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 업체, 모든 은행 결제·송금망 사용 가능
“더 많은 신규 결제사업자 등장할 수 있을 것”
금융당국이 금융결제 시스템 혁신을 위해 기존 폐쇄형이던 금융결제망을 개방형으로 전환한다. 은행이 독점하던 금융결제망에 핀테크 기업도 접근할 수 있게 되면서 핀테크 결제사업자가 은행권의 금융결제 카르텔에 균열을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오픈뱅킹 시스템’ 도입···“공정 경쟁 생태계 조성할 계획”
25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날 금융혁신 촉진을 위해 금융권이 공동으로 만든 결제시스템을 핀테크 사업자에게도 공유하는 내용을 담은 ‘금융결제 인프라 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혁신안의 핵심은 ‘오픈뱅킹 시스템’ 도입이다. 지금까진 은행이 아닌 핀테크 업체들이 금융결제망을 이용하기 위해선 개별은행과 제휴를 맺어야 했다. 핀테크 기업 비바리퍼블리카의 토스 역시 간편송금 서비스를 시작하기 위해 은행과 제휴를 맺는데만 2~3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오픈뱅킹은 ‘공동 결제시스템’으로 은행뿐만 아니라 핀테크 업체들 역시 모든 은행의 결제·송금망을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말한다.
공동 결제시스템이 도입되면 은행권의 전유물이던 금융결제 시스템을 전면 개방해 기존 금융권뿐 아니라 핀테크 기업들도 은행권에 의존하지 않고 저렴한 비용으로 결제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공동 결제시스템에 모든 핀테크 결제사업자와 은행이 참여하게 되면서 은행 간 자금 이체도 자유로워진다. 쉽게 말해 토스 앱이 타행 송금이 가능했던 것처럼 시중은행에서도 이를 가능케 한다는 계획이다.
가령 A은행 계좌를 가진 고객은 A은행 애플리케이션을 통해서만 서비스 이용이 가능했지만 오픈뱅킹이 구축되면 A은행 계좌를 가진 고객이라도 B은행 앱을 통해 A은행 자금의 출금이체가 가능해진다.
금융당국은 “금융결제 시스템을 혁신적으로 개방해 다양한 결제서비스가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금융결제망 진입장벽 낮아져…독과점 체제 완화 기대
이번 혁신방안으로 금융결제망의 진입 문턱이 낮아지면 은행과 핀테크 기업의 서비스 경쟁이 활성화되면서 금융결제망을 독점하고 있던 은행권의 카르텔에 균열이 생길 전망이다.
토스 관계자는 이번 혁신안에 대해 “핀테크 업체 입장에선 개별 금융기관과 계약을 통한 별도 개발을 하지 않아도 되고, 결제망에 대한 비용 또한 합리화돼 더 다양한 혁신이 출현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또한 “무엇보다 결제사업자들이 기존 금융회사와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결제시스템의 접근성과 개방성이 확대되면 핀테크 산업의 전체적인 진입 장벽이 낮아져 산업 활성화의 기반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의 취지와 달리 활발한 경쟁이 승자독식의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오픈뱅킹 시스템을 통해 핀테크 업체뿐 아니라 대형 시중은행까지 경쟁에 뛰어드는 상황에서 사실상 이미 주도권을 잡고 있는 시중은행 및 소수 유력 핀테크 업체들만 살아남아 당초 취지인 다양한 결제서비스 생태계 조성의 의미가 무색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물론 기존은행이나 대형 결제사업자들은 이미 확보한 서비스가 있으므로 당연히 경쟁력이 높을 수 있다”며 “하지만 이번 혁신안이 도입되지 않는다면 독과점 체제는 더 심화될 것이다. 금융결제망을 개방하면 지금보다 훨씬 더 다양한 신규 결제사업자가 등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오픈뱅킹 시스템은 기성 사업자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라며 “이미 주도권을 잡은 기업일지라도 혁신을 게을리 한다면 신규 사업자들에게 밀릴 수도 있다. 혁신 경쟁은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에게 이익이 되는 결과로 나타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