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구독의 범람
  • 허범석 팀터바인 팀장(teamturbine@teamturbine.com)
  • 승인 2019.05.21 11: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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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 경제 활성화로 치열한 구독 시장 경쟁 전망···대체불가능한 콘텐츠 고민해야

 

집을 소유한다는 것은 그 어떤 물건을 소유하는 것보다도 삶의 안정감과 기쁨을 주는 일일 것이다. 

하늘이 무너져도 이 한 몸 잠시 뉘일 곳이 있다는 것은 사회에서 어떤 힘든 일을 겪었더라도 나만의 공간에서 휴식을 취하고, 가족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며 에너지를 회복할 곳이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일까, 우리나라에서 내 집 마련은 사회 생활을 시작하는 모든 이들의 꿈이다.

하지만 사회생활을 갓 시작한 젊은이들로서는 집을 사는 것은 꿈도 못 꾸는 것이 현실이다. 거기에 결혼 나이도 점점 늦어짐에 따라, 1인 가구도 자연스럽게 늘어나고 있다. 이들의 대부분은 원룸, 오피스텔 같은 곳에서 월세로 살아간다. 

월세로 살아간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꽤나 부담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사람답게 살자면 반드시 써야할 비용이기에, 사람들은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벌고 기꺼이 월세를 지불하고 살아간다.

월세를 조금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면, 일종의 서비스 구독이다. 목돈과 발품이 드는 구매를 건너 뛰고, 내가 머무는 방이 주는 가치와 기능을 이용하고 지불하는 이용료로 볼 수 있다. 독립을 하고 살아가는 이들의 사회생활에 있어 반드시 필요한 개인의 인프라를 마련하는 일이기 때문에 단순히 신문구독료를 지불하는 것과 비교해 기분은 많이 다르지만, 사실 본질적으로는 같다.

이렇게 우리는 오프라인에서 생각보다 오랜 시간 ‘구독’ 이라는 것을 이용해오고 있다. 월세, 신문배달, 우유배달, 정수기 등 모든 것이 구독이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사람들이 돈을 지불하고 구매하는 것이 훨씬 더 많았기에, 요즘처럼 ‘구독 경제’ 라는 말이 등장할 정도로 존재감이 강하진 않았다. 하지만 공유 경제가 등장한 이후 구독 경제는 생각보다 아주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내가 원하는 물건을 구매하는 것은 기쁜 일이다. 하지만 귀찮다.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좋은 제품을 찾아 떠나는 여정은 과거에는 용산으로 향했고, 지금은 네이버로 향한다. 어디에서는 쿠폰을 주고, 어디에서는 신용카드 청구 할인을 해주고···. 사실 가격은 얼마 차이도 나지 않지만 이리저리 머리를 좀 쓰게 된다. 그렇게 해서 좋은 제품을 싸게 구매하는 경험은 물론 좋은 경험일 수 있다. 

하지만 이제 사람들이 변했다. 소유보다 이용에서 가치를 찾는다. 사람들은 이제 넷플릭스 없이는 못 살게 됐고, 면도기도 구독하고, 매트리스도 구독하고, 자동차도 구독으로 해결하기 시작했다. 소유를 통해 경험해온 개인의 일상 중 많은 부분이 구독으로 대체될 수 있게 되면서, 구독 시장의 경쟁도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요즘 가장 경쟁이 치열한 구독 시장 중 하나는 아마 읽고, 듣고, 보는 콘텐츠 시장일 것이다. 잡지, 뉴스, 오디오 북, 동영상 등 개인화된 콘텐츠를 제공하며 경쟁하는 이 시장은 지금 가장 뜨거운 구독시장이다. 

소비자는 행복하다. 넷플릭스가 등장하면서 동영상을 찾아 번거롭게 다운받는 일이 줄어 들었고, 오디오 북 서비스는 책을 읽어주고, 뉴스 채널은 이제 나에게 중요한 뉴스만 골라서 보여주는 등,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에 나에게 맞춰서 다 해준다니, 얼마나 편한지 모르겠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넷플릭스 옆에 디즈니, 아마존이 있고, 밀리의 서재 옆에는 윌라와 네이버 오디오클립이 있다. 비슷비슷한 서비스들이 스타트업, 대기업을 막론하고 각자의 생존을 위해서 고품질의 자체 콘텐츠들을 쏟아내고 있고, 개인에 맞춰 큐레이션 해주고 있다. 

이제는 ‘큐레이션의 큐레이션’을 제공하는 서비스가 생겨날 지도 모르겠다. 모든 서비스들이 좋은 서비스이고, 나쁜 서비스는 없다.

앞으로 10년 뒤에도 사랑받을 구독 서비스는 어떤 것이 될지는 꽤나 자명하다.

집이 없으면 너무나 괴롭기 때문에 월세방이라는 구독서비스는 망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꽤 오랜 시간 망하지 않을 것이다. 10년 뒤에도 살아남을 서비스도 비슷할 것이다. 보다가 안 보면 심심해 죽을 것 같은 콘텐츠를 보여주거나, 있다가 없으면 너무나 괴로운 서비스, 월세방 같은 서비스 말이다.

이제 막 움트기 시작해 더욱 치열한 경쟁을 앞둔 구독 시장, 앞으로 등장할 새로운 콘텐츠들을 기대해 본다.

허범석 팀터바인 팀장
허범석 팀터바인 팀장
teamturbine@teamturbin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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