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6개월간 실업급여 못받는 저소득 구직자에 월 50만원 지급
고용부 “국민취업지원제도로 고용안전망 완성···제도 완성시 빈곤가구 36만명 감소”
고용보험 혜택 못받는 1200만명 사각지대 해소···예산 재원 마련에 ‘세금 퍼주기’ 논란도

국민취업지원제도 개요 정리 / 자료=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국민취업지원제도 개요 정리 / 자료=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내년 7월부터 고용안전망의 사각지대에 놓인 저소득층 구직자 20만명이 월 50만원씩 6개월간 구직촉진수당을 받게 된다. 정부는 1995년부터 시행된 고용보험 제도의 연장선으로 ‘국민취업지원제도’를 통해 고용안전망을 완성시킨다는 목표를 갖고 있는데, 당장 내년에 5040억원이 투입되는 재원 전액이 국민 세금으로 충당될 것으로 보여 불안한 목소리도 나온다.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는 지난 4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제11차 위원회를 열고 국민취업지원제도 추진 방안을 의결했다. 한국형 실업부조의 새 명칭인 ‘국민취업지원제도’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정부는 포용적 혁신성장을 실현하기 위해 국민취업지원제도를 핵심 국정과제로 추진해왔다.

정부는 ‘구직자 취업 촉진 및 생활안정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입법 예고했다. 법이 예정대로 시행되면 내년 7월 본격 시행된다. 제도 대상은 취업이 곤란한 취약계층이며 최대 6개월간 월 50만원씩 지급해 최저생계비를 보장하고 맞춤형 취업지원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정부는 국민취업지원제도 지원 규모를 오는 2020년 35만명으로 시작해 2022년 소득 기준을 중위소득 60% 이하로 확대하고, 지원 규모도 60만명까지 늘릴 계획이다. 이에 따라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못해 실업급여 사각지대에 놓였던 자영업자와 특수고용노동자들이 취업지원금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2022년 국민취업지원제도가 완성되면 빈곤가구 인원은 36만명 감소하고, 저소득 구직자의 취업률은 약 17%p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정부는 이번 입법예고를 시작으로 2020년 7월 국민취업지원제도를 시행할 수 있도록 근거법률 제정, 상담 인프라 확충, 취업지원 서비스모델 개발 등 제도 도입을 위한 준비를 철저히 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국민취업지원제도 통해 취업 취약계층 해소 ‘기대’

정부는 국민취업지원제도로 고용보험 가입에서 제외돼 사각지대에 놓인 취업 취약계층의 고용안전망을 해소시킨다는 데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국민취업지원제도가 도입되면 ‘빈곤갭’이 2.4%p 감소한다”고 말했다. 빈곤갭은 중위소득 60% 대비 그 하위계층 평균소득 비율로 빈곤층들의 평균소득과 빈곤선 사이의 차이를 의미한다.

고용부는 기존 고용보험, 기초생활보장제도 등 사회안전망에 국민취업지원 제도를 도입하는 이유에 대해 “자영업자, 특수고용형태근로자 등 전체 취업자의 45%, 약 1200만명이 고용보험의 혜택을 못 받고 있다”며 “기초생활보장제도도 저소득 구직자에 대한 고용서비스와 생계지원을 포함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특히 고용부는 기존 구직자 지원 제도인 청년구직활동지원금, 취업성공패키지와도 차이가 있다고 했다. 고용부는 “국민취업지원제도는 두 기존 제도를 통합·확대하고 예산 사정에 따라 지원 규모가 바뀌는 기존 문제점을 보완했다”며 “예전엔 소득지원에 대한 법적 근거가 미약해 취업성공패키지의 경우 직업훈련에 참여할 시에만 월 40만원씩 최대 6개월을 지원했지만 미흡하다는 평가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수당 부정지급 방지를 위한 법적 근거도 마련했다. 정부는 지급대상을 만18~62세, 중위소득 50% 이하의 저소득층으로 설정했다. 즉 2인 가구는 월 소득 145만원 이하, 4인 가구는 230만원보다 월 소득이 적어야 한다. 신청일 기준 2년 이내 취업경험이 있는 사람으로 한정했고, 정부가 정한 취업 프로그램을 이수해야 수당을 받을 수 있다.

아울러 수당을 받는 동안 구직활동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지급이 중단된다. 부정 수급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특히 중위소득 50~60%에 속하는 구직자와 중위소득 120% 이상의 청년 등은 구직수당 대신 구직활동비만 일부 지원받을 수 있다.

◇문제는 예산, ‘세금 퍼주기’ 논란 확산될 듯

정부의 고용안전망 완성이라는 기대와는 무색하게 국민취업지원제도의 예산 재원의 한계가 뒤따른다. 정부는 내년에 35만명을 지원하고, 규모를 확대해 2022년까지 60만명에게 혜택을 주려는 방침인데, 기존 청년층에서 폐업 영세 자영업자, 경력단절여성 등 혜택을 받는 대상이 늘어나면 단순계산으로도 필요한 돈은 조 단위로 넘어가게 된다. 그러나 정부는 아직까지 구체적인 재원 마련에 대한 설명이 없어 세금 퍼주기 논란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여야의 극심한 온도차로 국회 통과도 난항이 예상된다. 야권인 자유한국당은 실업급여가 고용보험 가입자들이 쌓아 둔 기금이 재원이지만, 국민취업지원제도의 구직수당은 전액 세금으로 재원이 충당되기 때문이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지난 5일 당 연석회의서 “한국형 실업부조는 고용위기의 본질을 외면한 땜질식 처방”이라며 “실패한 정책을 수정하지 않고 돈과 세금으로 덮겠다는 게 정부 기본 원칙이자 방안”이라고 지적했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도 같은 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현재 얼어붙은 고용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실업부조를 쏟아 붓는다고 과연 폐업한 영세 자영업자들이 새로운 직장을 구해서 새 출발을 할 수 있겠냐”면서 “잘못하면 한쪽에선 자영업 줄도산으로 실업자는 양산하고, 한쪽에선 밑도 끝도 없이 구직수당을 퍼붓는 최저임금 인상과 일자리 안정기금의 비극을 재현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 고용지원실업급여과 관계자는 “2021년 이후 지원규모와 이에 따른 소요예산은 제도 시행 이후 예산집행 결과, 예산추계에 영향을 미칠 주요 변수에 대한 전문가 의견 수렴 등을 반영해야 정확한 추산이 가능하다”며 “제도시행 이후 집행상황 모니터링 및 성과평가 등을 거쳐 연차별 지원규모와 소요예산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 관계자는 “국민취업지원제도는 지난 2017년, 2018년 두 차례의 연구용역, 수차례의 전문가 토론 등을 토대로 취업성공패키지를 보완 및 발전시킨 것”이라며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해 유관사업 등의 지출구조조정 병행하고 소요예산에 대한 추가 재정소요를 최소화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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