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통신업계, 카드 매출 의존도 높아···통신사는 카드사로부터 돌려받는 마케팅혜택이 카드수수료 수입의 1.4배
“독보적 1위없는 업계 지형도 영향 미쳐”

현대·기아차와의 수수료 협상에서 계약 해지 강수에 맥을 못 추던 카드사들이 유통·통신 등 타 업계 대형가맹점과의 협상에서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사진=셔터스톡
현대·기아차와의 수수료 협상에서 계약 해지 강수에 맥을 못 추던 카드사들이 유통·통신 등 타 업계 대형가맹점과의 협상에서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 사진=셔터스톡

현대·기아자동차와의 수수료 협상에서 계약 해지 강수에 손을 들었던 카드사들이 유통·통신 등 타 업계 대형가맹점과의 협상에서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유통·통신업계 역시 자동차업계와 마찬가지로 카드수수료 인상안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지만, 카드사가 상대적으로 협상 우위에 있어 사뭇 양상이 다르다.

◇자동차업계에 이어 유통·통신업계도 “수수료 인상안 거부”

23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대형할인점과 백화점 등 유통업계와 KT, SK텔레콤 등 통신업계는 최근 카드사에 수수료 인상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의 공문을 보냈다.

앞서 지난 3월 현대·기아차가 ‘가맹점 계약 해지’라는 초강수를 두면서 카드사를 압박하자 카드업계는 현대·기아차 측이 제시한 카드수수료 협상안을 받아들이면서 사실상 자동차업계에 백기 투항했다. 이를 지켜본 다른 대형가맹점들 역시 카드수수료 인상에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유통업계는 카드수수료 인상 시 적자 발생이 불가피하다며 수수료 조정을 요구하고 있다. 실제로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등 대형마트들은 지난해 매출 부진에 시달렸다. 2018년 대형마트 3사의 합산 총매출은 전년 대비 1.3% 감소했으며 영업이익률은 1.1%포인트 하락했다.

이마트는 최근 카드사들에 공문을 보내 수수료 인상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역시 카드사들로부터 수수료율을 0.04%~0.26%포인트 올리겠다는 통보를 받고 인상안 수용 거부 입장을 알렸다.

통신사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카드사들은 기존 1.8%~1.9%대였던 이동통신사의 카드수수료율을 지난달 1일부터 0.3%포인트가량 인상 적용하기 위해 수수료율 조정 협상을 진행 중이다.

통신사들은 인상률 하향 조정을 위해 나름의 강수를 두고 있다. 최근 KT와 LG유플러스는 카드사들에게 통신요금 자동납부 접수대행 제휴를 중단하겠다고 통보한 바 있다.

제휴가 중단될 경우 통신사 이용고객은 더 이상 카드사를 통해 통신요금 자동납부를 신청할 수 없다. 고객이 통신사에 직접 카드 자동 납부 서비스를 신청해야만 결제가 가능하다. 그러나 이같은 조치는 카드업계에 압박으로 여기지지 않는 모양새다.

◇ 유통·통신업계, 카드 매출 의존도 높아

대형가맹점과 수수료 협상이 장기화되고 있지만 현대·기아차 협상과는 달리 유통·통신업계와의 협상에선 카드사가 계약 해지 사태까지 겪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유통업계와 통신업계 모두 현대·기아차처럼 카드사를 상대로 초강수를 두기 어려운 실정이기 때문이다.

통신업계와 유통업계는 카드결제가 결제수단의 절대비중을 차지해 매출의 상당 부분이 카드 매출에 해당한다. 카드업계와 갈등이 격화돼 계약을 해지하게 되면 매출 공백은 그대로 대형가맹점의 손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통신업계는 카드수수료 수입보다 더 많은 경제적 혜택을 누리고 있어 카드사에게 강경하게 대응하기가 더욱 어렵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2018년 카드사의 대형가맹점 및 법인회원 대상 경제적 이익 제공 현황 자료’에 따르면, 통신업계의 카드수수료 수입 대비 경제적 이익 제공 비율은 143%에 달한다. 통신사가 카드수수료로 1만원을 지불하면 카드사는 이보다 더 많은 1만4300원을 통신사에 경제적 이익으로 제공하는 셈이다.

대형마트가 62.2%, 완성차가 55.3%인 것과 비교하면 통신사들은 카드사 마케팅 덕을 특히나 더 많이 보고 있어 카드사에게 엄포를 놓기 어려운 상황이다.

자동차업계와는 달리 독보적 1인자가 없는 업계 지형도 영향을 미쳤다. 한 대형할인점 관계자는 “유통업계는 확실한 1등 기업이 있다기보다는 대형 3사가 나눠먹고 있는 상황이라 서로 협의를 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반면 자동차업계는 현대·기아차가 독보적 1위인만큼 입지가 강해 카드사를 상대로 강수를 둘 수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