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환 불응 방침’ 확인···불출석 사유서·일정 조율 의사 등도 미제출
여당 “명백한 외압, 적반하장에 황당”···경찰, 회기 종료 후 ‘절차대로’ 방침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경찰이 지난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여야간 폭력행위 등에 대한 고소‧고발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가운데 이채익 자유한국당 의원이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되고 있다. 또한 이 의원을 비롯한 한국당 의원들이 경찰 소환 통보에 불응하기로 결정하면서 논란은 더욱 확산하고 있다. 

이 의원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한국당 간사로서 통상적인 상임위 활동을 통해 불합리한 수사를 방지한 것이고, 외압 행사 등의 정치적 해석은 온당치 못하다는 입장이다. 앞서 이 의원은 경찰에 해당 사건들의 수사 진행 상황, 수사 담당자, 수사 대상 명단 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은 지난 3일 기자회견을 갖고 “(경찰에 자료를 요구한 것은) 한국당 간사로서 마땅히 해야 할 통상적인 상임위 활동”이라며 “외압 운운하며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야당의 정당한 상임위 활동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자신이 경찰에 해당 자료를 비공개로 요청했음에도 외부에 알려진 것을 지적하면서, “경위를 하나도 빠짐없이 밝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당은 경찰이 정치적으로 편향된 태도로 수사에 임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경찰 수사 보이콧’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면서 패스트트랙 지정 법안 중 하나인 검경수사권 조정안 등을 언급하면서 으름장도 놓고 있는 상황이다.

여상규 한국당 의원은 “경찰이 정치적으로 편향된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를 논의할 때도 이런 경찰의 태도를 절대적으로 참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27일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도 경찰의 소환 통보에 대해 “근본적 원인을 제공한 집권 세력부터 수사하지 않는다면 지금 같은 표적소환에 응할 수 없다”며 불응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이와 같은 상황 속에서 4일 엄용수·여상규·정갑윤·이양수 등 한국당 의원 4명은 경찰의 소환 통보에 불응키로 결정했다. 이들은 불출석 사유서, 일정 조율 의사 등을 경찰에 제출‧전달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당을 제외한 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여야 4당은 일제히 이 의원의 행위를 ‘명백한 외압’으로 규정하고 강력 비판했다.

맹성규 민주당 원내정책부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한국당은 지난 4월 패스트트랙 국면 당시, 국회의 선진화법 등을 위반하며 동물국회의 참담한 모습을 부활시켰다”며 “자신들이 만든 선진화법에 따라 고발된 만큼 겸허히 수사를 받아야 마땅하다”고 밝혔다.

수사 외압 의혹과 관련해서도 그는 “자당(自黨) 의원들의 수사진행 상황과 수사 담당자 등에 대한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것은 외압을 넣어 수사기관을 겁박하려는 것으로 밖에 이해되지 않는다”면서 “‘경찰에 자료를 요청한 사실이 어떻게 알려지게 되었는지 자체 조사를 요청했다’는 이채익 의원의 적반하장에 이르러서는 황당”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경찰은 한국당 의원들의 소환 불응에 체포영장 발부 등 절차대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국회의원의 경우 불체포 특권이 있어 현행범이 아닌 이상 회기 중 국회의 동의 없이는 체포‧구금이 불가능한 만큼 6월 국회 회기가 종료된 이후의 시점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번 사건을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 감금 ▲의안과 사무실 점거 ▲사법개혁특별위원회 회의장 앞 충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회의장 충돌 등으로 분리해 수사 중이다. 경찰은 현재 고소‧고발된 여야 국회의원 109명(한국당 59명, 민주당 40명, 바른미래당 6명, 정의당 3명, 문희상 국회의장) 등에 대한 소환 통보를 순차적으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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