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서울시 세입자 보상 규정 마련···조합에서 영업손실·이사비용 마련해야
“비용 부담 증가로 사업 지연·위축 우려···건설사들도 참여 꺼릴 것”

10일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서울 내 재건축 조합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등에 이어 세입자 보상 의무화까지 앞두고 있어 조합의 부담이 더욱 커지고 있어서다. / 사진=시사저널e DB

재건축 사업에서 세입자 손실보상·주거 이전비용 지급을 의무화하는 신설 법률안을 놓고 서울 내 재건축 조합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조합원 지위 양도제한 등에 이어 또 다시 규제책이 나오면서 조합의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이다. 건설업계 역시 조합의 부담이 늘어나면 시공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재건축 사업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10일 업계 등에 따르면 재건축 사업에서 세입자 보상을 의무화하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도정법)은 현재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심의를 앞두고 있다. 금태섭 더불어민주당이 의원이 세입자 보호 강화를 위해 지난 2월 발의했다.

신설되는 도정법 제64조의2(재건축사업에서의 세입자 보상 관한 특례)에 따르면 시행사는 재건축 사업을 시행할 때 세입자가 영업을 폐지·휴업할 경우 휴업으로 잃게 되는 영업이익과 시설의 이전비용 등의 보상마련이 의무화 된다. 아울러 주거를 이전하는 세입자에게는 이전에 필요한 비용과 이사비용을 마련해줘야 한다.

서울시도 재건축 사업에서 세입자 보호를 강화하겠다고 나섰다. 서울시는 지난 4월 단독주택 재건축 사업 장 내에 세입자의 권리를 강화하는 내용의 ‘단독주택 재건축 세입자 대책’을 발표했다. 재건축 사업에도 조합이 세입자에게 주거이전비와 이사비, 영업손실 보상비 등을 지급하도록 한 것이다. 이는 지난해 12월 마포구의 단독주택 재건축 사업장에서 강제철거로 갈 곳을 잃은 한 세입자가 스스로 목숨을 끓으면서, 이에 대한 후속대책으로 마련됐다.

정치권과 지자체에서 적극적으로 나선 이유는 현행법상 재건축 사업은 재개발 사업과 달리 세입자의 영업 손실 보상에 대한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같은 새로운 규정에 조합과 건설사들 사이에서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재개발과 재건축이 보상 방식 체계가 다르기 때문에 세입자 보상을 의무화 하는 것은 문제 있다는 지적이다.

현행 도정법에서 재개발 사업은 도시 내 낡은 주택과 불량한 도로·상하수도 등을 정비하는 공익사업으로 보고 해당 구역 세입자의 영업손실, 주거이전비 등을 보상한다. 반면 재건축 사업은 민간 이익을 위한 사업으로 보고 별다른 보상 대책을 규정하지 않고 있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애초부터 법적 체계가 다르기 때문에 재개발 사업은 정비기반시설 비용을 정부와 지자체가 보조하는 반면 재건축 사업은 지원 자체가 없다”며 “여기에 재건축 사업장에는 초과이익환수제, 조합원 양도 지위 제한 등이 시행되고 있는데 또 다시 규제책이 나오면서 조합들의 반발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재건축은 재개발과 달리 소송을 통해 소유권 문제를 해결해야하는 만큼 세입자 보상 의무화를 악용하는 세입자가 나타날 경우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조합 관계자는 “재개발은 수용·사용권이라는 공적 장치가 있지만, 재건축은 매도청구소송을 통해 소유권을 확보할 수 있다”며 “일부 세입자가 이를 악용할 경우 소송을 진행 할 수밖에 없고 조합의 비용 부담 증가는 불가피하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건설사들은 정부의 과도한 규제책으로 인해 가뜩이나 침체된 재건축 사업장이 더욱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영세 세입자를 보호한다는 정부의 공익적 취지는 이해하지만, 각종 재건축 규제와 민간아파트에 대한 분양가 상한제까지 시행을 앞둔 마당에서 기존에 없던 세입자 보상 의무화까지 추가한다면 사업이 중단되거나 지연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조합의 비용부담은 시공사에도 부담을 주기 때문에 보상 관계가 복잡한 현장에는 시공 참여를 꺼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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