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구 ‘닮은꼴’ 수출입은행장 유력 평가···다크호스로 김광수·윤종원 등도 거론

은성수 수출입은행장(사진 왼쪽부터)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김용범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사진=연합뉴스, 편집=이다인 디자이너
은성수 수출입은행장(사진 왼쪽부터)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김용범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사진=연합뉴스, 편집=이다인 디자이너

금융위원장 교체를 앞두고 금융권이 술렁이고 있다. 문재인 정부 첫 금융위원장으로서 2년 동안 금융권을 이끌어 왔던 최종구 위원장이 사의를 표명하자 업계 여러 인사들의 이름이 차기 후보군에 오르내리고 있다.

최 위원장의 뒤를 이어 수출입은행장을 맡고 있는 은성수 수출입은행장이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과 김용범 전 금융위 부위원장 등도 주목받고 있다.

◇최종구 위원장 임기 1년 남기고 사의…후임 1순위는 은성수

최 위원장은 지난 1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가진 ‘일본의 수출규제’ 관련 브리핑 자리에서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청와대에서 상당 폭의 내각 개편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금융위원장의 임기는 3년이나 인사권자의 선택 폭을 넓혀주기 위해 최근 사의를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최 위원장이 갑작스럽게 사의를 발표하자 예전부터 제기돼 왔던 총선 출마설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스스로는 지속적으로 출마 사실을 부인하고 있지만 여당에서 강원도 강릉 지역에 최 위원장을 공천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최 위원장은 강원도 강릉 출신 인사로 지역 내 인맥이 두터운 것으로 전해진다. 강원도 지역의 경우 일반적으로 보수 정당이 강세를 보이기 때문에 여당 입장에서는 최 위원장과 같이 인지도 높은 후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공정거래위원장 등 다른 기관장을 지낸 후 차기 경제부총리로 자리를 옮길 수 있다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최 위원장의 거취만큼 차기 위원장에 대한 관심도 뜨거운 상황이다.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에 이어 최 위원장까지 2년 이상의 임기를 채웠기 때문에 차기 위원장 역시 장기간에 걸쳐 정부의 금융정책을 진두지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력 후보로는 은성수 수출입은행장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등 국책은행장들이 거론된다. 은 행장은 1983년 제 27회 행정고시로 공직에 진출해 재정경제부 국제기구과 과장, 재경부 금융협력과 과장 등을 역임했으며 참여정부 시절 대통령비서실 경제보좌관실 선임행정관을 지내기도 했다.

은 행장은 최 위원장과 동일한 이력을 많이 가지고 있다. 둘은 모두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장을 맡은 경험이 있으며 2017년에는 최 위원장이 수은행장에서 금융위원장으로 자리를 옮긴 직후 은 행장이 뒤를 이어 수은행장에 임명되기도 했다.

최 위원장은 당시 은 행장이 노동조합의 반대로 취임에 어려움을 겪자 “노조가 그렇게 구태의연한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며 “누구보다 적임인 분이 임명됐다고 본다”고 힘을 실어준 바 있다. 둘은 기재부 국제금융 적통 라인으로 분류되며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은 행장은 수은행장으로서의 평가도 좋은 편이다. 그의 재임 기간에 당기순이익은 2017년 168억원에서 지난해 6859억원으로 증가했으며 경영혁신 과제도 성공적으로 완료했다. 수은 노조가 직접 감사패를 전달할 정도로 내부 소통에도 유능한 모습을 보였다.

◇이동걸 산업은행장·김용범 부위원장 '대항마' 거론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산업연구원 연구위원과 대통령비서실 행정관,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 등을 지낸 인물로 한동안 학계에 있다가 문재인 정부 들어 다시 금융권에 복귀했다. 산업은행 회장으로서 조선과 해운 등 분야에서 큰 구조조정을 무리없이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대우조선해양과 아시아나항공, KDB생명, 대우건설 등 주요 매각 작업이 현안으로 남아 있어 자리를 옮기기가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김용범 전 금융위 부위원장도 주요 후보 중 한 명이다. 행시 30회 출신인 김 전 부위원장은 금융위 내에서도 엘리트로 꼽힌다. 금융위 자본시장국장과 금융정책국장, 사무처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으며 최근까지 부위원장으로 재직했기 때문에 정책 연속성 측면에서 큰 강점을 가지고 있다.

증권선물위원장으로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해 삼성에 호의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비판도 있다. 때문에 일부 여당 정무위원들과 갈등을 빚기도 했지만 여당 지도부와는 여전히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밖에 김광수 NH농협금융지주 회장과 윤종원 전 청와대 경제수석 등도 다크호스로 여겨지고 있다.

김 회장은 은성수 행장과 같은 행시 27회 출신으로 금융위 금융서비스국 국장과 금융정보분석원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과는 각별한 관계로 알려져 있다. 농협금융 회장 임기가 아직 남아 있기는 하지만 임종룡 전 위원장이 농협금융 회장 임기 도중에 금융위원장이 된 선례가 있기 때문에 선임에 걸림돌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윤 전 수석 역시 행시 27회 출신이다. 참여정부에서 대통령 경제보좌관실 선임행정관을 지냈으며 재경부 경제정책국 종합정책과장과 기재부 경제정책국장 등을 역임했다. 대표적인 ‘거시경제 전문가’ 중 한 명이지만, 지난해 6월 경제수석 임명 이후 단 1년 만에 청와대를 나왔다는 점이 약점으로 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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