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공공기관 안전관리 종합대책’ 따른 1400명 인력 충원···현장 노동자들 “관리 인력만 충원”
발전소 인력 충원 부족···점검 횟수 줄이는 방식으로 ‘2인 1조’ 지침 운영

2018년 12월 4일 오후 고양시 백석역 근처에서 지역 난방공사 배관이 터지는 사고가 일어나사망자와 부상자들이 발생했다. / 사진=연합뉴스
2018년 12월 4일 오후 고양시 백석역 근처에서 지역 난방공사 배관이 터지는 사고가 일어나사망자와 부상자들이 발생했다. /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기관 안전관리 종합대책’에 따라 올해 상반기 1400명의 인력이 충원되지만, 실제 현장에서 안전을 맡고 있는 비정규직 업무는 충원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필요 인력이 충원되지 않은 상황에서 ‘2인 1조 지침’을 맞추기 위해 점검 횟수를 줄이는 등 사고 위험성이 되레 커졌다는 주장이다.

정부는 지난 3월 28일 공공기관 안전관리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최근 지역난방공사의 열 수송관 누수 사고, 서부발전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KTX 강릉선 탈선 등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공공기관의 안전관리 강화에 대한 요구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에 당시 정부는 공공기관의 안전관리 강화에 필요한 인력과 예산을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위험 작업장의 2인 1조 근무를 의무화하고 이를 위해 상반기 안에 현장 안전인력 등 1400여명을 증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장 노동자들은 정부가 충원한 인력 1400명이 대부분 안전 ‘관리’ 인력일 뿐 현장에서 직접 일하는 인력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현장 안전 인력은 대부분 비정규직들이 맡고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한 증원이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조성애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정책기획국장은 29일 ‘비정규직 안전인력 충원 배제 규탄’ 기자회견에서 “정부는 안전 관리 인력만 1400명 충원했다. 해당 충원 인력에 간접고용과 무기계약직 인력은 한 명도 없었다”며 “현장 인력이 늘지 않고 감독부서 인력만 늘면 오히려 노동 강도를 높여 현장 위험 요소가 커진다. 정책 보완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고(故) 김용균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가 일하다 사망한 발전소 업무에서도 인력이 여전히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족한 인력으로 정부 지침에 따라 2인 1조 업무를 하느라 점검 횟수가 줄어 설비 문제 위험성이 커졌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한국중부발전 보령사업소에서 일하는 최성균 한전산업개발 발전지부장은 “노동자들이 안전하게 일해야 국민들에게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김용균 노동자 사망에 따라 시행한 발전소의 2인 1조 근무는 온전하게 진행되지 않고 있다”며 “발전소는 현장 인력에 대한 충원을 제대로 하지 않고 컨베이어벨트 점검 횟수를 줄여 2인 1조를 구성했다. 점검 횟수가 줄면 발전소 설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러면 다시 점검 횟수가 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력을 생산하는 중요 시설에 인력 충원을 피하기 위해 점검 횟수를 줄이면 결국 그 피해는 국민과 노동자들이 입는다”고 했다.

최 지부장은 “2인 1조 충원을 위해 채용 공고를 내도 발전소 업무의 위험성 때문에 충원이 잘 안 된다. 처우개선이 이뤄져야 힘들어도 일을 해보고자 하는 사람들이 생긴다”며 “기재부, 산업부는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위험 업무 해결 논의를 위해 만나주지 않는다. 현실은 컨베이어 위험 업무 인력 충원됐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밝혔다.

공공기관 비정규직 현장 인력들은 주 52시간제 도입에 따른 인력 충원도 없다고 밝혔다. 이에 노동 강도가 늘고 안전 관리도 허술해졌다고 지적했다.

한국가스공사에서 소방안전 업무를 하는 비정규직 노동자 정동일 가스비정규직지부 조직국장은 “주 52시간 노동시간 변경에 따른 교대근무 개편으로 3명이 하던 업무를 2명이 하게 됐다”며 “이에 화재나 위급상황 발생 시 운영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인력이 모자라 소방 장비조차 100% 가동할 수 없는 상태다. 비정규직 안전인력 충원을 요청 한다”고 말했다.

이에 기재부 관계자는 “공공기관이 요청한 인력 충원에 대해 필요성을 숙고하지만 각 기관이 요청하면 이를 각 관계 부처에서 수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조성애 국장은 “정부는 말로는 공공기관의 인력 충원을 받아들인다고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며 “공공기관에서는 주로 정규직 대상의 안전인력만 계산하고 있어 비정규직, 무기계약직 인력 충원은 고려대상도 아니다. 하청 노동자들은 인력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회사, 정부에 할 수있는 통로조차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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