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정보도 ‘선생님과 상담’에서 ‘인터넷 카페’로 대체되고 있다. 필자가 직접 겪은 학부모를 위한 온라인 카페 사용 설명서.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아이가 자랄수록 교육에 대한 관심은 커지지만 여러 가지 선택과 판단을 하는 것은 점점 더 어려워진다. 그 시기를 모두 겪어보니 어떤 선택이든 결과가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가장 큰 고민은 중학생이 되면서 진학할 고등학교를 선택하는 일이었다. 고등학교 진학은 현실적으로 고려해야 할 선택 사항이 참으로 많다. 옆집 엄마들에게 얻는 정보는 이제 한계에 이르렀다. 삼삼오오 주고받던 엄마들의 학습 정보를 요즘 같은 SNS 시대에는 인터넷이 대체하고 있다.

무엇보다 사교육의 판도를 좌지우지하는 온라인 학부모 카페에 많은 학부모가 열광한다. 나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나는 아이들이 중학교에 진학하고 나서 누구보다 뒤늦게 온라인 카페에 합류했는데 세상에나, 상상도 하지 못한 정보가 가득했다. 가끔 게시글을 보며 자괴감이 들기도 했다. ‘이 아이는 벌써 이렇게 다 했단 말이야?’ ‘저 아이는 오래전부터 준비했다면서 도대체 뭐가 고민이란 말이지?’ 흡사 무능한 학부모가 된것처럼 아이를 제때 밀어주지 못한 나 자신을 반성하게 만드는 속상한 댓글도 많았다. 하지만 주눅 들지 않고 이성적으로 살피기로 작정했다. 흔들림 없는 판단이 필요했다. 소신을 갖고 게시글을 살피다 보면 유익한 정보를 정리해낼 수 있게 된다.

과학고나 영재고를 염두에 뒀던 큰아이의 진로는 차라리 고민이 덜 됐다. 이과형의 아이들에게는 이미 주위에도 좋은 정보가 차고 넘쳤다. 학교에서 열리는 관련 대회를 체크해 열심히 참가하고 학습 과정에 매진하며 부족한 부분은 사교육의 도움을 받았는데, 과정별로 세세하게 정돈된 경로를 따라가면 그만이었다. 이과형인 큰아이를 위해 온라인 카페를 이용할 때는 가급적 대회의 실패담 위주로 정보를 모았다. 각종 대회를 어떻게 준비했고 어느 부문에서 실패했는지 경험담을 보는 일이 매우 유익했고 쏠쏠한 정보를 모을 수 있었다.

문제는 문과형인 둘째 아이였다. 문과형의 아이를둔 엄마라면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선택의 난관에 봉착한다. 국제고나 외고가 외국어와 관련한 특성을 잃은 지 오래인 현실에서 문과형의 아이들이 갈 만한 고등학교는 한마디로 정의하기가 어려웠다. 그렇다 보니 문과형 교과의 커리큘럼보다 대입에 유리한 실적을 지닌 고등학교를 먼저 생각하는 것이 현실이다. 문과형의 둘째는 본인이 가고 싶어 하는 특목고를 두어 군데 결정한 뒤 학교 홈페이지를 부지런히 드나들었다.

홈페이지에는 생각보다 정보가 많다. 그 학교에서 열리는 캠프나 대회 등을 눈여겨보며 열심히 참여했다. 결과와 상관없이 과정만으로도 아이는 그 학교에 더 관심을 두게 됐다. 원하는 학교이니만큼 그곳 학생들의 후배가 되고 싶다는 자극도 계속 받을 수 있었다. 문과형의 작은아이를 위해서도 온라인 카페를 부지런히 탐색했다. 온라인 카페에도 성향이 있다. 이과형의 아이들과 문과형의 아이들이 선호하는 카페가 다르기 때문이다.

입소문 난 카페를 찾아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카페에 매일 들어가 새로운 게시글을 꾸준히 살피는 일은 실천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매일 올라오는 수십 건의 글을 놓치지 않기 위해 평일 퇴근 후 30분이라도 카페에 들르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카페에는 유익한 정보도 많지만 편견을 조장하는 정보도 많다. 하지만 꾸준히 살피다 보면 진위를 판단하는 감각이 생긴다. 무엇보다 아이가 마음에 둔 학교의 선배맘들이 올리는 글은 참 유익했다. 그런 글에는 개인적인 쪽지를 주고받으며 도움을 요청했다. 그들에게 직접 만남을 요청하기도 해 현실적인 정보를 얻기도 했다. 온라인 학부모 카페의 정보를 지혜롭게 이용하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하다. 객관적인 시선을 잃지 않고 부지런히 접하다 보면 정보의 성격을 파악하고 유익한 정보를 얻기가 한결 쉬워진다.

 

글쓴이 유정임

<이문세의 별이 빛나는 밤에> 작가 출신으로 현재 부산영어방송 편성제작국장으로 근무 중. 두 아들을 카이스트와 서울대에 진학시킨 워킹맘으로 <상위 1프로 워킹맘>의 저자이다.

 

우먼센스 2019년 6월호

https://www.smlounge.co.kr/woman

에디터 하은정 유정임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