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영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과도한 조건으로 사업 수행 어려워”
8일 규제 혁신의 성과와 과제 컨퍼런스 열려

8일 4차산업혁명위원회(4차위)와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주관으로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규제 혁신의 성과와 과제 컨퍼런스’가 열렸다. 참석자들이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사진=변소인 기자
8일 4차산업혁명위원회(4차위)와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주관으로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규제 혁신의 성과와 과제 컨퍼런스’가 열렸다. 참석자들이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사진=변소인 기자

100일을 넘긴 규제 샌드박스에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특히 법제화 문제와 조건 과잉, 추가 인허가 심의에 관한 문제가 지적됐다.

8일 4차산업혁명위원회(4차위)와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주관으로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규제 혁신의 성과와 과제 컨퍼런스’가 열렸다. 이날 컨퍼런스는 현 정부의 규제 혁신 방향, 규제 샌드박스 제도의 성과와 개선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규제 샌드박스는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가 출시될 때 일정 조건 하에서 기존 규제를 면제, 유예시켜주는 제도다. 신기술‧서비스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저해되지 않을 경우 기존 법령이나 규제에도 불구하고, 실증 특례 또는 임시허가를 할 수 있다.

이날 장병규 4차위원장과 김대희 KISDI 원장,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등이 참석했다. 장 위원장은 개회사에서 “규제 샌드박스가 실질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법제화 노력이 강화돼야 한다”며 “규제 샌드박스를 수요자 측면에서 깊이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규제 완화 정책, 새 접근 방식 필요”

유 장관은 그동안 규제 샌드박스 시행 과정을 돌아보며 “산업통상자원부, 과기정통부, 금융위원회 쪽 규제 샌드박스가 굉장히 속도감 있게 진행되는 것 같다”면서도 “네거티브 규제를 적극적으로 도입해서 해석했더라면 규제 샌드박스까지 필요했겠느냐 라는 교훈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여태 네거티브를 굉장히 보수적으로 해석했기 때문에 법적 의무가 없는 종이 영수증 없애는 데도 많은 시간이 걸렸다”며 “정부의 적극 행정을 통해 관행적으로 해석된 것들을 혁파하고 현장 목소리를 반영하면 규제 문턱도 낮아지고 많은 부분들이 해결되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이날 ‘문재인 정부 규제혁신 방향과 과제’에 대한 발표를 맡은 이련주 국무조정실 규제조정실장은 “1998년 김대중 정부부터 규제 혁신을 위해 노력해왔지만 쉽지 않았다”며 “새로운 접근 전략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이 실장은 새로운 접근 전략으로 ▲선허용, 후규제 방식 확산, ▲규제 정부 입증책임제 확대, ▲적극행정 확산 및 소극행정 혁파를 내세웠다. 선허용, 후규제 방식은 금지사항만 열거하고 비열거 사항은 원칙적으로 허용하는 네거티브 리스트, 인허가 대상 사업과 서비스의 개념을 포괄적으로 정리하는 포괄적 개념 정의, 유연한 분류체계, 자율심의, 사후 평가 방식 등을 포함한다.

규제 샌드박스도 선허용, 후규제에 해당한다. 이를 통해 이 실장은 기업과 시장의 역동성을 재고하고 국민이 실질적인 편익을 누리고 정부의 정교한 규제체계 설계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 “해당부처, 규제 조건 최소화 방안 마련돼야”

규제 샌드박스의 문제점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종영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임시허가나 실증특례를 해주면서도 기존 규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기 때문에 조건을 엄청 많이 붙인다”며 “과도한 조건은 사업을 수행하는데 어려움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조건을 최소화하기 위해 조건을 붙이는 해당 부처에서 조건을 붙이는 이유를 입증하는 방식을 좋을 것 같다”고 발표했다.

또 규제 샌드박스를 통과하지 못하고 거부 당한 서비스나 상품에 대해 이의 신청을 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 교수는 “실증한 위원들이 전문성이 없고 믿을 수 없다고 판단되면 새로운 위원들로 구성해 2번째 심의를 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규제특례심의위원회가 대상 규제 심의위원회와의 관계 정립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규제 샌드박스는 해당 부서에서 일괄적으로 최종 결정하게 돼있다. 하지만 인허가 과정에서 관계 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하는 것은 부적합하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이 교수는 “사업자뿐만 아니라 대학연구소나 출연연구기관에서도 규제 샌드박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홍보 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일정 부분 규제가 해소된 한 업계 관계자는 “사용자들을 더욱 편리하게 해줄 서비스가 개발됐더라도 관련 법령이 명확하지 않아 확대가 어려운 경우들이 있는데 규제 샌드박스로 일정 기간 자유로운 환경이 마련되면 신사업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이 열릴 것이고, 결국 사용자의 더 좋은 서비스 이용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 차량 공유 서비스, 규제 샌드박스 심의 본격화 전망

규제 샌드박스 도입 후 논란이 많은 모빌리티 관련 건들도 심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차차크리에이션은 지난 3월 승용차렌터카 기반 승차공유 플랫폼의 실증특례를 신청했다. 서울 및 수도권 지역에서 오전 5시부터 10시까지, 오후 6시부터 오전 4시까지 등 일정 시간대에만 운행대수를 제한해 한정적으로 테스트한다는 내용이다.

이동우 차차크리에이션 대표는 “이달 안에 규제특례심의위원회가 열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유관 부처의 의견도 중요하지만 과기정통부가 규제 샌드박스 본래의 취지에  추진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번에 규제 샌드박스 신청을 진행한 김성준 차차크리에이션 명예 대표 역시 규제 샌드박스의 취지를 강조했다. 김 명예 대표는 “규제 샌드박스 관련 법안이 지난해 국회를 통과하면서 스타트업들이 인내하며 버텨왔다”며 “기득권 눈치만 보는 것이 아니라 소신껏 미래를 열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차차크리에이션은 택시만을 활용한 것이 아니라 다양한 차량을 이용할 수 있도록 연결하는 승차공유 플랫폼이기 때문에 법적 해석이 모호한 영역이라 규제 샌드박스의 수혜를 받을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무난하게 의결될 것으로 보지만 만약 불허 판정이 난다면 스타트업을 희망 고문한 결과밖에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규제 샌드박스 심의는 서류가 통과되고 관계부처 협의 및 사전 검토가 완료된 안건 위주로 논의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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