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검색엔진 사이트, 우리 국민 주민등록증·운전면허증 스캔 본 확인 가능
생활 편의 제공하는 ‘편민사순망’ 사이트는 주민번호 그대로 노출
방통위 “中 온라인상 개인정보 게시글 및 불법거래 집중 단속할 것”

중국 생활에 도움을 주는 편리한 기능들을 제공하는 사이트 편민사순망에 우리 국민들의 주민등록번호가 노출돼 있다.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중국 생활에 도움을 주는 편리한 기능들을 제공하는 사이트 편민사순망에 우리 국민들의 주민등록번호가 노출돼 있다.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한국에 살고 있는 나의 개인정보가 중국에서 거래되고 있다면 어떨까. 한국인이 보유한 국내 유명 사이트 계정 ID와 이름, 나이, 생년월일은 물론 주민등록번호에 이르기까지 민감한 개인정보가 거래 및 노출되고 있다. 우리 정부의 대처에도 중국 정부 당국 및 해당 사업자들은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는 실정이다. 상, 중, 하편으로 나눠 중국 온라인 상의 한국인 개인정보 불법 거래 실태와 정부의 향후 대응 방안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한국인 개인정보 유출 및 거래가 중국 온라인 오픈마켓을 중심으로 해마다 늘고 있는 가운데, 중국 검색엔진 사이트 ‘편민사순망(便民查询网)’에 우리 국민들의 주민등록번호가 그대로 노출된 채 제공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편민사순망은 국내 사이트 ‘한국전화번호부’와 비슷한 콘셉트인 중국 검색엔진 사이트다. 편민사순망은 중국 생활에 도움을 주는 편리한 기능들을 제공한다. 중국 생활에 필요한 전화번호 외에도 지도와 날씨예보, 택배 배송 등의 정보를 검색할 수 있어 중국인들이 자주 사용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편민사순망, 한국인 주민번호 무료 제공

문제는 이 사이트의 ‘한국신분증’ 메뉴다. 이 사이트의 한국신분증 메뉴를 클릭하면 한국인 이름과 성별, 연령이 그대로 노출된 채 사이트 이용자들에게 제공된다. 홈페이지에 노출된 주민등록번호 총 개수는 검색되지 않지만, 이 홈페이지는 별도의 로그인을 하지 않아도 이용 가능하다는 점에서 더욱 쉽고 광범위하게 우리 국민의 개인정보가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신분증 조회 첫 페이지에는 “우리 사이트는 주민번호 검색을 통해 한국인 신분증의 주민등록번호, 성명, 주민번호의 진위여부 등을 검색할 수 있으며 다운로드 가능하다. 주민번호만 검색하면 이 모두를 제공한다”며 간편하게 주민등록번호를 취득할 수 있음을 공지했다.

이 사이트 하단에는 “이 검색도구는 신분의 진위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며 그 외의 목적으로는 사용을 금지한다”고 명시했다. 또 “홈페이지에 등록된 주민등록번호와 성명은 무작위로 조합된 것이며 어떠한 문제도 생기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2000년 이후 출생자 주민등록번호 뒷 번호가 1 또는 2로 시작하는 것을 보면, 홈페이지 공지대로 임의로 만들어진 주민등록번호인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기자가 7일 직접 한국신분증 검색란에 주민등록번호를 검색하자 생년월일, 주민등록번호 모두 일치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7일 기자 주민등록번호 검색 결과. / 사진=편민사순망 홈페이지 캡처본
7일 기자 주민등록번호 검색 결과. / 사진=편민사순망 홈페이지 캡처본

편민사순망 사이트는 2000년대 초반 불법 유해정보 사이트로 분류돼 접속이 차단된 바 있지만 쉽게 우회 접속할 수 있다는 점에서 피해 확산 우려는 지속되고 있다.

중국인들은 이 홈페이지를 통해 각종 오픈마켓에서 구매한 주민등록번호 진위를 판명하거나 한국 게임, 오디션 프로그램, k-pop 가수들의 콘서트 티켓 예매 등을 위해 일시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실제 중국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한국인 신분증 홈페이지 공유한다’, ‘스마트폰 국적을 한국으로 설정하고 (한국인 주민등록번호를) 사용하면 로그인 가능하다’, ‘편민사순망에 공개된 한국인 주민등록번호 팔아도 되냐’ 등의 글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 외에도 한국 네이버, 다음 격인 중국 검색엔진 ‘바이두’에 한국신분증, 한국운전면허증 등 개인정보 관련 키워드를 검색하면 수십 페이지에 달하는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또 한국인 운전면허증, 주민등록증 등 신분증의 앞뒤 면이 스캔된 실제 사본도 다운받을 수 있다. 한국 검색엔진 기능 ‘지식인’처럼 질의응답을 받는 페이지에 한국주민번호를 요청하면 5~6개의 번호가 답변으로 게재되고 이 주민번호의 진위 여부를 밝혀주는 댓글도 달린다.

중국 검색엔진 바이두에 한국 운전면허증 검색 결과. / 사진=바이두 홈페이지 캡처본
중국 검색엔진 바이두에 한국 운전면허증 검색 결과. / 사진=바이두 홈페이지 캡처본

◇방통위, 우리 국민 개인정보 유출 적극 대응 방침

개인정보보호를 위한 다양한 정책 및 제도가 마련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이미 유출된 개인정보를 기반으로 대체수단을 도입하거나 관리를 강화하는 데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생 김아무개씨(24)는 “메일을 자주 쓰는 편인데 가끔 해외에서 로그인 기록 관련 메일을 받을 때가 있다”며 “이 모든 게 다 내 개인정보가 어디선가 유출됐기 때문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방송통신위원회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은 이달 3일부터 6월30일까지 온라인상 개인정보 게시글 및 불법거래를 집중 단속한다고 밝혔다.

국내외 웹사이트, 커뮤니티 등에서 불법 거래되고 유출된 한국 주요 사이트 아이디 및 주민등록번호는 온라인 카페, 쇼핑몰에서 상품, 서비스를 거짓으로 평가, 홍보하는 데 활용되고 댓글을 이용한 검색 순위조작, 불법도박 등 각종 범죄에 악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폐해를 근절하기 위해 방통위는 경찰청,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 유관기관과 핫라인을 구축, 게시물 삭제 기간 단축을 위한 협조체계를 갖추면서 해외 웹사이트에 게시되는 한국인 아이디의 불법거래를 탐지, 삭제하기 위해 한중인터넷협력센터(베이징 소재)와 중국인터넷협회가 적극 협조하기로 했다.

특히 방통위는 탐지된 아이디 불법거래 게시물을 사업자가 자율적으로 삭제하지 않을 경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삭제, 차단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최성호 이용자정책국장은 “이번 집중단속을 통해 우리 국민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고 아이디 불법거래에 적극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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