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한 상황·사고·극복···CEO 교체後 사망사고 ‘재발방지’ 한 목소리, 방법론은 서로 달라
업계 “습관적 결의는 지양해야”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국내 철강업계 대표기업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유사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들은 올 상반기 공통적으로 사상자가 발생한 각종 사고로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움직임 역시 반복되는 모양새다. 업체 안팎과 업계에서는 “말뿐인 변화가 돼선 안 된다”는 조언이다.

두 기업은 올 초부터 ‘죽음의 공장’이란 오명을 써야했다. 해당 오명이 ‘불가피하다’는 평가가 있을 정도였다. 포스코에서는 올 2월과 지난달 그리고 이달까지 차례로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2월 포항제철소 근무자 김아무개(53)씨가 신항만 5부두 내 크레인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달엔 광양에서, 이달엔 포항에서 재차 사망사고가 있었다.

현대제철에서도 지난 2월 이아무개(51)씨가 컨베이어벨트 부품교체 작업 중 또 다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있었다. 제철소 특성 상 다른 산업군에 비해 작업환경이 위험한 것이 사실이지만, 최근 수년 새 비슷한 사망사고가 반복되고 비록 사망에 이르진 않았지만 다양한 부상 사고들 역시 수 없이 반복돼 왔다는 점에서 지탄의 대상이 됐다.

더욱이 두 업체 모두 최근 1년 새 수장이 교체된 직후 발생한 사고였다. 포스코 사상 최초의 ‘비(非)철강·재무통’ 출신 최정우 회장은 오는 27일 취임 1주년을 맞는다. 현대제철의 경우 임원인사를 통해 ‘오너의 복심’ 김용환 부회장이 현대자동차에서 현대제철로 자리를 옮겼다. 또 포스코 출신의 안동일 사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새 경영진의 출범과 더불어 빚어진 사고였기에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이 우선시됐다. 특히 사고가 잦았던 포스코는 지난 23일 ‘안전혁신 비상 테스크포스(TF)’를 발족하고 노사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안전다짐대회를 개최했다. 산업재해를 근원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작업표준 개정과 안전의식 개선활동 등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현대제철은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안전·환경자문위원회’을 설립해 ‘종합 안전대책’을 수립했다. 기업의 안전문제 해결을 위해 외부 전문가들로 자문단을 구성하는 방법은 국내 산업계에서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전향적 시도였다. 또 글로벌·미국 1위 철강사를 두루 거친 ‘안전관리 전문가’ 마이클 슈블 상무를 영입해 안전한 작업장 구축에 만전을 가했다.

업계는 이들의 자구적 노력을 지지하는 모습이다. 다만 ‘말뿐인 대책’보다 사고방지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 관계자는 “지난해 5월 포스코는 향후 3년 간 1조원의 예산을 투입하고, 전 계열사의 안전업무 콘트롤타워 격인 ‘안전전략사무소’ 등을 신설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대책을 이미 발표한 바 있다”면서 “관성적인 안전결의대회는 무의미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현대제철은 올 초 사고 이후 외부 전문가를 초빙해 7개월여 간 안전과 환경 등을 조언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으나, 여전히 작업장 곳곳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포스코에 비해 사고발생 건수는 낮지만 협력·하청업체 소속 직원들의 사고가 빈번한 만큼, 같은 비판이 반복되지 않게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안전은 회사가 추구하는 최우선 가치”라며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즉시 개선하자”며 ‘발로 뛰는’ 실질적 안전 활동 강화를 주문했다. 또 지난해 발표한 안전강화 투자예산 중 3820억원을 올해 소요해 노후 안전시설 개선 등에 집중 투자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현대제철도 전문가들로 구성된 자문위원회의 진단과 제안을 활용해 “안전하고 친환경적 사업장 구축을 이뤄내겠다”는 심산이다. 안전·환경자문위원회의 활동기간은 올 12월 까지다. 업체 관계자는 “자문위원회의 활동기간이 더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기한을 연장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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