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석청구하며 공소장일본주의 위반 주장
“보고서 작성만으로 위법·부당한 결과 발생한 것처럼 왜곡”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 1월 2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밖으로 나서고 있다. / 사전=연합뉴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 1월 2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밖으로 나서고 있다. / 사전=연합뉴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검찰 공소장의 위법성을 따지는 방식으로 첫 방어논리를 세웠다.

20일 법원에 따르면 양 전 대법원은 전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재판장 박남천 부장판사)에 보석을 청구하며 공소장일본주의(公訴狀一本主義)를 언급했다.

공소장일본주의는 ‘공소 제기시 법원에 제출하는 공소장은 하나이며, 공소사실에 대한 증거는 물론 법원에 예단을 생기게 할 수 있는 것은 증거가 아니라도 제출할 수 없다’는 원칙이다.

이 원칙에 따라 검사는 공소를 제기할 때 공소장 외 기타 서류나 증거물을 첨부하거나 제출해선 안된다. 공소장일본주의에 위반된 기소는 위법한 기소로 공소기각 판결이 선고된다.

양 전 대법원장 측은 “공소사실에는 ‘재판개입’ 또는 ‘와해’ 등과 같이 직접 행위를 한 것 같은 표현이 많이 기재돼 있지만, 소결론을 보면 법원행정처 심의관에게 위법 또는 부당한 내용의 보고서를 작성하게 하는 등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는 내용이 거의 대부분”이라면서 “(검찰은) 결국 이 같은 보고서가 작성됐다는 사실만으로 그 내용과 같은 위법 또는 부당한 결과가 발생된 것처럼 사실관계를 왜곡시키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법원에 예단이 생기게 할 수 있는 사유를 나열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 것도 공소장일본주의에 포함된다”면서 “법원에 예단이 생기게 할 수 있는 기타 사정을 무분별하게 나열한 이 사건 공소장은 공소장일본주의에 위반된다”고 강조했다.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들이 공소장일본주의를 주장하는 사례는 빈번하다. 먼저 재판에 넘겨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역시 “공소장 제목 등에 검찰 의견서를 광범위하게 나열했다”며 공소 기각과 심리 중단을 요구한 바 있다.

다스 횡령 및 삼성 뇌물수수 등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재판에서도 공소장일본주의는 쟁점 중 하나였다. 1심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정계선 부장판사)는 이 전 대통령이 퇴임 후 국가기록원에 넘겨야 할 청와대 생산 문건을 빼돌린 혐의에 대해 공소장일본주의에 위배된다고 판단해 공소를 기각하기도 했다. 당시 재판부는 “문제가 된 대통령 기록물은 공소사실과 무관한데다, 별지로 이미 특정돼 기재할 필요가 없음에도 공소사실 기재 중 기록물의 내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반 정도에 이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양 전 대법원장의 공소장일본주의 주장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이 사건 심리가 모두 마무리된 뒤 선고공판에서 확인될 것으로 전망된다.

양 전 대법원장은 공소장일본주의 주장 외에 △불구속재판의 원칙 △증거인멸 염려가 없는 점 △도망염려가 없고 주거 분명한 점 △재판 관련자에게 해를 가할 염려가 없는 점 등을 보석 근거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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