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난점‧높은 가격대는 진입 장벽
향후 탄산 농도 조절 등 커스터마이징 기능 추가···맥주 매니아층 겨냥

LG전자 모델들이 세계 첫 캡슐형 수제맥주제조기 'LG 홈브루(LG HomeBrew)'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LG전자
LG전자 모델들이 세계 첫 캡슐형 수제맥주제조기 'LG 홈브루(LG HomeBrew)'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LG전자

 

LG전자가 가정용 맥주 제조기 ‘LG 홈브루’로 수제 맥주 제조 시장을 공략하며 가전 시장 수요 창출에 나섰다. 홈브루는 대당 300만~400만원에 이르는 고가 제품으로 ‘혼술족’ 등 맥주 애호가 수요를 공략한다. 다만 현행 주류판매법상 홈브루로 만든 맥주는 일반 매장에서 고객 대상 시음이 불가능하다. 마케팅에 한계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16일 LG전자는 서울 주한 영국대사관에서 ‘LG홈브루’ 출시 미디어행사를 개최했다. LG홈브루는 집에서 직접 맥주를 양조해 마실 수 있는 제조기다. 캡슐형 맥주원료를 넣어 만드는 가정용 맥주제조기로서는 세계 최초다. 둥근 통 양쪽에 캡슐과 물을 넣으면 자동적으로 발효, 숙성 과정을 거쳐 맥주가 제조된다. 완성된 맥주는 4도 및 6도의 온도 중 선택해 보관할 수 있다.

LG홈브루는 총 5가지 맥주를 만든다. 인디아 페일 에일, 페일 에일, 스타우트, 위트, 필스너 등이다. 한 번에 약 5리터 용량을 제조할 수 있으며, 맥주 종류별로 제조 기간은 2~3주 가량 걸린다.

술맛을 내는 캡슐형 맥주원료 패키지는 LG전자와 글로벌 몰트 제조사인 영국 문톤스가 함께 개발했다. 캡슐 패키지는 맥주의 주원료인 맥즙팩 외 발효를 돕는 이스트(효모), 맥주에 풍미를 더하는 홉오일, 플레이버(맥주향) 등 3개의 캡슐이 한 세트로 구성돼 있다.

LG홈브루엔 맥주의 온도, 압력, 시간을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정밀하게 제어하는 ‘마이크로 브루잉 공법’이 적용됐다. 사용자는 제품 전면에 탑재된 디스플레이 화면과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 ‘LG 씽큐’를 통해 실시간 맥주 제조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

온수살균세척시스템이 맥주를 만들기 전, 만드는 도중, 완성한 후에 각각 기기 내부를 세척하고 살균하도록 했다. 케어솔루션 매니저가 6개월마다 방문해 내부 살균 및 외부 세척, 필터 교체 등 서비스도 제공한다. 탑재된 인버터 컴프레서는 전기료 부담을 낮춘다. 맥주 5리터를 만드는 데 드는 전기료는 약 1374원이다.

◇"맥주 맛은 못 보여줘"···고객 시음 불가해 마케팅 난제

LG홈브루는 집에서도 갓 만든 맥주를 맛볼 수 있는 매력을 자랑한다. 이에 출시 전부터 맥주 애호가들의 관심이 LG홈브루에 모였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다만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LG홈브루의 마케팅은 쉽지 않아보인다. 현행 주류판매법상 LG전자는 LG홈브루를 통해 만들어진 맥주를 LG베스트샵 등 일반 매장에서 시음 형태로 제공할 수 없다. 맥주 만드는 제품을 팔면서, 시음 없이 입소문에만 의존하는 마케팅 방식은 한계일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송대현 LG전자 H&A사업본부장 사장은 “주류제조 허가가 없기 때문에 일반 LG전자 매장에서 고객들에게 맥주 맛을 보여줄 수가 없다”면서 “맛을 보여드릴 수 없는 상태에서 제품을 판매해야 하는 점이 마케팅에서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LG전자는 이날 미디어 대상 시음을 위해 치외법권인 영국대사관에서 행사를 진행해야 했다. 현장에서 LG홈브루 맥주를 시음한 기자들의 반응은 각기 달랐다. "맛이 너무 가볍다"고 말하는 반응이 있는가 하면 "청량하고 탄산 성분이 강하다"는 반응도 있었다. 

LG홈브루에서
LG홈브루에서 제조된 스타우트를 따르는 모습 / 사진=윤시지 기자

LG전자는 맥주 애호가를 주요 수요층으로 집중 공략할 방침이다. ‘자신만의 맥주’를 만들고자 하는 매니아 수요를 위해 커스터마이징 기능을 확대 도입할 계획이다. LG전자 관계자는 “향후 탄산 농도까지 조정할 수 있도록 개발할 것”이라며 “독일, 벨기에 등 유명한 세계 주류 업계와도 협업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송 사장은 주요 고객층을 두고 “1인 가구가 증가함에 따라 나만의 공간에서, 나만의 맥주를, 친구들과 함께 즐기고 싶다는 로망을 가진 분들이 선호할 것”이라며 "LG홈브루의 맥주 제조과정을 설명하고 맛을 소개하는 이론적인 영상과 자료를 제공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맥주값만 1년에 133만원…커스터마이징 기능 확대해 매니아 수요 공략

LG홈브루는 1인 가구의 작지만 확실한 행복(소확행)을 겨냥하지만, 가격은 결코 소소하지 않다. LG홈브루의 일시불 구입 가격은 3년간의 관리서비스를 포함해 399만원이다. 케어솔루션 서비스의 경우 월 사용료는 선납금 100만원 납입 시 1~3년차 6만9900원, 4년차 3만4900원, 5년차 1만4900원이다. 선납금 없이 이용할 경우 월 사용료는 1~3년차 9만9900원, 4년차 3만9900원, 5년차 1만9900원이다. 또 5가지 캡슐 패키지는 각각 3만9900원, 2리터 용량 전용 스테인리스 보관용기 ‘LG 홈브루 보틀’ 가격은 6만9900원으로 책정됐다. 

사실상 1년간 관리비용까지 포함해 맥주값만 133만원 이상 들어가는 셈이다. 제조기간이 2주 가량 걸리는 IPA, 페일 에일, 스타우트의 경우, 1년 동안 최대 130리터(ℓ) 가량을 제조 가능해 1ℓ에 1만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맥주를 커피처럼 매일 마시는 사람이라면 지불할 수 있는 가격이나, 일반 수요층을 겨냥한 제품이라고 보긴 어려운 가격대다.

송 사장은 "판매 수량이 많을 경우 판매 가격을 낮출 수 있지만, 당초 마니아 수요를 공략하기 때문에 판매량을 가늠하기 어렵고 연구개발(R&D) 비용 등을 감안해 이렇게 가격을 설정했다"면서 "일반 제품처럼 많이 팔릴 것으로 예상하고 가격을 낮게 설정하긴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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