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미국 항공기서 난동 피우면 2억원, 한국에선 승무원 배 때려도 1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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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미국 항공기서 난동 피우면 2억원, 한국에선 승무원 배 때려도 100만원?
  • 엄민우 기자(mw@sisajournal-e.com)
  • 승인 2019.07.25 17: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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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법원 하와이안 항공에서 난동부린 40대 한국인에 2억원 배상 판결
이스타항공에서 담배 피는 것 제지하는 승무원 폭행한 25세 여성은 벌금 100만원

지난 2월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한국 인천으로 향하던 하와이안 항공 여객기는 이륙한 지 4시간 만에 다시 하와이로 기수를 돌려야 했다. 만취한 한국인 47살 김모씨가 옆자리에 있던 9살 어린이의 어깨에 발을 올리고 승무원들에게 난동을 부리며 안전을 위협했기 때문이다. 그는 귀국하자마자 대기하고 있던 미국 연방수사국(FBI) 요원들에게 끌려갔다. 죄 없는 260여명의 승객들은 그 김씨 때문에 다시 하와이로 돌아와야 했다.

몇 달 후 하와이안 호놀룰루 법원은 김씨에 대해 징역 6개월형을 선고했다. 그리고 여객기 회항 비용과 승객들 숙박비 등 명목으로 17만2000달러를 하와이안항공에 배상토록 했다. 한화로 약 2억원에 달하는 액수다. 정말이지 ‘억’소리 나는 액수다. 미국 법원은 자국민, 타국민을 가리지 않고 기내난동을 부리는 이들에게 억대 배상을 판결하곤 한다.

항공기 범죄 관련 협약인 ‘도쿄협약’에 따르면 운항 중인 기내에서의 난동 범죄는 항공사가 소속된 국가에서 재판을 받는다. 만일 김씨가 하와이안 항공이 아니라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국내 항공사에서 똑같이 난동을 폈다면 어떤 처벌을 받았을까.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을 것이라는 것을 모두가 쉽게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해당 기사에는 ‘우리나라였다면 술취한 점, 초범인 점, 반성하는 점 등 이유로 벌금 백만원 선고했을 것’, ‘이렇게 엄벌해야 다들 놀라서 이런 행동 안하는데 우리나라는 맨날 솜방망이 처벌’ 등 댓글이 달렸다.

이 같은 댓글들은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아니다. 과거 전례들을 보면 상당히 현실적인 분석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2017년 8월 베트남으로 향하던 이스타항공 화장실에서 술 취한 채 담배를 피우던 25세 여성. 이미 그 자체로 범죄다. 이스타항공 승무원이 증거수집 차원으로 동영상을 촬영하려 하자 그 여성은 승무원의 배를 발로 걷어찼다. 이 또한 별도 범죄다. 그런데 한국 법원이 그 여성에게 선고한 수준은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 그리고 벌금 100만원이다. 그 여성은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을 했다고 한다.

2016년 팝스타 리차드 막스의 SNS를 통해 알려진 기내난동 사건. 당시 35세 임모씨는 베트남 하노이에서 인천으로 향하던 대한항공 비즈니스석에서 술에 취해 여성 승무원들의 얼굴과 복부를 때리고, 정비사 얼굴에 침을 뱉고 난동을 부렸다가 됐다. 자, 재판 결과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벌금 500만원 형. 여기에 사회봉사 200시간. 그런데 재밌는 것인 임씨가 이 벌도 무겁다고 항소를 했다가 기각됐다는 점이다.

이 말고도 기내난동을 벌여도 솜방망이 처벌을 한 국내 사례는 무수히 많다. 그 모든 사건 자체가 거의 다 솜방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백만원 대 벌금, 집행유예 처벌이 대부분이다.

항공기에서의 난동은 크게 2가지 점에서 악질적이다. 우선 안전에 치명적 영향을 줄 수 있다. 10km 상공을 나는 비행기에서의 돌발사항은 대형사고로 이어지기 때문에 다소 불편해도 다들 통제를 따르는 것이다. 두 번째는 항공기가 혼자만의 공간이 아니라는 점이다. 많게는 수백명씩 어쩔 수 없이 운명공동체로 몇 시간을 보내게 되는데, 단지 한 사람의 소란이 너무 많은 이들을 괴롭게 한다. 심지어 회항할 경우 수백명의 일정을 꼬이게 한다.

이 때문에 외국에선 항공기에서의 소란을 엄격한 법으로 다스리고 있다. 미국에선 기내 난동을 부리면 최대 징역 20년, 25만달러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중국은 기내난동을 부린 자는 항공기 이용 뿐 아니라 은행 대출을 할 때도 불이익을 준다고 한다.

그럼 우리는? 항공보안법 23조 및 50조에 따르면 기내난동을 벌인 자는 1000만원 이하 벌금형이다. 법자체가 약하다. 허나 그마저도 막상 재판장에 가면 초범이라는 점, 반성한다는 점 등을 이유로 약한 처벌을 받기가 부지기수다. 상황이 이래서인지 기내난동은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라고 한다.

기내난동 문제를 승무원들이 제압할 수 있도록 해줬다고 하지만 근본해결책은 아니다. 이미 자신이 ‘갑’이라고 생각하는 진상승객들을 항공사나 승무원이 강경하게 다루긴 현실적으로 힘들고, 설사 제압해서 줄로 묶었다고 치자. 그러나 나가면 또 집행유예, 몇 백만원 벌금이다.

결국 간단하다.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 기내에서 난동피우면 인생에 차질이 빚어질 수준의 처벌이 있다는 인식이 있으면 행동거지에 조심을 하게 된다. 그저 사람들이 아름답게 알아서 잘 해주길 기대하는 방식으로는 아무 문제도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우린 충분히 확인해 왔다. 99%이상의 알아서 잘 하는 사람들은 법 없이도 알아서 잘 한다. 알아서 잘 못하는, 그래서 강력 처벌에 대한 두려움이 있어야 비로소 올바른 행동을 할 수 있는 극소수 때문에 법을 만드는 것 아닌가.

음주운전은 다른 이들의 행복을 앗아갈 수 있다는 이유로 처벌을 강화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수 백 명의 생명을 위협하는 비행기 난동역시 처벌수위를 더 강화해야 한다. 매년 문제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공염불이 되고 있다. 이번 문재인 정부에선 국토교통부, 국회가 적극적으로 움직여 이 고질적 기내 악습의 뿌리를 뽑아주길 기대해 본다. 그것 자체가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움직임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엄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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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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