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마을 내 사업 속도 가장 느린 3지구까지 시공사 선정 마치고 이주 앞둬
은마아파트는 재건축 표류에 항의 시위

대치동 구마을과 은마아파트 위치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대치동 구마을과 은마아파트 위치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찻길 하나를 사이에 둔 서울 대치동 두 정비사업장의 극명하게 엇갈린 행보가 건설업계의 눈길을 끌고 있다. 대치동 구마을은 세 구역으로 나뉘는데 이 중 사업진행 속도가 가장 느리다는 3지구까지 시공사를 현대건설로 선정하며 사업이 막바지에 임박했음을 알렸다. 반면 맞은편 은마아파트 소유자들은 서울시의 정비계획안 보류 판정으로 수년 째 사업이 표류하고 있는데 대한 항의 집회를 열었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구마을 3지구 재건축조합은 지난달 30일 현대건설을 재건축 시공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현대건설은 이 일대에 자사 프리미엄 아파트 브랜드인 ‘디에이치’를 적용할 예정이다.

해당 일대 1~3 구역은 노후한 단독주택과 빌라 밀집 지역이었는데 정비사업이 완료되면 총 1000여 가구 규모의 신축 아파트가 들어선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내실있다고 평가받는다. 1지구는 이주 절차를 밟고 있으며 대우건설이 부지면적 2만9532㎡에 최고 18층 9개 동, 484가구 새 단지로 시공하게 된다. 사업진행이 가장 빠른 2지구는 롯데건설이 이달 중 착공할 예정인데, 1만4594㎡ 규모에 지하 3층~지상 15층 6개 동, 273가구 규모 단지를 조성한다. 이번에 시공사를 선정한 3지구도 곧 이주 및 철거를 진행한다. 이미 2017년 말 관리처분인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H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구마을은 대치동 한복판이라는 뛰어난 입지와 교육, 편의시설의 높은 접근성으로 관심이 크다”며 “대치동 일대 재건축이 늦어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신축 호재 영향도 가장 먼저 받게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맞은편 은마아파트는 서울시 인허가에 계속 발목 잡히며 정비사업의 첫 발도 못 떼고 있는 처지다. 2003년 12월 조합설립추진위원회 승인을 시작으로 재건축을 추진한지 15년이 넘었지만 재건축의 초기 절차인 정비계획수립 및 정비구역 지정도 못했다. 지난해 8월에는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소위원회 자문을 거쳐 정비구역지정 등을 접수했지만 반년 넘게 보류 중이다. 조합원들은 서울시가 부동산시장을 자극할 것을 우려해 재건축 심의를 고의적으로 부당하게 지연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또 녹물이 나오고 천장에서 돌이 떨어지는 일이 발생해 재산권 주장이 아니라 이는 생존권 주장에 해당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에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원회 측은 지난달 29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서울시의 빠른 심의 통과를 촉구하는 항의 집회를 열였다.

업계에서는 구마을과 은마아파트의 운명이 엇갈린 것에 대해 사업의 규모, 즉 상징성 때문일 것으로 분석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은마아파트는 강남의 대규모 재건축 단지라 부동산 시장의 도화선이 될 만한 사업장”이라며 “개포나 잠실 등 주변 재건축 아파트 집값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에 시 입장에서도 집값을 안정화하려는 정부 기조에 반하지 않을까 조심스러울 수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