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부터 자금 지급 기준·사후 검증 강화···예상 집행률 89.3%
"제도 지원 기준 강화로 소상공인 돕기는 역부족" 지적
고용부 “운영상 미비점 보완···사각지대에 놓인 필요 사업주 지원 위해 노력”

일자리안정자금이 지난 1일부터 지원 지급 기준이 강화됐다. / 자료=기획재정부,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일자리안정자금이 지난 1일부터 지원 지급 기준이 강화됐다. / 자료=기획재정부,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을 완화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일자리안정자금을 운용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올해로 2년 차를 맞은 일자리안정자금이 사각지대에 놓인 영세사업체들에게도 제공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미비한 점을 보완해 올 하반기부터 지원 기준을 강화하기로 했다.

특히 고용부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따른 소상공인, 영세 자영업자의 경영상 부담을 덜어주고 저임금 근로자를 지원하기 위해 올해 일자리안정자금 예산을 2조7600억원으로 책정했다. 다만 현재 흐름대로라면 올해 집행률은 89%에 불과하고, 기준도 강화돼 영세 자영업자, 소상공인들을 돕기에 는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올 하반기부터 일자리안정자금제도 기준 대폭 강화

정부는 올해 7월1일부터 일자리안정자금 제도 기준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정부는 현재 30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일자리안정자금 지원 대상 노동자 인원이 줄어들더라도 불가피성(직전 3개월과 비교할 때 재고량 10% 이상 감소, 매출액 및 생산량 5% 이상 감소 등)에 대한 입증자료를 제출하면 일자리안정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10인 미만의 소규모 사업장은 인원 감축의 불가피성에 대한 입증자료 제출 없이 간소화된 양식만으로도 일자리안정자금을 신청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올해 7월1일부터는 1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도 다른 사업장처럼 매출액 등 관련 자료를 제출해야만 계속해서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된다. 30인 이상 사업장은 일자리안정자금 지원 대상 노동자 인원이 줄어들 경우 하반기부터 지원이 중단된다.

일자리안정자금 신청 당시 퇴사자에 대한 소급 지원도 중단한다. 그동안은 노동자가 퇴사했어도 사업주가 신청하면 일자리안정자금을 소급 지원했다. 노동자의 소득 기준 210만원에 대한 사후 검증도 강화된다.

고용부는 노동자의 소득 기준으로 사용되는 월평균 보수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초과근로수당, 비정기 상여금 등까지 반영하기 위해 다음 연도 보수 총액 신고 결과를 토대로 사후 검증하고 있다. 2018년에 지급된 지원금은 사후 검증을 통해 월평균 보수가 190만원의 120%를 초과(230만원)하면 환수했다.

다만 고용부에 따르면, 올해는 210만원까지 지원하는 점을 감안해 환수 기준을 110%로 조정한다. 이에 따라 내년에 신고한 보수총액 중 2019년도 월평균 보수가 231만원을 초과하면 지원금이 환수된다.

아울러 정부는 4대 보험 가입 유도 정책도 더하면서 신청 조건을 사실상 4대 보험 가입으로 못 박았다. 4대 보험 가입 의무가 없는 초단기·고령 근로자를 더 많이 채용하는 소상공인과 영세 자영업자들은 일자리안정자금을 받기 어려워질 전망이다.

고용노동부 측은 “올해 사업 인지도도 높아지고, 고용보험 데이터베이스와 연계해 노동자의 입사와 퇴직을 자동으로 확인하고 지급되도록 시스템이 개선됐기 때문에 신청할 때 이미 퇴사한 노동자에 대한 소급 지원은 중단된다”고 밝혔다.

4대 보험 가입 조건 완화에 대해 고용부 측은 “4대 보험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 노력해 왔고, 고용보험과 연금보험을 대폭 경감해주는 두루누리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부담은 덜어주고 근로자의 사회안전망은 강화하는 것을 정책 방향으로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4대 보험 미가입 사업주도 일자리안정자금 지원 필요”

문제는 지원 예산은 한정적인데 정부의 기준 강화로 최저임금 인상에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 영세 자영업자들은 정부 지원을 받기도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 5월 말을 기준으로 약 70만개 사업체에 총 1조286억원의 일자리안정자금이 지원됐다. 이는 올해 지원금 예산 2조7600억원 중 37.2%가 집행된 것이다. 고용부는 현재 ‘원활한 수준’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강조했지만, 현재 흐름대로라면 연말까지 집행률은 89.3%에 불과해 3000억원의 예산이 남게 된다. 예산이 남는데도 정부의 기준 강화로 정부의 취지와는 다르게 지원금을 받지 못하는 영세 자영업자가 대거 생겨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실제 소상공인들은 정책 활용도가 떨어진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최근 영세업체 1204곳을 설문조사한 결과 89.9%가 ‘일자리 안정자금을 신청하지 않았다’고 답했고, 33.1%는 ‘4대 보험 미가입 사업주에게도 일자리안정자금을 지원해달라’고 요구했다.

서울 여의도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A씨는 “4대 보험 비용이 일자리안정자금(13만원)보다 더 많다”며 “최저임금 인상으로 아르바이트생들도 초단기로 채용하고 있는 상황인데, 지원금을 받기 위해 4대 보험을 가입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같은 지역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B씨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카페 운영도 힘들어졌는데 정부 지원금도 받기 어려워졌다”며 “대다수 소상공인들은 4대 보험을 가입하거나 강화된 기준을 따라가기 힘든 만큼, 정부가 우리 같은 사람들을 고려해 지원 정책을 확대해 줬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올해 일자리안정자금이 2년 차를 맞은 만큼, 사후 관리를 강화해 사각지대에 놓인 소상공인들에 더 많은 혜택이 주어질 수 있도록 제도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지난해 집행 관리 부분에서 발생한 부정수급 등 운영상의 미비점을 보완해 안정자금이 꼭 필요한 사업주에게 지원되도록 제도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박성희 고용부 노동시장정책관은 “일자리안정자금을 통해 65만개 사업장과 264만명의 저임금 노동자에게 2조5000억원을 지원해 소상공인과 영세 자영업자의 경영 부담을 줄이는 데 나름의 성과를 냈지만 집행 관리 등에 대한 우려도 있다”면서 “2년 차인 올해에는 예산이 새는 곳은 없는지, 관리가 되지 않는 사각지대는 없는지 하나하나 꼼꼼히 챙기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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