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GI, 기업결합신고 부담에도 한진칼 지분 15.98%로 늘려
취득단가, 지난 11월 최초 매입단가보다 80% 가량 높아
한진가(家) 지분 확보 나서기 전 매입 나선 듯···기업가치 높일 수 있다는 자신감도 내포

한진칼 2대 주주인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가 공격적으로 한진칼 주식을 사들이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KCGI는 최근 지분 취득으로 한진칼 지분율이 15%를 넘어섰는데 최초 매수가보다 80% 높은 취득 단가에도 주식 매수를 결정했다. 이는 한진그룹 일가의 상속세 마련에 따라 지분 취득 여력이 없는 무주공산 상황에서 최대한 지분율을 높이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더불어 장기적인 기업가치 개선 활동을 통해 한진칼 가치를 보다 더 높일 수 있다는 자신감도 깃든 것으로 풀이된다. 

◇ 주가 높아졌어도 상관없다?···KCGI, 공격적인 지분확대

29일 금융감독원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KCGI의 투자목적회사인 유한회사그레이스홀딩스는 전일 한진칼의 지분율이 14.98%에서 15.98%로 늘었다고 공시했다. 그레이스홀딩스는 지난 23일과 24일 장내매수를 통해 한진칼 주식을 각각 17만4417주, 2만8206주를 샀다. 아울러 최근 설립된 5번째 사모투자합자회사인 베티홀딩스를 통해 24일 39만2333주를 매수했다. 

KCGI는 지난해 11월 9%의 한진칼 지분을 취득한 이후 공격적으로 지분을 사들이고 있다. KCGI는 특히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전 회장이 사망한 지난 4월 8일 이후 주식을 적극적으로 사들여 2개월만에 12.68%였던 KCGI의 한진칼 지분이 15.98%로 증가했다. 상장사 총수의 15% 이상을 취득할 시 기업결합신고를 해야하는 부담에도 주식 취득을 결정한 것이다. 심지어 그레이스홀딩스는 기존 한진칼 주식을 담보해 차입한 금액으로 한진칼 주식을 사들였다.

무엇보다 주목되는 점은 취득단가다. 이번 공시에서 그레이스홀딩스는 지난 23일 한진칼 주식을 평균 4만2810원에 취득했다. 24일에는 취득 단가가 4만5140원이었다. 베티홀딩스의 경우엔 4만5786원이었다. 이는 지난해 11월 그레이스홀딩스의 최초 한진칼 편입 단가인 2만4557원 보다 86.4% 높은 수치다. 지난 4월 최대 취득 단가인 3만9101원과 비교해도 17% 가량 높다. 

취득단가가 높아지게 되면 지분 매입 비용이 그만큼 늘어나게 된다. 일반적으로 지분을 사들이는 입장에서는 최대한 낮은 단가에 지분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같은 투자 금액이더라도 더 많은 주식을 사들일 수 있는 까닭이다. 게다가 투자 펀드의 수익률을 고려하면 종가 기준 한진칼 사상 최고치(4만6400원)에 가까운 취득 단가는 부담스러울 수 있는 구간이다.

◇ 한진그룹 일가 여력없을 때가 기회?···회사 가치 더 높일 수 있다는 자신감도 내포

KCGI가 공격적으로 한진칼 주식을 사들인 배경으로는 한진그룹 일가의 상황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진그룹 일가는 고(故) 조 전 회장의 상속세를 마련하기 위해 KCGI에 대응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더불어 아직 조 전 회장의 한진칼 지분에 대한 상속가액이 정해져 있지 않은 상태다. 현행 상속 및 증여세법에서는 주식 상속일 전 2개월과 이후 2개월을 기준으로 주가를 평균해 지분가치를 계산하는데, 상속가액이 결정되는 6월 8일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아 있다.

한진그룹 일가 입장에서는 상속세를 조금이라도 낮추기 위해 내달 8일 전까지는 한진칼 주가가 낮은 상태를 유지할 필요가 있었다. 한진그룹 일가는 금융투자업계 추산 2000억원에 가까운 상속세를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한진그룹의 백기사로 추정되는 케이프투자증권이 대량 공매도를 통해 주가를 누르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KCGI로서는 한진그룹 일가가 여력을 찾을 때까지 기다릴 이유가 없는 셈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조 전 회장의 상속가액이 정해지는 시기가 지나면 어느정도 한진그룹 일가의 대응 시나리오와 여력이 생길 것으로 본다. 백기사를 통해 한진칼 지분을 취득할 수도 있고 한진그룹 일가가 주식을 사들일 수도 있다”라며 “이러한 소식이 시장에 전해지면 주가가 다시 출렁일 수 있는데 이 때는 지분 취득에 드는 비용이 지금보다 더 많아질 수도 있다”라고 밝혔다.

한편으로는 KCGI가 한진칼의 가치를 더욱 높일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도 풀이된다. 증권업계에선 펀더멘털(기초 체력)로 봤을 때 현재 한진칼 주가는 고평가라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대신증권은 지난 21일 낸 보고서에서 한진칼에 대해 “현재 주가가 자회사들의 부진한 실적 전망에 비해 지나치게 고평가돼 있다”고 평가한 바 있다. 그럼에도 KCGI가 한진칼 주식을 사들인 것은 행동주의를 통해 한진칼의 가치를 더 높일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할 수 있다. 

또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KCGI가 한진칼에 투자한 금액만 2000억원이 넘어선다. 이를 손해보기 위해서 투자한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1~2% 수익률을 기대하고 있는 것도 아닐 것이다”라며 “장기적인 기업 가치 개선을 통해 한진칼의 주가가 현재 취득단가보다 높아질 수 있다는 기대가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라고 밝혔다. 실제 KCGI는 펀드의 환매 제한을 10년으로 묶어놓으며 장기적으로 한진칼의 기업가치를 개선시키겠다고 밝힌 상태다.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가 공격적으로 한진칼 주식을 사들이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 CI=KCGI.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가 공격적으로 한진칼 주식을 사들이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 CI=KCG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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