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日 경제 보복’ 가능성···“강제동원 배상 판결, 기금 방식으로 풀어야”
커지는 ‘日 경제 보복’ 가능성···“강제동원 배상 판결, 기금 방식으로 풀어야”
  • 이준영 기자(lovehope@sisajournal-e.com)
  • 승인 2019.03.19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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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일본 단계적 경제 보복 조치 가능성”···한일 정부 기금 만들어 배상하는 방안도 제시
‘위안부 기금’과는 쟁점 다소 달라 해법 적용 가능···‘ICJ 제소’ 통한 해결 방법도 대안으로
가나스기 겐지(金杉憲治)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이 김용길 외교부 동북아국장과 강제 징용 배상문제 등 한일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지난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로 들어서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가나스기 겐지(金杉憲治)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이 김용길 외교부 동북아국장과 강제 징용 배상문제 등 한일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지난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로 들어서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한국 대법원의 강제동원 배상 판결 후 일본 정부가 경제 보복 조치 가능성을 거론한 가운데, 정부의 정책적 결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일(對日) 전문가들은 일본이 실제로 경제 보복 조치를 단계적으로 실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이에 한국 정부가 일본 정부를 끌어들여 기금을 만들어 강제 징용 피해자들에게 배상하는 식의 접점을 찾아야 한다는 대안도 제시됐다. 

19일 하종문 한신대 일본학과 교수는 “일본 관료의 경제 보복 발언은 단순 엄포용은 아닐 것이다. 구체적 움직임이 있을 것으로 본다”며 “일본은 우선 경제 보복 조치 목록을 구체적으로 만들어 조금씩 일본 언론에 흘리면서 한국 정부와 언론의 반응을 살필 것이다. 이를 통해 단계적 압박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하 교수는 한일 관계가 양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북미 관계 등 동북아 상황과도 연관된다며 “한미일 공조 틀에서 보면 일본이 한국에 압박을 가해 길들이려는 것을 미국이 허용할 수 있다”며 “북미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남북 관계 진전 등 한국에 제동을 거는 역할을 미국이 직접 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도 “일본이 실제로 경제 보복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며 “미쓰비시 중공업이나 신일철주금 자산 압류와 현금화 조치 등 일본 기업이 실제 영향을 받으면 일본은 경제 보복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반면 일본이 전면적 경제보복 조치는 하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있었다. 남기정 서울대 일본연구소 교수는 “일본이 한국인 관광객 비자 발급 정지나 반도체의 원료인 불화수소 수출 중단 등에 나서면 일본도 피해를 보기 때문에 전면적 경제 보복 조치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일본은 행정지도 등 경제 보복을 위한 상징적 조치나 메시지 보내기 등은 할 것으로 본다. 아무것도 안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일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가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에 따른 정책적 입장을 결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 교수는 “이 상황에서 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일본 정부를 끌어들여 한일 정부가 함께 기금을 만들어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배상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유일하다고 본다”며 “이러한 방안에 대해 우리 정부가 일본과 협의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진 센터장은 “한국 정부는 이 상황에 어떻게 대응할지 결단을 해야 한다. 재판 결과를 존중하되 외교적으로 어떻게 풀어 나갈지 결정해야한다”며 “정부가 할 수 있는 정책 대응으로는 한국 정부가 배상금을 내고 일본 기업이 피해자들에게 인도적 차원에서 위로금을 주는 방식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일본 정부는 지난 2015년 ‘한·일 (정부간) 위안부’ 합의에 따라 화해·치유재단에 10억엔을 지원했지만, ‘책임 인정과 사과 없는’ 위로금 차원의 보상금을 거부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은 지원금을 받지 않았다. 하지만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와 관련해서는 쟁점 자체가 ‘사과’보다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과 관련한 ‘청구권 소멸 문제’인만큼 기금 방식의 해결법이 적절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ICJ)에서 판결 받는 정책적 방법도 가능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하종문 교수는 “이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에서 판결 받는 것도 좋다. 한국이 손해 볼 것은 없다”며 “국제사법재판소 판결 과정에서 한국 정부는 일제 식민지 피해와 문제에 대해 일본 정부와 전 세계에 알릴 수 있다. 그렇기에 만약 국제사법재판소 판결에서 지더라도 지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2018년 10월 30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이 일본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재상고심에서 피해자들에게 각각 1억원을 배상하라는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당시 대법원은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에 따라 강제 지용 피해자들의 배상청구권이 소멸했다는 주장에 대해 배상청구권은 청구권협정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현재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와 변호인단은 대법원의 배상명령을 받은 일본 기업들에게 판결 이행을 촉구하고 있다.

이에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은 지난 12일 관세, 송금 정지, 비자 발급 정지 등 한국에 대한 경제 보복 조치 가능성을 밝혔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아소 다로 부총리는 당시 “상황이 진전돼 (일본 기업에) 실제 피해가 좀 더 나오면 다른 단계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이준영 기자
정책사회부
이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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