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력 인수후보 기업들 발 빼는 모양새, 아시아나 일부 자회사 직원 사이에서 ‘분리매각’ 원하는 분위기 조성돼···“전국권 성장 위해선 하루 빨리 안정돼야 해”
여전히 분리매각은 ‘시기상조’라는 의견도···“아시아나로부터 리스해서 비용 절감하고 있는데, 분리매각 하겠느냐”

아시아나항공의 초기 인수전이 예상외로 조용하다. /이미지=최창원 기자
아시아나항공의 초기 인수전이 예상외로 조용하다. /이미지=최창원 기자

아시아나항공 인수 후보로 꼽힌 기업들이 연일 인수전에서 발을 빼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시장에선 초기 인수전 과열을 우려한다는 분석과, 인수에 관심이 없다는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 이에 아시아나항공 자회사에선 분리매각을 통해 주인을 찾아야 한다는 분위기가 일부 직원들 사이에서 조성되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신현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는 전날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시너지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 판단돼 인수를 생각해 본 적이 없으며, 인수 계획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한화케미칼 역시 인수를 검토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발언이 주목되는 이유는 에어로스페이스와 케미칼은 한화의 대표적인 계열사인 동시에, 한화가 인수를 결정했을 때 실제 추진을 담당할 것으로 예상됐던 곳이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인수 의사가 있더라도 의사를 숨길 것은 누구나 예상했지만 생각보다 강경한 입장 표명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아직 인수전 초반이지만, 정말 관심이 없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결국은 통매각이 아닌 분리매각이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앞선 분리매각 가능성과 다른 점은 아시아나항공 자회사 내부에서도 일부 분리매각을 원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는 것이다.

에어부산 내부 관계자는 “인수에 큰 관심이 없던 직원들 사이에서도 통매각이 아니더라도 하루 빨리 주인이 바뀌고 안정적인 모습이 갖춰져야 인천 공항 진출 등 사업 확장도 탄력을 받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조금씩 들린다”고 말했다.

에어부산은 연내 인천공항 취항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근 중국 운수권 배분에서 인천~청두 등 3개 인천발 중국 노선을 확보하면서 목표에 한 발 다가선 모습이다. 에어부산은 현재 인천 공항 슬롯 확보를 위해 움직이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에어부산 지분율은 41.7%이다. 이외의 지분은 대부분 부산시, 넥센, 부산은행 등 부산지역 주주가 갖고 있다. 일부 관계자를 중심으로 아시아나항공과의 관계를 청산하고 인천 취항 등을 통해 전국권 항공사로 성장하고자 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1일 제출된 에어부산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13명의 에어부산 임원 중 4명만이 아시아나항공 출신이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과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6개 자회사를 통매각하는 방안을 기본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분리매각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매각 자구 계획안엔 ‘인수자 요청 시 별도 협의’라는 단서 조항이 있고, 이동걸 산은 회장도 지난달 간담회에서 “매각 과정에서 필요성이 제기되면 분리매각도 금호산업과 협의할 수 있다”는 발언을 한 바 있다.

다만, 지난 7일부터 아시아나항공이 매각 실사에 착수한 만큼 벌써부터 분리매각 가능성을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있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5~6월 두달 간 매각 실사를 진행하고 7~8월께 유력 인수자를 대상으로 매각을 위한 마케팅을 이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분리매각 시엔 항공 기재 계약도 다시 손봐야 하기 때문에 분리매각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주장도 나온다.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은 아시아나항공의 에어버스 기재를 리스해 사용하면서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에어부산이 아시아나항공으로부터 항공기 25대를 리스하는 비용은 764억2900만원 수준이다. 비슷한 숫자의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는 티웨이항공은 지난해 말 기준 항공기 24대를 운용리스로 사용하고 있으며 리스 비용은 1347억원 수준이다. 두 항공사의 주력 항공기인 A321-200과 B737-800은 각각 195석, 189석 규모로 비슷한 수준이다.

한편 또 다른 에어부산 관계자는 “인수전보다도 인천 공항 취항에 집중하고 있다”면서도 “기재와 관련된 부분은 정해진 계약 기간이 있기 때문에, 분리매각 되더라도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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