 하지만 서부지검은 현재까지 이 사건에 대해 기소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서부지검이 갖고 있는 혐의의 핵심은 안국약품 중앙연구소가 연구원들에게 혈압강하제와 항혈전응고제를 불법 투약했다는 것이다. 연구원들로부터 동의서는커녕 건강검진도 시행하지 않았다는 내용이다. 이 불법 임상시험 의혹은 지난해 11월 서부지검이 안국약품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도 제기된 바 있다.

복수의 제약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중소제약사들이 걱정해왔지만 재판이 진행되고 다시 의료계 신뢰를 얻게 되면 안국약품은 향후 영업을 활성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긍정적 전망을 내놨다. 이어 이들은 “의사에게 53억여원 리베이트를 제공하고 오너가 구속된 모 제약사도 최근 살아나고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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