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의원 ‘30년 간 서울 집값 안 떨어졌다’ 주장에 박 시장 ‘정책 제대로 수립 안한 탓’
재건축 묶어 공급제한하면 집값 더 오른다는 공격에 “공급의 중심은 공공임대주택이 돼야” 반격
이 의원 “박시장, 주택 쪽 잘 모르는 것 같아”…박 시장 “기승전(재건축)이시군요” 신경전도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시의회 정례회에서 한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시의회 정례회에서 한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저는 모 대학에서 10년 동안 서울 아파트 값을 공부해 박사학위를 받은 사람입니다. 이쪽분야 공부 좀 했습니다. 우리 의원님들, 지방 가지 마십시오. 서울은 집값 올라갑니다. 절대 안 떨어집니다. 이게 바로 서울 집값의 특성이요, 불패의 근거입니다.” (이석주 서울시의원)

“서울의 집값이 계속 오를 것이다, 저는 그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공급은 물론 계속돼야 합니다. 하지만 공급내용의 중심은 공공임대주택이 돼야 합니다.” (박원순 서울시장)

하루 전인 지난 12일 열린 서울시의회 본회의에서는 이석주 서울시의원(강남구 제6선거구)과 박원순 서울시장이 자신만의 ‘재건축학개론’을 두고 설전을 벌였다. 강남 재건축이 미치는 파급력 때문에 인허가 진행이 어렵다는 박 시장의 입장과, 재건축을 통한 공급을 묶으면 집값은 더 뛴다는 이 의원의 입장이 팽팽히 맞섰다. 진희선 서울 행정2부시장까지 나서 박 시장의 정책 논리에 힘을 보탰다. 박 시장과 이 의원은 지난 6년간 재건축이라는 같은 안건을 갖고 총 15번이나 논의를 거쳤지만 결국 이번 역시 합의에 이르진 못하고 공회전으로 끝났다.

먼저 재건축 중단을 선언한 이유가 무엇인지 묻는 이 의원의 질의에 박원순 시장은 “현재 상황에서 재건축이 허가되면 부동산 가격 앙등이 더 불붙듯 일어나고 국민은 이를 문제삼는다”며 강남 재건축 인허가 중단 의사에 변함이 없음을 완곡히 표현했다. 그러자 이 의원은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원회 설립된 게 2002년이고 안전진단에서 D급을 받은지 10년이 넘었다. 이들이 참으라는 근거가 어디있나. 무너지면 대책은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자신이 연구한 자료를 기반으로 서울 집값은 지난 30여년 간 우상향해 왔기 때문에 집값 상승의 도화선이 될 것을 우려한다면 재건축이 앞으로도 계속 안 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1991년 200만 호의 대규모 주택이 공급됐던 때와 2009년 금융위기 때만 잠깐 집값이 하락했고 서울 집값은 줄곧 올랐다. 앞으로도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원순 시장은 강남불패 시대는 종료돼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박 시장은 “강남불패나 서울의 집값 상승이 계속 이어져서는 안 된다. 지금까지 쭉 상승세를 보인 것은 과거 정부가 부동산 취득과 보유, 처분과 같은 전 과정에서 투기이익을 완전히 환수하는 세제와 같은 정책을 실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주택과 부동산에 대한 정책 및 패러다임이 전면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자신의 입장을 드러냈다. 이 의원은 박 시장의 입장을 듣고는 “도시가 순환이 돼야하는데 피가 막히면 고혈압이, 동맥경화가 온다”며 노후한 주택이 급증하는 상황을 지적했다.

박 시장은 이 의원의 주장에 대해 패러다임 변화를 통한 공급을 추진 중이라고 답했다. 그는 “주택공급은 물론 계속돼야 하지만 공급의 중심은 공공임대주택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석주 의원은 박원순 시장이 추진하고 있는 도시재생사업에 대해서도 부정적 입장을 드러냈다. 이 의원은 골목길 정비, 빈집매매, 주거환경 개선 등에 엄청난 돈을 들여서 하고 있지만 좁은 골목에 분칠을 덧칠해봐야 도시가 흉할 뿐이다“라고 힐난했다.

이석주 의원은 질의 막바지에 “재건축 해주세요”라고 말했고, 박 시장은 “기승전(재건축)이시군요”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이 의원은 진희선 서울부시장에게 “박 시장은 주택 쪽 잘 모르는 것 같아”라고 말하며 좌중의 웃음을 유도하기도 했다. 결국 양 측의 입장차만 확인했을 뿐 이번 본회의 역시 이렇다할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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