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턴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김정은에 ‘빅딜’ 제안”
향후 실무협상서 빅딜 및 단계적 로드맵 합의 여부 주목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베트남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에서 단독회담, 확대회담을 했다고 지난 1일 보도했다. / 사진=연합뉴스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베트남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에서 단독회담, 확대회담을 했다고 지난 1일 보도했다. / 사진=연합뉴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번영을 위한 북미 협상에서 ‘빅딜·로드맵·실무협상’이 관건이 됐다는 분석이다. 북미 협상의 성격과 방식이 2차 북미정상회담을 기점으로 이전과 다른 양상을 보일 수 있다. 앞으로 북미 간 비핵화와 이에 대한 상응조치 논의는 빅딜과 이를 위한 단계적 로드맵에 맞춰질 가능성이 있다.

지난 2월말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북미정상회담에서 합의문을 도출하지 못했다. 그 이유에 대해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은 3일(현지시간) 미국 폭스뉴스 등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빅딜, 즉 비핵화를 계속 요구했다. 핵과 생화학 무기, 탄도미사일을 포기하는 결정을 하라고 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준 문서 속에서 제시한 대로 광범위하게 정의된 비핵화다”며 북한이 제시한 영변 핵시설 폐기에 대해 “이는 매우 제한적인 양보다. 노후화된 원자로와 우라늄 농축, 플루토늄 재처리 능력의 일부분이 포함됐다”고 말했다.

이어 “문제는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건넨 정의 하에 북한이 비핵화를 완전히 수용하고 거대한 경제적 미래의 가능성을 가진 빅딜을 받아들일 준비가 됐는지, 아니면 우리가 받아들일 수 없는 그보다 못한 무엇인가를 하려고 하는지였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에게 빅딜을 수용하도록 설득했지만 그들은 그럴 의사가 없었다”고 했다.

미국은 이처럼 광범위한 비핵화를 제안했다. 미국은 비핵화의 정의를 핵과 생화학 무기, 탄도미사일 포기로 확대 및 구체화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하노이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밝힌 대로 영변핵시설 외 추가 우라늄 농축시설 해체도 요구했다.

이에 대해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볼턴 보좌관에 따르면 미국은 북한에 광범위한 비핵화를 제안했다. 비핵화 논의가 빅딜 수준으로 넓어진 것”이라며 “논의 주제가 이처럼 넓어졌으니 다시 좁혀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4일 말했다.

고 교수는 “북미는 빅딜을 목표로 하되 이를 위한 단계적 로드맵을 만들어 가야한다”며 “빅딜을 위한 단계적 로드맵은 실무협상에서 잘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영변 핵시설의 영구 폐기가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매우 중요한 첫 단계 조치임에는 틀림없지만 결코 그것만으로는 북한 비핵화에 회의적인 미국 내 여론을 설득할 수 없다”며 “그러므로 북한은 영변과 다른 지역의 핵시설 폐기 또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부분 또는 전량 폐기까지 포함한 보다 과감한 비핵화 조치까지 미국과의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 본부장은 “북한이 이처럼 영변 핵시설 폐기+α의 비핵화 조치에 대해 합의하면 미국도 남북협력사업에 대한 제재 면제뿐 아니라 북한의 의류 수출과 정유제품 수입 제한 등 민생과 관련된 유엔안보리 제재의 일부 해제를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북미가 완전한 비핵화를 목표로 빅딜 논의를 하더라도 단계적 로드맵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에 대한 북한의 신뢰가 없는 상황에서 단계적 비핵화와 상응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미는 전체 완전한 비핵화를 목표로 하되 우선 1차 대상을 선정해야 한다”며 “예를 들어 우선 북한이 영변 핵시설을 폐기하면 미국이 상응 조치로 UN안보리 대북제재 해제 시점을 검토하고 남북경협의 일부 제재를 면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 실장은 “북한은 미국이 요구한 대로 영변 핵시설 외에 다른 우라늄 농축 시설을 신고하기 위해서는 신뢰가 전제돼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이 신뢰는 상응조치를 말한다”고 했다.

비핵화와 상응조치를 위한 북미 논의를 위해 실무협상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지금까지 양국 정상의 결단에 맡긴 '탑다운' 방식이 한계를 보였기 때문이다.

홍 실장은 “지금까지는 정상 간 논의와 실무진 논의의 괴리가 컸다”며 “정상회담 일정이 잡힌 후 시간이 부족해 실무진에서 깊은 논의를 하기 어려웠다. 그러다 보니 정상들이 선택할 수 있는 방안도 부족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는 실무협상에서 비핵화 협의를 긴밀히 해서 이것을 지도들에게 잘 전달해야 한다”며 “정상들은 이를 토대로 최종 결정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본부장은 “이번 협상 결과는 정상회담이라는 ‘톱다운’에 의한 북핵 문제 해결 방식의 한계를 보였다”며 “북핵 문제 해결 진전을 위해 앞으로 북미, 특히 남북미 간 실무협의를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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