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매각 위해선 자회사 포함해야 했을 것”···단서 조항으로 ‘부분매각’도 가능하게 만들어
에어부산·에어서울은 통매각 원하는 분위기 관측···“대주주만 바뀌길 바라고 있을 것”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결정했다. /이미지=최창원 기자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결정했다. /이미지=최창원 기자

금호아시아나그룹(이하 금호그룹)이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결정했다. 금호그룹은 매각과 관련해 ‘자회사 별도 매각 금지’를 밝히면서도 ‘인수자 요청 시 별도 협의’라는 단서 조항을 달았다. 전문가들은 인수자가 통매각을 거부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만일 매각이 지연될 경우 ‘별도 협의’라는 내용을 통해 부분매각까지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15일 오전 금호산업은 이사회를 열고 아시아나항공 경영정상화를 위한 자구 계획 수정안을 의결했다. 수정안의 핵심은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지분(33.47%) 매각이다. 금호그룹은 금호고속→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자구 계획안엔 ‘자회사에 대한 별도 매각을 금지하지만 인수자 요청이 있을 경우 별도 협의한다’는 조항이 담겼다. 앞서 시장에선 아시아나항공이 각각 44.2%, 10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의 향방에 대해서 여러 의견이 오갔다.

금호그룹이 자회사 관련 조항을 넣으면서 통매각이 유력해보이지만, 확실하지는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별도 협의’라는 단서 조항이 부분매각까지 고려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는 것이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금호그룹 입장에선 아시아나항공의 빠른 매각을 위해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자회사를 포함한 조건을 시장에 내놓은 것”이라며 “상당한 부채비율을 갖고 있는 아시아나항공 하나만으론 인수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시아나항공의 지난해 확정 실적은 연결기준 영업이익 282억원, 당기순손실 1959억원이다. 여기에 부채비율은 649%이다. 올해부터 시작되는 새 회계기준(IFRS-16)을 적용하면 운용리스(지난해 말 기준 2조9481억원)가 부채로 포함돼 부채비율은 약 850%까지 올라간다.

전문가들은 에어부산과 에어서울 입장에서도 아시아나항공과 통매각되는 것을 희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허희영 항공대 경영학부 교수는 “기업엔 대주주가 있는 것이 좋다. 에어부산의 경우 44%를 아시아나항공이, 56%를 부산 지역 기업과 관계자 등이 갖고 있는데 만일 44%를 여러 곳에서 나눠갖게 되면 기업의 주인이 모호해진다”며 “지분이 모두에게 조금씩 흩어지면 흔들릴 수 밖에 없다. 대주주의 이름만 바뀌는 것을 자회사들이 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업계선 에어부산, 에어서울 내부에서도 함께 매각되는 것을 원한다는 말들이 나온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에어부산과 에어서울 내부에선 이미 아시아나항공과 함께 간다는 말들이 돌고 있다”며 “기업 입장에서도 재무 안정, 대주주 유지 등의 이유로 함께 매각되는 것을 선호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은 확인된 바 없다는 입장이다. 에어부산 관계자는 “아직 들은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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