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번가, 제품 검색+정보+구매까지 이뤄지는 '커머스포털' 지향
네이버 '가격비교' 서비스도 제공
검색 서비스 외 배송·가격·상품수 등 경쟁력 확보도 중요

11번가는 자신들을 '커머스포털'로 정의한다. 다소 생소한 단어인 커머스포털은 11번가가 지난해부터 챙기기 시작한 수식어다. 쿠팡·위메프·티몬·지마켓 등 여타 이커머스 업체들이 자사를 모바일커머스·소셜커머스 등 비교적 일반적인 단어로 설명하는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이는 다른 업체들과 다른 지위를 획득하기 위한 11번가의 전략으로 보인다. 

11번가 앱을 보고 있으면 국내 대표 포털사이트인 네이버를 마주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왜 11번가는 커머스포털이 되려는 걸까. 최근 이커머스 업계의 중심은 단연 쿠팡이다. 가격을 만든다는 위메프도(위 메이크 프라이스) 쿠팡 상품 판매가를 자사 최저가의 기준으로 삼고, 오프라인 20년 업력의 롯데마트도 쿠팡을 대놓고 저격하는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여타 이커머스 업체가 매출 1조원의 벽을 넘지 못하는 상황에서, 쿠팡은 지난해 매출 4조원을 훌쩍 넘겨버린 이른바 '넘사벽' 업체기 때문이다. 리테일 분석업체인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 4월 쿠팡의 카드(신용·체크) 결제금액은 1조350억원 규모다. 

여기에 위메프는 최저가로 응수하고 있고, 티몬도 매달 1일을 퍼스트데이, 2일을 리워드데이, 4일을 사은품데이, 24일을 리퍼데이, 여기에 매주 월요일을 티몬데이로 정해놓는 등 각종 데이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이같은 상황을 지켜보면 11번가는 십일절(11번가가 매달 11일 진행하는 특가 행사)을 제외하고는 여타 이커머스와 같이 떠들썩한 이벤트는 진행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 11번가가 조용히 하고 있는 것

11번가의 이 같은 '조용한 듯 보이는 행보'는 회사의 전략과 맞닿아 있다. 11번가의 올해 목표는 쿠팡 잡기도, 거래액 1위 달성도 아닌 향후 상장을 위한 '흑자 달성'이다. 그 때문에 출혈 경쟁 대신 수익성 제고에 전사가 집중해 있는 상황이다. 11번가는 여타 업체처럼 상대 업체를 저격해 가격경쟁을 펼치는 등의 공격적 마케팅 행보는 보이지 않는다. 최근 대세인 마켓컬리, 쿠팡, 신세계 SSG닷컴 이마트몰 등이 집중하는 신선 카테고리 직매입이나, 빠른 배송을 위한 물류창고 설립에 과감히 투자하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는 건 아니다. 11번가는 쿠팡·위메프와 구별되는 자사만의 포지션 구축에 고심하고 있다. 앞서 말한 커머스포털이다. 단어 그대로 '온라인쇼핑의 관문(포털)'이 되는 게 11번가의 목표다. 우리가 인터넷에 처음 접속하고 무언가를 검색하려 할 때 네이버를 찾듯이, 사람들이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최초로 접속하고 검색할 때 11번가를 찾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즉, 쇼핑계의 네이버가 되는 게 목표다. 

11번가에 공기청정기를 검색하면, 공간에 따라 어떤 제품을 골라야하는지에 대한 설명도 함께 볼 수 있다. /사진=11번가 앱 캡처
11번가에 공기청정기를 검색하면, 공간에 따라 어떤 제품을 골라야하는지에 대한 설명도 함께 볼 수 있다. / 사진=11번가 앱 캡처

11번가에 들어가 보면 여타 이커머스 업체와는 다르다는 걸 알 수 있다. 대신 네이버와 닮았다. 일단 네이버와 같이 실시간 검색어(실시간 쇼검)가 뜬다. 4위에 랭크된 미샤 개똥쑥을 누르면 상품이 뜨는데, 특이점은 사진·가격과 함께 하단에 리뷰도 제공된다는 것이다. 굳이 화해(화장품 리뷰 앱)나 네이버에 또다시 접속해 리뷰를 찾을 필요가 없다. 네이버에서 '제품 정보 획득+구매'까지 일괄적으로 할 수 있는 것과 닮아 있다. 

공기청정기 구매를 위한 팁도 검색할 수 있다. 검색 결과에 따르면 25평 아파트의 3.5평 침실에는 5~6평형 제품을, 8~9평대 거실+부엌에는 12~14평형 제품을 추천한다.  

11번가 모바일앱 가격비교(좌)와 네이버쇼핑 모바일앱 가격비교(우) 화면. /사진=각 사 앱 화면 캡처
11번가 모바일앱 가격비교(좌)와 네이버쇼핑 모바일앱 가격비교(우) 화면. / 사진=각 사 앱 화면 캡처

11번가 사이트 내에서 가격비교도 된다. 이는 네이버쇼핑이 이미 제공하고 있는 서비스다. 예를 들어 애플 에어팟 2세대를 검색했을 때, 네이버에서는 11번가·위메프·폰도 등 입점 업체들의 판매가격을 낮은 순으로 목록화해 소비자에게 제공한다. 11번가도 사이트 내 가격비교 서비스를 통해 애플공인인증판매점, 현대h몰 등 입점 업체의 판매가격을 낮은 순으로 보여준다. 

커머스포털로서 성공하느냐 여부는 소비자로 하여금 "쇼핑은 11번가"라는 이미지 떠올리게 하는 탑오브마인드(Top Of Mind)를 만들어 낼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이커머스 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에선 일반 검색은 구글로, 상품 검색은 아마존으로 넘어가는 추세다. 아마존도 입점 셀러들끼리 가격 경쟁을 한다. 11번가가 아마 이 포지션을 노리려는 것 같다"면서도 "다만 국내 포털 1위 네이버가 쇼핑에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11번가가 이용 편의성에 더해 배송, 가격, 상품 구색 셋 중 한 가지에서라도 확실한 강점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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