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화·대형화·가격우위 대형마트, 동네마트 입지 전략에 속수무책
심리적 소비 부추키는 대형마트 상술로 지친 고객들 떠나게 했단 지적도···"브랜드만 보고 대형마트 가는 시대 끝났다"

대형마트의 성장세가 꺾이면서 동네마트가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가격면에서도 대형마트에 크게 뒤지지 않는 동네마트가 대형마트의 또 다른 경쟁상대가 된 것이다. 대형마트와 크게 다를 것 없는 동네마트의 성장은 ‘대형마트 끊기’ 현상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주부 박모씨는 대형마트에 2주일에 한 번 꼴로 대형마트에 간다. 한달에 장보기 비용만 30만원 안팎이다. 구매했던 물품 중에는 계획에 없는 상품이 대략 10만원 정도 된다. 박씨는 “마트에 가면 항상 계획했던 것 이상으로 산다”면서 “대형마트를 되도록 안 가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이른바 ‘대형마트 끊기’ 현상이 인터넷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이들은 대형마트 장보기가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고 심리적 소비를 부추긴다며 방문 자체를 자제해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한 블로거는 “대형마트에 안가니 식비도 줄고 가계부 다이어트도 절로 됐다. 끊길 잘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블로거도 “마트 자체를 안가니 식비가 식구에 비해 적게 나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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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끊기’ 현상이 인터넷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 그래픽=이다인

대형마트를 떠난 주부 소비자들은 동네마트나 전통시장을 찾는다. 그간 대형마트는 압도적인 가격 우위와 쾌적한 장보기 환경이 강점으로 여겨졌지만, 이를 충분히 대체할 만한 구매처로 동네마트와 전통시장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박씨는 “요즘 동네마트도 주차시설 등이 잘 돼 있고 상품의 질도 좋다. 우리동네의 경우 대형마트에는 없는 지방특산품도 판매한다”고 말했다.

표준화, 대형화 등을 앞세운 대형마트의 승부수가 동네마트의 입지 전략에 공략당하고 있는 셈이다. 일부 동네마트의 경쟁력은 지역이 입점한 메이저 대형마트를 위협할 만큼 성장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대형마트의 상술에 질린 소비자들이 스스로 발길 돌려 얻은 반사이익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1+1 등의 가격세일행사를 해서 구매해놓고 보면 낱개 가격이 일반동네마트에서 파는 가격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소비자들도 알고 있다”면서 “이제 소비자들은 브랜드만 보고 대형마트를 찾는 시대는 끝났다”고 말했다.

실제 공정위가 2016년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구매한 물건을 하나 더 덤으로 주는 1+1 행사에서 실제로는 물건을 두 개 산 것과 다름없는 가격이라며 과장광고로 보고 과장금을 부과했다. 이 사건은 대형마트의 불복소송으로 이어져 대법원에서 결국 뒤집혔지만 소비자들의 마음까지 돌려놓진 못했다. 당시 한 네티즌은 “대형마트에가서 장을 보면 꼼수라는 걸 알 수 있다. 법원의 판단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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